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불법사찰’ 조사 뒷짐…총리실·사정기관 ‘윗선’ 눈치보나(한겨레 100703)

인권연대 2010. 7. 5. 17:02

‘불법사찰’ 조사 뒷짐…총리실·사정기관 ‘윗선’ 눈치보나
총리실, 정총리 조사 지시 11일 지나서야 시늉만
청, 총리실로 떠넘기고 검찰은 “징계 절차뒤” 손놔
검찰간부 “직권남용죄”…참여연대 “5일 고발장”
한겨레 석진환 기자기자블로그 손원제 기자 메일보내기
»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 처벌 가능 법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정부와 사정기관이 ‘물타기식’ 늑장 대응을 해, 의혹을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사모 핵심 인물’이라는 의심만으로 불법사찰을 벌여 개인의 삶을 파탄냈는데도, 총리실은 물론 청와대, 검찰 등은 사실상 열흘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독재정권에서도 보기 드문 경악할 일이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사정기관들은 윗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떠넘기기·늑장 조사 이번 의혹이 불거진 뒤 총리실과 청와대 등의 태도를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조차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총리실은 지난달 21일 야당 의원들의 폭로 이후 줄곧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다. 총리실은 최근까지도 “이 지원관이 고혈압이 심해 입원했다”고 둘러대며 조사를 미뤄왔다.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고 여론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총리실은 2일에야 “오늘 이 지원관을 처음 조사했다”며 “정운찬 국무총리는 22일 처음 조사를 지시했고, 30일 다시 ‘총리실이 주도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설명대로라면 총리가 지난 22일 총리가 조사를 지시한 뒤 11일 동안 늑장을 부린 셈이다.

애초 ‘민정수석실에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던 청와대는 지금껏 핵심 인물인 이 지원관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다가, 이날 아예 조사 업무를 총리실에 넘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부에서 우리(청와대)가 조사하면 의구심이 생긴다고 하니까, 조사한 부분을 총리실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번 사찰 논란을 빚은 당사자여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낳고 있다.

핵심 사정기관인 검찰 역시 “공무원 징계 절차 등을 밟은 뒤에 (수사)하는 것이 맞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직권남용으로 보이지만, 고발장이 들어오면 몰라도 이미 정치쟁점화한 사건에 검찰이 먼저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백한 불법행위” 그렇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는 이인규 지원관 등 관련자들의 혐의가 비교적 명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원관 등 민간인을 불법 조사한 총리실 직원들의 경우 직권남용죄나 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대로 전결 권한 없이 총리실장 도장을 사용해 공문을 만들어 경찰에 보냈다면 공문서 위조죄를 적용할 수 있고, 사기업에 가서 서류를 가져온 것은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정부의 법의식과 윤리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실체도 불분명한 공무원 조직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영장도 없이 조사하는지, 사회의 인권의식이 한심스런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오는 5일 직접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진환 손원제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