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경찰 기부금품 ‘노트북·멧돼지까지…’(경향신문 101101)

인권연대 2011. 4. 21. 13:47

ㆍ국회 자료로 본 ‘내역’… SK그룹 현금만 3억원
ㆍMB정부 들어서 급증세, “일종의 보험 성격” 눈총

‘대기업은 노트북, 은행은 현금, 경찰위원회 위원은 멧돼지….’

경찰이 각계로부터 받은 기부금품이 천차만별이다. 31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전국 지방경찰청 기부심사위원회의 기부심사 내역’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1억~2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경찰에 기부했다. 경찰청의 경우 하나은행으로부터 지난달 26일 현금 1억원을 받았고, 지난 2월엔 SK그룹으로부터 현금 2억원과 함께 빵 5000세트, 소시지 100세트를 받았다. SK그룹은 경기경찰청에도 격려금 1억원과 빵, 화장품 세트 등을 전달(경향신문 10월30일자 9면 보도)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6월 삼성전자로부터 중고 노트북 540대를 기부받았다. 대당 50만원씩 칠 경우 2억70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업무상 노트북을 쓰는 전·의경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독특한 현물 기부도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경찰위원회 소속 한 위원은 경찰청에 멧돼지 10마리를 보냈다. 2008년에는 경찰청에 냉동닭 5만마리와 함께 전복 7만5000개가 배달됐다. 퇴임을 앞둔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홍보예산 2억여원을 들여 닭과 전복을 사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농식품부가 ‘촛불시위’ 진압에 고생한 전·의경들을 위로한다며 준 것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정운천 통닭’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같은 해 7월 서울경찰청은 (주)세중나모에서 라면 1100만원어치를 기부받았다. 세중나모의 천신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서 40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기경찰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경찰청의 경우는 현물 기부가 많았다. 농협지부 등 지역단체들이 100만~200만원어치의 농수산물 상품권 등을 보내오는가 하면 돼지 두어마리, 사과·배 등 지역 특산물이나 내의·양말 등이 단골 기부 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받은 기부품목은 2008년 정권이 바뀐 이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업체들의 경찰에 대한 기부는 수사기관이나 정부에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