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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시험에 고시공부에, 교도소의 숨겨진 비밀들(노컷뉴스 2011.3.31)

인권연대 2011. 4. 21. 14:49

대리시험에 고시공부에, 교도소의 숨겨진 비밀들

 


2011-03-31 06:00 CBS 사회부 김수영 기자

국내에서 발생하는 범죄 2건 가운데 1건은 출소자가 저지른 것이다.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뜻이다. 범죄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발생 범죄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1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교도소의 교정(correc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교도소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CBS에 입사한 사건팀 김수영 기자가 1년간 각종 범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도소의 교정 실태를 연속 진단한다. [편집자 주]

교도소는 죄값을 치르는 장소지만 재소자들이 출소후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교도소는 검정고시와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십개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1년에 40억쓰지만, 전문가들 "재범억제 효과? 글쎄.."

법무부가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무부는 40억원 가까운 비용을 재소자 교육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에 참가한 재소자는 2009년 현재 전체의 16.1%(7,590명)에 불과하다. 직업교육 과정에는 7.9%만 참여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실효적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직업교육 참여 수형자 중 19%가 중도탈락했다.

한 전문가는 "연간 계획 인원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부적격 대상자를 선정해 훈련하기 때문에 중도탈락 비율이 높다"며 "장기 재소자의 경우 직업훈련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기 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참여해 다른 훈련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실적위주의 훈련생 선발을 지양하고, 해당 교육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훈련생을 선발해야 낭비되는 예산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형자들이 규칙적인 노동습관을 가져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중도탈락율이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직업훈련교육은 가출옥을 위한 '작품' 만들기?

문제는 그나마 교육을 받고 있는 재소자들은 직업교육을 받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매번 1~2년씩 모두 5차례 교도소 수감 경험이 있는 E씨는 "취업 목적으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아니라 '가출옥을 따기 위해' 자격증을 딴다"고 털어놨다.

교도소 안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했다는 E씨는 "자격증과 교도소장표창, 검정고시를 따면 (가출옥을 위한) 분리심사때 유리한데, 특히 고시는 가산점이 높아 검정고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러 자격증을 따게 되면 '수감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빨리 출옥할 수 있기 때문에 재소자들은 이른바 '작품 만들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
과학
연구센터 김복희 연구원은 "재소자들 입장에서는 직업훈련 갔다 오면 시간도 잘 가고, 자격증 열심히 따면수형생활 성실히 했다는 증명이 되기 때문에 자격증을 선호하는 재소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재범을 막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하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으니 오래 교도관들은 '교육으로 사람이 바뀐다는 거는 포기한지 오래됐다'고 푸념한다"고 전했다.

각 교도소로서는 자격증 취득자를 많이 배출하면 교도소 홍보도 되고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셈이다.

◈ 시간때우기 교육, 대리시험…몰라서 그냥 두나 알아도 눈감나

교도소 안에서
도배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지난해 3월에 출소한 Y씨도는 "1년 교육 과정이라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시간 떼우기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는데 기술이 얼마나 숙달 되겠나"라며 "어차피 교도소도 실적 쌓기 위해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소자와 교도소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다 보니 자격증 따는데 대리시험도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교도소 안에서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출소한 O씨는 "
강사
도 '솔직히 여러분들 나가서 자격증 못 써먹는다'고 이야기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O씨는 "사회에서 심사반이 왔다가 이 사람들이 밥 먹으로 나가면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의 옷을 대신 입고 시험을 본다"며 "그렇게 해서 자격증을 딴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반인들은 좀처럼 알기 힘든 교도소, 그 비밀의 장벽 때문에 교도소의 사회복귀 준비프로그램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