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여전한 핵심 의혹들… 상부지시 없이 의원 부인까지 조사? (경향신문 100812)

인권연대 2010. 8. 25. 12:01

여전한 핵심 의혹들… 상부지시 없이 의원 부인까지 조사?

ㆍ치밀한 증거인멸범 아직 오리무중?

11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앞으로 ‘남경필 의원 부인 탐문’ 의혹과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 봐주기 사찰’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해체하지 않지만 사건의 핵심인 ‘윗선’ 지시·개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등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검찰 방침대로라면 사실상 사건의 실체는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훼손은 총리실 내부자의 소행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증거인멸범을 찾게 되면 총리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를 지시한 인물도 함께 드러날 가능성이 커 ‘윗선’ 실체를 파악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관련자들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찰 수사 때처럼 “윗선 지시는 없었다”는 식의 전면 부인 취지의 진술을 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지만 이는 검찰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남 의원 부인 탐문 의혹이나 조 청장 봐주기 사찰 의혹도 누가 지시했는지 밝혀진다면 수사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여당 중진인 남 의원의 부인까지도 탐문한 점을 감안하면, 지원관실이 이러한 사찰을 상부 지시 없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한다면 이를 통해 의혹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 수사결과까지 발표한 검찰이 후속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외적으로는 특별수사팀을 유지시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의 핵심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하거나 특검을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대표와 시민단체들도 검찰 수사가 의혹을 명쾌히 해소하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김 전 대표의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불법사찰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다행이지만, 검찰이 지난해 김 전 대표를 기소유예할 당시 불법사찰을 인지하고서도 수사에 나서지 않아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을 방치한 셈이 됐다”며 “김씨가 입은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준비 중이며 혐의가 입증된 개인들에 대한 손배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사건의 핵심은 상부가 관여한 전모를 밝히는 것이었으나 검찰 수사는 한 발도 앞서 나아가지 못했다”며 “국민을 위해 권력을 향해 칼날을 겨눌 수사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도 “검찰이 사건 등에서는 수사 대상자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강도 높은 수사의지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피의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에 그쳤다”고 말했다.

<박홍두·정환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