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오만한 권력' 법원과 검찰....(한국일보 2011.3.4)

인권연대 2011. 4. 21. 14:33

'오만한 권력' 법원과 검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숱하게 욕을 먹지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직업을 들라면 판ㆍ검사가 첫손에 꼽힐 듯하다. 그들을 향한 비판과 분노보다는 선망의 눈길이 더 강한 탓일까. 대한민국 판ㆍ검사들은 막강한 권한 만큼 맷집도 강해 웬만한 비판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검찰 법원의 비뚤어진 행태와 그것을 가능케 한 구조적 요인들을 작정하고 비판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는데, 서글프게도, 반가운 마음에 앞서 또 한 번의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먼저 든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으로 조롱받는 대한민국 검찰의 문제점을 낱낱이 짚고 개혁 대안을 제시한다. 검찰 출신의 김희수 변호사,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이 함께 썼다.

1부에선 이승만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오욕으로 점철된 검찰의 역사를 주요 사건 중심으로 훑는다. 2부에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한민국 검찰이 수사권 경찰수사지휘권 독점기소권 기소재량권 형집행권 등 법적 권한뿐 아니라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명목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현실을 파헤친다.


3부에선 궤도를 이탈한 검찰 권력을 통제할 방안으로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권 분권화, 시민의 감시와 사법적 통제 등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책 머리에 "이 책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을 위한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판ㆍ검사들을 향한 독설과 도발적인 문제제기들로 가득하다. 검찰 출신인 김용원 변호사는 93년 검찰 조직의 비화를 다룬 <브레이크 없는 벤츠>를 발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 그는 개인적 인품과는 관계없이 "직업적 이익에 집착하면서 기득권 세력의 방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판ㆍ검사들을 향해 "이 나라 판검사들이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아니라 고래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꼬집는다.

특히 법정구속 영장실질심사 등 흔히 정의의 실현이나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로 여겨지는 제도들이 실은 판사들의 권력 과시일 뿐이라고 비판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KBS의 김미화 고소 등 일련의 사건들을 '표현의 자유 유린'이란 관점에서 되새기고, 김영삼 정권 당시 전두환ㆍ노태우 재판의 법적 문제점을 파헤치며 '전형적인 정치재판'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의 주장을 다 수긍할 수는 없겠지만 정의와 상식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많이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