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국하던 이주민까지 붙잡아 구금
G20회의 100일 앞…실적 경쟁에 ‘위협받는 인권’
경찰 기동대 동원 불심검문, 산재환자 구금
지하철역 방범셔터 설치 노숙인 내쫒기도
선진교통질서 100일 대책, 경미한 위반도 ‘통고’
한겨레 홍석재 기자
» 최근 이주노동자 주요 단속 사례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불심검문·산재환자 구금…

지난달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손아무개(42)씨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손씨는 지인들한테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1~12일)를 앞두고 강력한 이주노동자 단속이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귀향 일정을 앞당긴 터였다. 공항 발권대 앞에서 단속반에 붙잡힌 손씨는 화성보호소에 10여일을 갇혀 있다 풀려났다.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진출국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손씨 자신은 귀국행 비행기표를 받으려다 붙잡힌 게 더 기가 막혔다고 했다.

3일로 G20 정상회의가 꼭 100일을 앞두게 된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 부처 등은 각종 대책을 내놓느라 분주하지만 한편에선 이주노동자들이나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단속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캐츠아이’(Cats-Eye)에 최근 접수된 사례를 보면, 지난 6월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야간단속을 피해 강으로 뛰어들자, 단속반이 생사 확인도 없이 돌아갔다. 산재환자가 구금되는가 하면, 비자 소지자를 강제 단속하거나, 사복경찰의 길거리 불심검문 등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도 “G20 성공 개최를 위해 강력범죄에 선제대응하겠다”며 외국인 밀집지역에 경찰 기동대 등을 투입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법무부와 경찰 등이 G20을 의식해 실적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정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교육선전 차장은 “G20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이주노동자=테러리스트 가능성’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치안 강화’는 G20 의장국의 체면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노숙인들을 도심 바깥으로 내몰려는 조처들도 진행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은 “G20 관련 인사들이 지나갈 만한 지하철역에 방범 셔터를 설치해 노숙인들이 아예 해당 지하철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최근 지하도에서 잠자는 노숙인을 깨워 불심검문을 하거나 노숙인 임시주거시설로 정해진 곳에 입주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G20 행사가 본격화하면 정부에 불편한 존재인 이주노동자와 노숙인 등에 대한 탄압이 더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한국이 소외·약자에게 따뜻하고 인권의식을 잘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G20 의장국의 품격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일 ‘G20 대비 100일간 선진교통질서확립 3단계 특별대책’을 내어, 정체구간 꼬리물기 등 후진국형 교통 무질서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단속전담팀을 꾸려 경미한 법규위반도 즉시 ‘통고처분’하는 등 교통질서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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