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부터 3개월 동안 광우병 수입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시민의 비판은 촛불집회라는 형식으로 발화되었습니다. 100일 동안 진행된 2008 촛불집회는 시민과 국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었으며, 한편으로는 집회의 자유,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가지 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 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연세대 공공거버넌스와 법센터>와 <인권연대>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자유’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아래와 같은 자유로운 토론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토론회는 기존의 ‘발제 후 토론’ 방식에서 벗어나, 발표와 자유토론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 특히 자유민주주의국가라면서도 최소한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가슴아파하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 일 시: 2010년 5월 6일(목). 오후 4시부터
○ 장 소: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서울시청 부근)
○ 주 최: 인권연대(02-749-9004)/ 연세대 공공거버넌스와 법센터
* 사 회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 순 서 : 1.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연혁과 개정안 분석
-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3.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한 검찰 및 법원의 대응과 문제점
- 권정순(변호사)
4. 집회.시위에 대한 언론보도의 실태와 문제점
- 안영춘(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
5. 법에서 규정하는 공권력의 사명과 현실
- 하태훈(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법)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내에서 많은 사건과 사고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조사를 의뢰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행위는 곧 '인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이 그만큼 진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복무 사병의 건강권 문제나 성매매업소 여성의 인권유린 사건, 그리고 교도소내 제소자 인권문제, 불법 해외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를 비롯한 수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는 '인권'에 대해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신생학문이라고 평가할 만한 '인권학' 분야의 탁월한 저서로 평가받은 저자 미셸린 이샤이의 역저로 '인권' 개념이 기원, 전개과정,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그 의미가 더욱 증폭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치밀한 자료조사와 정치한 논리로 밝혀내고 있다. 2004년 여름, 미국에서 출간되자 마자 순수 학술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그해의 전미 논픽션 10대 도서의 하나로 선정될 만큰 대중적인 인기도 누린 이 책은 우리에게 '인권'에 대한 생각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사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소개
미셰린 이샤이 (Micheline Ishay) 미국에서 학제간 인권연구로 명성이 높은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인권학 프로그램의 주임교수이다. [인권 독본], [국제주의와 그 배신], [민족주의 독본]등의 편저서가 있다. 현재 [제국시대의 인권 - 신현실주의의 모색]을 집필하고 있다. 미국 러트거스대학교에서 정치이론과 정치사상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터파크 제공]
목차
옮긴이 서문 한국어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일러두기 번역에 참고한 사전류
서론 1. 인권의 정의, 논증, 그리고 6대 역사적 쟁점 1)인권의 기원 2)인권의 계몽주의적 유산 3)인권에 대한 사회주의적 공헌 4)문화 상대주의 대 보편주의 5)안보와 인권 사이의 긴장 6)지구화가 인권을 촉진하는가 2. 이 책의 구성
제1장 - 초기의 윤리적 토대 1. 종교적.세속적 보편주의 관념 1)유대교와 바빌로니아 2)힌두교 3)불교 4)유교 5)그리스와 로마 6)그리스도교 7)이슬람교 2. 자유: 관용의 기원 1)유대교와 바빌로니아 2)힌두교 3)불교 4)유교 5)그리스와 로마 6)그리스도교 7)이슬람교 3. 평등: 초기의 경제.사회적 정의개념 1)유대교와 바빌로니아 2)힌두교 3)불교 4)유교 5)그리스 6)그리스도교 7)이슬람교 4. 정의를 어떻게 장려할 것인가 1)유대교 2)힌두교 3)불교 4)유교 5)그리스와 로마 6)그리스도교 7)이슬람교 5. 박애, 또는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 1)유대교와 바빌로니아 2)힌두교 3)불교 4)유교 5)그리스 6)그리스도교 7)이슬람교 8)고대 윤리 전통의 평가 9)서구 윤리 전통의 승리?
제2장 - 계몽주의 시대와 인권 1. 고대 문명에서 서구의 흥기로 1) 인도 문명, 중국 문명, 이슬람 문명 2)서구의 흥기와 계몽주의의 유산 2. 종교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 1)종교와 불관용 2)종교개혁과 종교의 자유 3)의사표현의 자유: 영국의 경우 4)자유를 향한 투쟁: 아메리카의 경험 5)프랑스 혁명과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3. 생명권 1)홉스의 생명권과 「영국권리장전」 2)고문과 신체보전의 권리 3)프랑스 혁명의 재산권 논쟁 4. 사유재산권 1)재산권의 해석: 수평파, 디거스, 로크 2)아메리카 독립혁명과 재산권의 확립 3)프랑스 혁명의 재산권 논쟁 5. 국가의 정당한 전쟁 이론 1)자연법과 '정당한 전쟁'논쟁 2)자본주의와 공화주의를 통한 평화? 6.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 1)'보쳔적'인권과 불평등 2)배신당한 여성해방 3)노예폐지를 위한 투쟁 4)유대인과 소수민족: 프랑스 혁명의 공헌 5)혁명의 반전과 민족주의의 대두
제3장 - 산업혁명 시대와 인권 1. 산업혁명의시대 1)빈 회의로부터 1830년대의 혁명 그리고 1848년의 혁명으로 2)1848년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3)미국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운동 2. 자유주의 인권관에 대한 도전 1)종교와 새로운 민족주의 2)낭만적 사회주의 3)사회주의적 인권관의 발전 4)사회주의적 인권과 보편적 인권 3. 보통선거권 및 경제적.사회적 권리 1)노동계급의 참정권 투쟁 2)재산권과 보통선거권: 프랑스의 경우 3)영국의 선거법 개정 4)미국의 참정권 운동과 그 한계 5)교육과 사회적 권리 4. 자본주의와 국가에 대한 도전 1)국가냐 국제기구냐? 정치개혁이냐 혁명이냐? 2)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식민주의, 국제 전쟁, 또는 비폭?? 평화주의? 3)영국의 선거법 개정 4)미국의 참정권운동과 그 한계 5)교육과 사회적 권리 5.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 1)노예해방투쟁 2)여성참정권운동 3)어린이,청소년의 권리운동 4)유대인과 소수민족: 프랑스 혁명의 공헌 5)유대인 문제와 시온주의 6)자유주의적 민족주의와 전쟁의 길
제4장 - 세계대전과 인권 1. 제국의 종말 1)민족주의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보장의 제도화 2)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의 제도화 2. 민족자결권 1)제1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 2)제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3)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반식민투쟁 3. 인권의 제도화 1)사회주의적 권리의 신장: 볼셰비키 혁명 시기의 수단과 목표 2)국제연맹, 국제노동기구, 복지국가의 출현 3)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 세계인권선언 4)냉정: 사회적,경제적 권리 대 시민적 권리 4.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 1)노동자의 권리요구와 민족자결권 2)여성권리의 제도화 3)어린이, 청소년 권리의 제도화 4)동성애자 권리의 가시화 5)유대인의 운명과 민족자결권 6)국제주의와 민족주의
제5장 - 지구화와 인권 1. 지구화와 저항운동 1)1968년부터 1989년까지: 신사회운동과 냉전의 퇴조 2)1989년의 여파와 그 영향력 2. 지구화 시대의 인권개념 1)경제 지구화 그리고 노동권, 발전관의 문제 2)전지구적 환경과 환경권 3)전지구적 이주와 시민의 권리 문제 4)문화 지구화의 문화적 권리 3. 9.11사태 이후: 안보 대 인권 1)전시의 시민적 권리와 여타 인권문제 2)인권과 안보의 유산 4.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 1)변화하는 경제환경과 노동자의 권리 2)근절되지 않은 노예제도 3)여성차별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 4)전쟁과 여성 5)지구화, 분쟁,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 6)신보수주?湛? 공세와 동성애 권리 7)장애인 권리를 위한 전세계적 투쟁 8)소수민족 문제의 악화와 원주민 권리의 인식
제6장 - 21세기의 인권과 투쟁 공간의 변화 1. 중세성 그리고 시민사회의 부재 2. 계몽주의 시대 시민사회의 출현 3. 산업혁명 시대와 시민사회의 확장 4. 반식민주의 투쟁 5. 시민사회의 지구화? 또는 사적 공간에 대한 공세? 1)지구화와 국가 2)지구화와 시민사회 3)지구화와 사적 영역
제7장 - 인권 세계관의 통합 1. 지구화의 쟁점 2. 인도적 개입의 쟁점 3. 국민(국가)형성의 쟁점 4. 글을 맺으면서
부록 1. 세계인권 연대기 부록 2. 한국인권 연대기 부록 3. 국제인권 용어모음 부록 4. 의미로 옮긴 「세계인권선언」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인권을 원론부터 실제 이슈에의 적용에까지 고루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인권 입문서. 10명의 지식인과 인권 활동가들이 아홉 개 글에서 한국 인권 담론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짚어 나간다.
1부에서는 인권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지식을 담은 글을을 실었다. 한국의 인권 현실을 역사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짚었고, 인권 발전을 위해 시민사회와 사회복지 정책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비교적 새로이 제기된 인권 문제들을 다뤘다. 직장 내에서의 노동자 감시 등 정보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다뤘고, 한편으론 여성주의와 동아시아 철학의 시각에서 인권의 개념을 정리했다.
3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글을 실었다.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문제와 동성애자,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에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현안들을 살폈다.
각종 사례와 조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인권을 인권 운동가들이나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글마다 생각해 볼 거리를 수록해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성을 높였다.
저자소개
김동춘 - 1959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비평」과 「경제와 사회」의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2004년 한겨레신문 선정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뽑힌 바 있다. 현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황해문화」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960년대의 사회운동>, <한국사회노동자연구>, <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분단과 한국사회>, <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
조효제 - 옥스퍼드대학에서 비교사회정책학 석사,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동아시아조사과 연구위원, LSE 대학원 강사,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준비기획단 위원을 역임했다. 2008년 현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인권의 정치학>, <시민사회의 변화와 주권의 급진적 재편>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세계인권사상사>, <전지구적 변환>, <머튼의 평화론> 등이 있다.
한홍구 - 1959년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걸어 다니는 한국 현대사’라 불리는 저자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일명 ‘김일성 전문가’이다. 그는 꿈꾸는 권리조차 박탈당했던 한국 현대사의 금기들을 통쾌하게 고발해온 논객으로 유명하다. 한겨레21에 연재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감춰진 현대사를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전달해서 지적 만족과 함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사』 1~4권, 『한홍구의 현대사 다시읽기』등이 있다.
제2부 인권의 새로운 환경
정보기술사회와 인권 / 허상수
동아시아 인권담론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재구축을 위하여
- 한국철학계의 인권담론을 중심으로 / 조경란
'여성'과 '인간'을 넘어서
- 인권의 성별 정치학 / 정희진
제3부 인권의 현실
노동하는 인간의 권리 / 신원철
성적 소수자의 삶과 인권의 전망 / 서동진
장애인 인권의 동향과 대안 / 김용득, 이동석
글쓴이 소개
서평
인권을 위한 강의
이제 대학에서 인권관련 강의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제도권에서 알음알음 열리던 인권강좌가 이제는 대학 교양 강의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현대사회와 인권”, “세계화시대의 인권”, “평화와 인권”, “소수자와 인권”, “인권법” 등의 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이런 성과 중 하나로 지난 1998년 출판된 <현대사회와 인권>(나남, 1998)은 실제 강의에서 사용된 강의안과 학생들의 리포트를 모아 놓은 좋은 자료이다.
이번에 새로 출판된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은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가 대학 새내기 학생들의 인권 교양강좌를 위해 집필한 것이다. 인권에 관한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전문연구기관에서 발간한 책이라서 일단 더욱 신뢰가 간다. 대학 강의를 위해 집필되었지만,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여느 교과서처럼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어져 있다. 총론에서는 한국의 인권상황과 인권과 시민사회, 인권과 사회복지 등의 문제를 다루고, 각론에서는 정보기술사회, 동아시아 인권담론 등의 최신이슈, 그리고 여성, 노동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다룬다. 각 장은 모두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각 장 말미에는 ‘참고문헌’과 ‘생각해볼 문제’까지 정리되어 있는 전형적인 인권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각론에서 선정된 각 인권주제들도 훌륭한 글들이지만, 여기서는 총론의 세 기고 글에 특별히 주목해 보고 싶다.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는 으레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서구의 인권사에서 출발하곤 하지만, 김동춘 교수의 “한국의 인권상황과 인권문제”는 인권을 ‘우리의 맥락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다. 한국현대사의 ‘근대성’과 ‘국가(폭력)’문제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분석이 ‘인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현되는 것이 흥미롭다. 조효제 교수의 ‘인권과 시민사회’ 역시 기존의 시민사회론에서 인권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조명한 보기 드문 시도이다.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인권이라는 거대한 주제들이 얽혀있는 맥락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면서, 시민사회가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고 생성하는 장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이영환 교수의 “인권과 사회복지”는 한국적 맥락에서 ‘사회권’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사회권은 인권의 중요한 테마이지만, 상대적으로 홀대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 글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도입된 이래, 더욱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는 한국의 사회권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권에 초점이 맞춰진 앞의 두 글과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 책이 ‘인권’교과서를 표방한다면, 이 책 한권으로 인권일반을 적절하게 개관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각 주제들이 적절하게 선별되어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책에서 선정한 주제들을 다른 인권교과서에 비교해 본다면, 총론에서는 인권의 개념과 원리, 인권사, 인권사상사, 인권운동사, 인권의 국제적·국내적 보호 등이, 각론에서는 수형자, 형사피의자, 아동, 청소년, 이주노동자, 군인 등 소수자의 인권, 그리고 북한인권, 발전권 등의 최신 쟁점 등이 빠져 있다. 물론 세부 주제 몇 가지가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한권의 교재로서 완결성을 생각해보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총론에서 인권 개념이 정초되고, 개념적으로 실천적으로 발전해온 역사에 대한 기술이 빠져 있다. 물론 인권에 우리 맥락에서의 접근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세계사적으로 인권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에 대한 이해는 인권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완결성을 갖춘 인권입문서라면 세계사적으로 인권문제가 어떻게 제기되고 해결되어 왔는지에 대한 개관은 간단하게라도 다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론에서도 최신 인권주제들만 주로 다뤄지고, 고전적인 자유권 문제가 누락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총론에서 김동춘 교수가 지적한대로, 한국사회는 자유권의 보장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자, 정보 등 새로운 인권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수형자와 형사피의자의 인권,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론에서는 그런 이슈들이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닌가 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우리 사회에서 자유권 문제는 이미 낡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 책의 제목을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으로 달았는지도 의문이다. 이 책에 기고된 글들은 ‘편견’과 ‘평등’이라는 키워드에 특별히 귀속된다고 할 수 없으며, 현대인권문제의 핵심은 편견을 넘어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뉘앙스를 가진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를 표제로 단 이유가 궁금하다. 차라리 책의 부제인 “인권을 위한 강의”가 좀 심심하고 재미없긴 해도 책이 추구하는 바를 오해 없이 전달하기엔 더욱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지난번 서평에서 소개한 <인권: 이론과 실천>과 함께 읽을 것을 권해보고 싶다. <인권: 이론과 실천>이 ‘서양인’이 쓴 보다 ‘이론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인권입문서라면,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는 ‘한국인’이 쓴 보다 ‘실천적’이고, 보다 ‘한국적’인 인권입문서이다. 이 두 권의 책들이 각각의 부족한 점을 메우면서 생산적인 하모니를 이룰 것임은 자명하다. 이로써 우리도 ‘인권’에 입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두 권의 훌륭한 저작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서평은 홍성수 교수가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 기고한 것으로, 홍성수 교수는 런던정경대학(LSE) 박사과정에서 인권법과 법사회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숙명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인권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 일종의 인권법총론으로 법학계의 열악한 인권 이해에 대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인권사례들을 수록하였다.
저자소개
이상돈 - 한국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해군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에 유학해서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튤레인 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1~03년 동안에는 학장을 지냈다. 미국 조지아 대학 딘 러스크 센터 교환연구원(1988년), 조지타운 대학 풀브라이트 방문학자(1993~94년)를 지냈고, 1996년 가을 학기에는 로욜라 로스쿨에서 교환교수로 강의를 했다. 저서로는 <비판적 환경주의자>(2006년),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2006년), <지구촌 환경보호와 한국의 환경정책>(1995년),<국제거래법>(1992년),<미국의 헌법과연 방대법원>(1983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상모략>(공역, 2007년), <에코스캠>(1999년)이 있다. 1995년~2003년간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을 지냈고, 그 후에도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에 기고를 했으며, 2007년 들어서는 동아일보에 고정적으로 기고를 해 오고 있다.
목차
제1부 인권의 개념과 한계
1. 인권사상의 기초
2. 근대적 인권사상의 이론적 특성
3. 근대적 인권사상의 실천적 한계
제2부 인권과 주권
4. 정치모델과 인권
5. 하버마스의 인권이론
제3부 현대사회와 인권
6. 인권 개념의 절차화
7. 인권 개념의 세계화
8. 인권 개념의 지역화
제4부 인권의 실현
9. 인권실현모델 - 국가주도와 시민주도
10. 국가인권위원회
서평
근대적 인권개념을 넘어서
1. 인권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
한국사회에서 인권이 담론화된지도 이제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은 ‘인권’을 이야기하고 싸우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인권’이라는 담론이 갖는 의미를 차분하게 평가해 볼 시점이 된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상돈 교수의 <인권법>이 다루고 있는 몇 가지 쟁점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첫 번째 쟁점은 “인권의 보편성”과 “근대적 인권개념”에 대한 의문이고(제1부), 두 번째는 그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해서 “인권개념의 재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고(제2부, 제3부), 세 번째는 그런 이해를 토대로 어떻게 “인권실현의 모델을 만들 것인가”(제4부) 하는 것이다.
2. 근대적 인권개념의 한계
이 책은 먼저 근대적 인권개념의 한계에서부터 시작한다.(제1부) 근대적 인권개념은 18-19세기 근대시민혁명과 더불어 발전하였다. 이에 따르면, 인권이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보편적이고 고정불변하는 권리이며(보편성), 이것은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받아서는 안되며(불가침), 누구에게 양도할 수도 없는(불가양) 권리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근대적 인권사상’이 ‘정치적 소외, ’사회경제적 소외‘, ’문화적 소외‘라는 세가지 실천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정치적 소외란 근대적 인권개념이 민주주의적 주권원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며, 사회경제적 소외란 근대적 인권개념이 사회적 약자의 실질적 자유보장에 취약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소외란 근대적 인권개념이 보편적 인권이라는 명목 하에 타문화권 고유의 이념을 폭력적으로 무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대적 인권개념은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개념이다. 현대적 인권문제가 인권과 주권의 충돌, 사회·경제적 권리이나 문화적 권리의 위상 문제, 문화적 상대주의의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세 가지 소외를 낳는) 근대적 인권개념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권은 보편적이다’, ‘인권은 불가침, 불가양의 천부적 권리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학적 기능’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리고 그 수사학적 기능은 중세봉건권력과 맞서 싸웠던 부르주아혁명 시기에는 의미가 있었을지 몰라도,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의 접근권은 ‘천부인권’이다”라는 근거로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를 주장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위력적인 논거가 된다. 하지만 점심을 굶는 어린이의 인권, 최소한의 주거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인권 또한 천부인권라면, (재화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천부인권보다도 장애인 접근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당장 서울 시내에서 수만명의 어린이가 점심을 굶고 있는데, 수억의 예산을 들여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비를 하는 것은 어떠한 타당성이 있는가? 절대적인 권리가 이렇게 어느 하나를 위해 어느 하나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소위 ‘근대적 인권개념’은 적절한 이론적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대적 인권개념은 재화가 풍부한 서구선진국의 이해관계를 편파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전체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줄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재화를 가진 선진국들은 최소한의 인권을 확보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재화가 부족한 나라에서는 어떤 인권부터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장애인접근권과 최소한의 음식을 먹을 권리가 충돌할 때, 후진국은 어느 한 권리만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서구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권’을 부당하게 ‘선택적’으로만 실현하는 것일 수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이러한 인권침해국에 대한 ‘응징’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어이없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근대적 인권개념으로는 이러한 난관에 대해 어떠한 답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저 ‘인권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다’는 ‘공문구’만을 남발할 뿐이다.
3. 인권개념의 새로운 모색과 대안
그렇다면 근대적 인권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권개념의 재정립은 인권학과 인권운동의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어버린다. 저자는 하버마스(J. Habermas)의 토론정치이론을 이론적 토대로 삼아(제2부), 인권개념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한다.(제3부) 그것은 한마디로 “인권개념은 실체가 아니라 (대화적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107쪽)는 명제이다. 즉, 저자는 인권이 원래부터 보편적으로 일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실체가 아니라, 인권담론에 대한 공정한 공론경쟁을 통해 비로소 ‘절차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권과 주권,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 자유주의와 공화주의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하버마스의 후기 법-정치이론을 응용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보면, ‘인권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라는 명제는 기각되며, 대신 인권담론의 ‘형성절차’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중요한 논점으로 부각된다. 어떠한 인권개념도 선험적으로 절대적인 것으로 전제되지 않으며, 모든 가치들은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공론을 통해 재해석되고, 그러한 합리적 절차의 결과물로서 인권은 비로소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인권개념을 유동적으로 만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권개념을 역동적인 개념으로 재정립하는 장점도 있다. 특히 인권담론의 해석주체로서의 인권담지자의 역할에 주목함으로써, 자칫 시혜적이고 후견적(paternalistic)이기 쉬운 근대적 인권개념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넘어서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제4부에서 이러한 새로운 인권개념에 기반했을 때, 다양한 인권의 실현기제들이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지를 논한다. 인권이 절차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면, 그 절차를 세심하게 가다듬는게 당면과제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국가기구의 역할, 그리고 시민적 공론을 형성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여기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중간에서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하는 ‘의사소통촉매기능’(241쪽)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실천적 제안이다.
4. 해결되지 않은 과제
이 책은 근대적 인권개념의 한계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인권개념을 이론적으로 도출해 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국가의 인권실현기제까지 분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이른바 ‘자기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인권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대개 사회학적 현상분석이나 철학적 고찰에 머물거나, 법제도에 대한 피상적 접근을 넘어서지 못하며, 학제간 연구라고 해도 대개 여러 학문분과의 시각이 나열되는 것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인권관련출판이 이미 ‘거대산업화’되어 버린 서구에서도 이러한 종합적 고찰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주장이 안고 있는 ‘실천적 난점’이다. 형사피의자의 인권을 이야기할 때, 재소자의 인권을 주장할 때, 장애인의 인권을 옹호할 때,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침의 권리이다”라는 모토만큼 선명한 주장은 없다. 이것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주장이 사회적 인정을 받는데 크게 기여한다. 대부분의 인권교재가 인권의 절대성/보편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테다. 하지만 이 책은 실천적 우위를 포기하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인권개념의 절차적 재구성을 주장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완성도는 높지만, 그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동의를 얻기에는 또다른 난관이 존재한다. 성숙하고 건강한 공론영역이 존재하고, 그것이 정치권력을 적절하게 견제하는 사회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근대적 인권개념’을 포기하고, 인권의 다원성, 절차성 등을 주장하는 것은 실천적 차원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의 척박한 공론현실을 고려해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 공론에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재소자에 대한 성폭력문제가 연일 신문 헤드라인을 강타하고 있다. 당신은 재소자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근거로 항의를 조직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재소자의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론영역에서의 사회적 합의절차를 밟아나가는 지리한 노정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인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된 우리 인권현실이 이제 그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어느 선택지를 택하건 그 치열한 고민은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이 서평은 홍성수 교수가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 기고한 것으로, 홍성수 교수는 런던정경대학(LSE) 박사과정에서 인권법과 법사회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숙명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강간죄의 객체, 강간죄의 폭행 협박의 정도,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형사절차적 보호,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개입의 방식,가정폭력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반격행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 등의 주제를 다룬 책. 국내의 형사법률, 이론, 판례 및 실무관행이 명시적 묵시적으로 남성중심적 관념을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하여 철저한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소개
조 국 -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울산대학교, 동국대학교를 거쳐 2001년 12월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2007년 12월 대법원장 지명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어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조사와 구제에 일조하고 있다. 전공인 법학연구를 삶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여력이 되는 대로 전공 밖의 세상일에 관여하고 있다. 법의 제정, 해석, 집행의 문제, 그리고 인권의 보장과 신장의 문제가 애초부터 세상 일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므로. 학술서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로스쿨 형법총론』 등을, 에세이집으로는 『성찰하는 진보』를 발간했다.
목차
제1장 남성중심적 강간죄 형법규정과 해석론 비판
제2장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의 처지와 보호
제3장 매맞는 아내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한계
제4장 매맞는 여성의 대남성 반격행위에 대한 남성중심적 평가
서평
<형사법의 성편향>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vs 여성주의
근대적 인권은 국가권력에 맞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고자 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인권’하면 피의자나 수형자의 인권이 떠오르고, 인권을 ‘국가의 지배’에 맞선 ‘인간의 권리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죄형법정주의, 법익보호원칙, 비례성원칙, 형사절차의 정형화 등이 ‘민주적 법치국가’의 핵심이념으로 자리 잡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념을 바탕으로 성립된 근대 (형사)법체계는 ― 인권보장이라는 나름대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 남성 편향적이고 여성 차별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강간, 성희롱, 아내 구타,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여성의 보호 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여성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된 바 있다. 그래서 여성주의운동진영에서는 강간죄객체규정의 확대, 강간죄 성립요건의 재구성,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자 보호 강화, 매 맞는 여성에 대한 보호 강화, 성희롱의 범죄와, 비동의간음의 범죄와, 반여성적인 포르노그래피 규제 등을 주장해 왔고, 그 중 일부는 법체계 내에서 수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법치국가에서 이러한 여성주의의 주장이 전적으로 수용될 수만은 없다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여성 주의적 관점‘만’을 전적으로 수용하다보면,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국가 원리가 불가피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간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고,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법치국가의 인권보장체계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이상,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성인권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근대시민혁명의 성과인 법치국가적 인권보장체계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치국가원칙을 수호한다는 명목 하에서 여성의 경험과 느낌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며, 반대로 여성 주의적 관점만을 강조하여 법치국가원칙의 침해가능성에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논의는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편에서는 여성의 경험과 느낌을 무시하고, 그것을 ‘중립성’이나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왔다. 이 입장은 ‘중립’이 여성에게는 ‘차별’과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철저히 눈감아 왔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적 인권보장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이 입장은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사형제도가 선고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는가 하면,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자 보호가 피고인의 소송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지 못했다.
여성주의와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 절충? 타협?
<형사법의 성편향>은 바로 이렇게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형사법의 남성편향을 치밀하게 비판하면서도,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원칙을 침해할 위험에 눈감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한편으로 강간죄문제(제1장, 제2장),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의 보호의 문제(제2장), 매 맞는 아내의 문제(제3장, 제4장)에서, 남성 편향적 형사법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함으로써, 진정한 여성인권의 회복을 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동의간음의 범죄화, 간통죄 존속, 성매매에 관한 단선적 범죄화,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개진한다.(제5장) 저자는 한편으로 여성주의의 입장을 형사법체계에 내에 상당 부분 수용하려고 하지만, “모든 반여성적 행위를 일률적으로 범죄 화하려는 여성주의의 요구”(290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컨대, 저자는 여성주의의 문제제기가 법치국가의 인권보장체계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에 대해, ‘어설픈 절충’ 내지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입장이 여성주의진영과 법조계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치국가 형사법의 원칙과 여성주의의 문제제기 중 어느 하나를 배제하지 않는 한, ‘좋은 의미의 절충과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또한 여성주의의 관점은 ‘국가형벌권’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법적 수단으로는 ― 형벌 외에도 ― 민사제재, 행정제제, 제3의 대안(중재, 조정 등)이 있으며, 법 이전에 교육적·사회문화적 해결방안도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이러한 해결방안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법치국가원칙과 여성주의의 입장을 조절하고 절충하다 보면,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여성 주의적 관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안의 ‘형사법에 의한 해결’에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형사법 이외의 다른 해결방안의 모색을 제안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증이 ‘정치적 타협’이나 ‘어설픈 절충’과 명백히 구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의의와 전망
마지막으로,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읽기 쉽다’는 점에 있다. 전문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정돈된 논리를 유려한 문체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법학자는 물론이고 비법학전공자나 일반시민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연구서로서의 품격을 전혀 잃지 않고 있으니, 이런 류의 연구서로서는 가히 모범적이라고 할 만 하다. 또한 이 책은 국내외의 연구 성과를 성실하게 인용하고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점은 이 책의 학문적인 가치를 더해 줌은 물론이고, 관련 분야를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여성주의의 도전과 관련한 ‘형사법’의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 형사법 이외의 다양한 법적·제도적 대안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이 점은 <‘형사법’의 성편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의 불가피한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아쉬운 일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법체계 전반의 성편향과 (형사법 이외의) 여러 법적·제도적 대안에 대한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이 책은 그러한 후속연구를 위한 훌륭한 발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서평은 홍성수 교수가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 기고한 것으로, 홍성수 교수는 런던정경대학(LSE) 박사과정에서 인권법과 법사회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숙명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본서는 병사의 인권(헌법상 기본적 권리)에 대한 개개의 권리들에 대하여 각종 법령을 기초로 문제점을 살펴보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각론적 접근이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많은 미비점이 있으리라는 것을 자인한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계기로 좀 더 풍성한 논의와 활발한 대안이 모색되어 선진적인 병사 권리 보장규범으로 제정되고, 실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자소개
김희수 - 검사, 변호사,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국방부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위원, 검∙경 수사권 조정위원회 위원, 경찰 혁신위원회 위원,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자문위원, 동북아역사재단 감사, KBS전주방송 뉴스해설위원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으며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송문호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전북대학교 중앙도서관 법학분관장,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을 지냈으며, 태스크포스, 중앙인사위원회, 행안부, 사법시험문제은행 출제위원 등 각종 국가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차
처음에 병사의 인권을 생각한다
제1장 병(兵)의 인권에 대한 고찰
1. 병사 인권의 이론적 변천
2. 병사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에 대한 개별적 고찰에 앞서
제2장 병사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
1.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1) 생 명 권 / 2)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권리
3) 자기결정권 / 4) 좁은 의미의 행복추구권
2. 평 등 권
1) 남성만의 병역의무 / 2) 군대에서의 양성평등 문제
3) 제대군인의 공무원 채용시 가산점제도
3. 자유권적 기본권
1) 신체의 자유 / 2) 거주∙이전의 자유
3) 주거의 자유 / 4)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5) 통신의 자유 / 6) 양심의 자유
7) 종교의 자유 / 8) 학문∙예술의 자유
9) 표현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
10) 집회?결사의 자유 / 11) 직업선택의 자유
4. 생존권적 기본권
1)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보수청구권 등)
2) 교육을 받을 권리(자기계발권)
3) 근로자의 권리 / 4) 혼인과 가족∙보건에 관한 권리 / 5) 환 경 권
5. 청구권적 기본권
1) 청 원 권 / 2) 재판청구권 / 3) 국가배상청구권
6. 참 정 권
제3장 인권침해와 군대내 사고-특히 자살과의 관련성
1. 국내 통계 및 연구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본 인권침해와 자살 관련성
2.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결정문 중심으로 본 인권침해와 자살 관련성
제4장 군인 인권 관련 법령제도 및 대안
1. 군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변천과 그 내용 및 실태
1) 군 장병 인권 관련 법제의 변천 과정
2) 군인복무기본법(안) / 3) 국가인권위원회 / 4) 국민권익위원회
2. 병사인권 관련 법령 검토 및 대안
1) 생 명 권 / 2)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권리
3) 자기결정권 / 4) 좁은 의미의 행복추구권
5) 평 등 권 / 6) 신체의 자유 / 7) 거주∙이전의 자유
8) 주거의 자유 / 9)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10) 통신의 자유 / 11) 양심의 자유 / 12) 종교의 자유
13) 학문∙예술의 자유 / 14) 표현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
15) 집회∙결사의 자유 / 16) 직업선택의 자유
17)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보수청구권)
18) 교육을 받을 권리(자기계발권)
19) 근로자의 권리 / 20) 보건에 관한 권리 / 21) 환 경 권
22) 청 원 권 / 23) 재판청구권 / 24) 국가배상청구권
제5장 군인 인권침해 구제 제도에 대한 고찰과 대안의 모색
1. 법률 및 판례 등을 중심으로 본 인권침해 구제와 대안
1) 국가배상법에 의한 구제
2)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구제
2. 병사 인권침해 예방 및 구제를 위한 제도와 대안
1) 독일의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 문제
2) 네덜란드 법률고문관 제도 도입 문제
3) 독일 연방군 군인참여제 도입 문제
4)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군인권소위원회’ 설치∙운영 방안
5)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민원처리 시스템 구축 및 시행 문제
6) 자살방지프로그램 및 체계적인 인권교육 도입 및 운영
서평
본서는 병사의 인권(헌법상 기본적 권리)에 대한 개개의 권리들에 대하여 각종 법령을 기초로 문제점을 살펴보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각론적 접근이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많은 미비점이 있으리라는 것을 자인한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계기로 좀 더 풍성한 논의와 활발한 대안이 모색되어 선진적인 병사 권리 보장규범으로 제정되고, 실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병사의 인권 보호를 위하여 병영생활을 개선하고,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권교육이 지속적·체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각종 연구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던 과제로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연구의 목적이 일단 제도적인 법령과 대안에 있었던 이유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처리된 점은 양해를 구한다. 또한 본서에서 언급되었던 예전의 연구결과 중에서 아직도 반영되지 않는 각종 제안들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밝힌다.
군은 군인만이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성(castle)이 아니다. 국가 내의 또 하나의 영역으로서 누구도 넘보아서는 아니 되는 그러한 성이 아니다. 그 성은 민주국가 내에 존재하는 성이며, 누구나 들어가서 볼 수 있는 성이 되어야 한다. 들어가서 보면 지휘권이 훼손된다는 것은 낡은 구석기 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군대, 국민이 사랑하는 군대만이 존재가치가 있으며, 존재이유가 있다. 국민이 원하는 군대는 내 자식, 내 형제, 내 친구가 군에 입대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고 그러한 곳에서 안전하게 군에 복무하다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군대다.
저자는 병영문화개선 대책위원회 위원으로서 참여를 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깊이 느낀바가 있었다. 군이 정말로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군 수뇌부와 지휘관이 병사들의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행하기만 하면 명령·복종이라는 계급사회의 특성으로 인하여 오히려 일반사회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시행이 가능하고, 그 파급효과도 기대 이상으로 높아 질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군대 내의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군 수뇌부와 지휘관 그리고 상급자들이라고 ….
“만일 한 사회에 대하여 알기 원한다면 감옥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격언이 있다.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로 알려진 구치소와 교도소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의 각종 연구와 조사, 교정 당국 종사자들의 인권 마인드와 노력 등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군은 인권의 무풍지대에서 있었고, 충격적인 군대 내의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에 커다란 반향으로 나타나자 비로소 군대도 본격적으로 군 인권을 거론하면서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몇 건의 조사 결과에서 많은 개선의 결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아울러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도 함께 밝혀졌다.
이제 군대 내의 인권은 우리 사회의 민주성과 인권의 잣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리트머스 시험지에 어떤 색깔이 나타나는가는 바로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군 수뇌부와 지휘관이다. 병사들은 군대라는 명령·복종의 계급사회에서 스스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 위치에 전혀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카마스(Nunca Mas)’라는 뜻은 ‘절대 다시(Never Again)’라는 의미다. 1970-1980년 남미의 독재정권들이 무수히 저지른 고문과 납치, 학살을 자행하는 국민을 상대로 한 더러운 전쟁, 아르헨티나 실종자위원회가 1984년 제출한 보고서 제목이 바로 ‘눈까마스’였다.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다. 과거 우리는 잔혹한 군부 독재와 이로 인한 인권유린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며, 병으로 입대하면 그때부터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던 시대가 분명히 존재하였다. 저자 자신도 그런 군 생활에서 인권의 존재조차도 망각의 세월 속에 묻어야 했던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깊숙하게 남아 있다. 이제 부끄러운 군인의 인권침해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병영문화개선 대책위원회에서 구호로 내걸었던 것이 “가고 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였다. 솔직히 그러한 군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의 후배와 후손들에게 힘들어도 견딜만하고, 힘들어도 남자다운 따스함과 의리 그리고 인간 냄새가 풍겨 나오면서 법치주의가 구현되는 그런 군대를 만들어 그들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움을 기억하고 국가를 위하여 헌신할 수 있는 여건을 이제라도 굳건히 다져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칼자루는 군대 아니 군 수뇌부와 지휘관, 상관들이 쥐고 있다. 각종 비민주적이고 위헌적인 법령의 개폐, 새로운 인권친화적인 제도의 도입 등에 지휘관들이 나서야한다.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은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야만적 행위와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기억하자. 그리고 다시는 그 어리석은 인권 유린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아니 된다. Nunca Mas!
본 저서는 국방부 2008년도 용역보고서로 제출된 바 있다. 그런데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임을 고려하여, 좀 더 많은 사람이 열람하고 같이 고민할 기회를 만들고자 보고서를 수정·보완한 내용을 출판하게 되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