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경찰, 인권교육으로는 어림없다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최근에 알려진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은 충격 아닌 충격이었다. 충격이라는 것은 아직도 고문이라는 전근대적 수법이 잔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충격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고문이 완전히 근절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에서는 고문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추억’할지 모르겠지만, 가깝게는 2002년에도 검찰에서의 고문치사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고문에 대한 증언은 이어져왔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사건들만 살펴보더라도 우리사회에서 고문은 여전히 ‘현실의 문제’라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여하튼 이번 일로 그동안 잊혀지려던 ‘고문경찰’이라는 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권경찰’임을 표방하고, ‘새롭게 바뀌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부 깊숙한 곳에서는 구태의 악습을 벗지 못했음이 자명해졌다. 양천서 사건 이후 경찰이 보여준 태도 또한 이러한 심증을 굳게 한다.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 경찰 스스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임이 금방 드러났다. 인권교육을 하러 간 강사에게 “고문을 봤냐”라고 항의하고, 동료직원들은 여기에 호응하는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백번을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봤냐”라는 식의 항의는 희대의 살인마가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봤소”라고 묻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또 한 직원이 “고문이 아니라 가혹행위”라고 하거나, 서장이 “자연스러운 의견 개진”이라고 한 것에서는 천박함도 엿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사실이라면 양천서에서의 일은 국제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고문임이 명백하다. 물론 우리 형법에는 고문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어서 고문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있었던 고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이례적으로 고문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 서장의 변명도 궁색하다. 외부의 문제제기로 독이 오른 몇 백 명과 마주서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불만을 자연스러운 의견개진이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없다.

 
지난 7월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련의 모습들은 인권교육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인권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강요된 반성이거나 무마를 위한 일회성 인권교육은 답이 될 수 없다. 경찰로 입직하는 과정에서부터 입직 이후 보수교육에 지속적으로 인권감수성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경찰관 직무규칙에 ‘경찰관서의 장’으로 명시되어 있는 인권교육의 의무를 경찰법에 ‘경찰청장’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양천서 사건 이후 각 서별로 이루어지는 일회성 인권교육은 절대 해답이 아니다. 

 또 내부의 자정 노력, 내부의 징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경찰의 특성상 내부에서의 무마도 얼마든지 가능한 조직이다. 외부에서의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경찰위원회를 활성화해 견제의 기능을 강화하고, 경찰옴부즈만, 경찰비리민원조사기구 등 감시와 통제기구를 둘 필요도 있다. 자치경찰제의 전면도입으로 힘을 분산시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고문방지국가예방기구’의 도입도 검토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1995년에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에는 어떠한 유보조항도 달지 않았지만, 국가예방기구의 설립과 고문방지소위원회의 현장방문권을 명시하고 있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는 아직까지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고문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글로벌스탠다드’를 주장하는 현 정부의 지향을 고려한다면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경찰이건 검찰이건 교정시설이건 우리사회에서 고문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문경찰’의 악몽을 재현한 경찰을 두고 경찰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만 요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경찰의 문제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정신 못차린 양천경찰서
인권교육 강사가 ‘고문’ 언급하자 야유
한겨레 홍석재 기자
고문 수사로 물의를 빚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인권교육에 나선 강사가 교육중 야유를 받은 사실이 14일 드러났다.

인권단체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7~8일 이틀 동안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특강을 했다. 첫날 강연은 경찰 간부들과 취재진이 참석한 탓인지 별 탈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양천서 직원 절반이 참석한 둘쨋날 강연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오 국장을 향해 ‘고문하는 것 봤냐’며 빈정댔다. 다른 직원들이 호응하며 손뼉을 쳤고, 오 국장이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자 일부 직원은 ‘어려우면 나가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강당 출입문까지 나갔다가 다른 직원들이 말려 다시 강의를 진행했다.

오 국장은 “일부 직원이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주장했고, 다른 직원들이 박수로 호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검찰과 국가인권위, 언론이 모두 ‘고문’이라고 하는데, 경찰만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라며 “경찰이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재열 양천서장은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연합뉴스 forchis@hani.co.kr



인권 강사에 야유… 정신 못차린 양천署
자정결의대회 특강 도중 "고문하는거 봤냐" 비아냥·퇴장… 한때 강의 중단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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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소속 경찰관들이 구속된 서울 양천경찰서의 일부 경찰관들이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대회에서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양천서 소속경찰관 일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의 조사결과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8일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이 양천서 직원 24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 특강에서 양천서의 고문행위 관련발언을 하던 중 뒷좌석에 앉은 일부 경찰관들이 "고문 하는 걸 봤느냐" "됐어, 그만해"라며 야유를 보냈다는 것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경찰관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오국장은 "이런 식이면 계속하기 어렵다"며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가 5분여간 강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이 설득, 오국장이 다시 강의를 진행했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오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스스로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천서 관계자는 "오국장의 강연에 대해 직원들이 '무죄추정 원칙과 확정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식의 설전이 있었지만 야유행위는 없었다"면서 "오국장은 강연 뒤에 박수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신 못차린’ 양천署…인권강연에 “고문 봤냐” 항의에 박수까지

[쿠키 사회] 소속 경찰관의 피의자 가혹행위로 비난을 받았던 서울 양천경찰서가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대회에서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퍼부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인권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서 일부 경찰관은 인권단체 관계자의 강연 도중 ‘고문하는 것 봤냐’라며 빈정댔고, 다른 동료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손뼉을 쳤는가 하면 야유까지 해 강사가 강연을 중단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양천서에서 특강을 했던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강의 둘째날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니까 여러 명이 손뼉을 치고 호응을 했다”며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 하기 어렵다고 하자 ‘어려우면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갔다가 다른 직원들이 말려 다시 강의를 진행했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양천서 직원 절반이 참석한 인권특강 첫날에는 많은 취재진과 서장, 과장 등 간부진이 함께했지만 나머지 절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둘째 날에는 간부들 없이 평직원만 참석했다.

이날 강의에서 일부 직원은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다른 일부 직원이 박수로 호응했다고 오 국장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양천서 경관, 인권강연 자리에서 빈정대
2010년 07월 14일 20:20

경찰이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결의 대회에서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이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특강을 했던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강의에서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소리를 쳤다고 말했습니다.

경관의 빈정대는 말에 다른 동료가 호응하는 손뼉을 쳤는가 하면 야유까지 해 강사가 강연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한 상황이었다"며 "누구나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연 당시 경찰서 서장을 비롯한 과장급 경관은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엄민재 / happymj@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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