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강사에 야유… 정신 못차린 양천署
자정결의대회 특강 도중 "고문하는거 봤냐" 비아냥·퇴장… 한때 강의 중단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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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소속 경찰관들이 구속된 서울 양천경찰서의 일부 경찰관들이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대회에서 인권교육 강사에게 야유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양천서 소속경찰관 일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의 조사결과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8일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이 양천서 직원 24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 특강에서 양천서의 고문행위 관련발언을 하던 중 뒷좌석에 앉은 일부 경찰관들이 "고문 하는 걸 봤느냐" "됐어, 그만해"라며 야유를 보냈다는 것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경찰관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오국장은 "이런 식이면 계속하기 어렵다"며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가 5분여간 강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이 설득, 오국장이 다시 강의를 진행했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오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스스로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천서 관계자는 "오국장의 강연에 대해 직원들이 '무죄추정 원칙과 확정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식의 설전이 있었지만 야유행위는 없었다"면서 "오국장은 강연 뒤에 박수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문재발방지 자정 노력 일환  
“간부도 교육받아야” 내부지적도



피의자 고문수사로 물의를 빚은 양천경찰서가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천서는 지난 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총 700여 명의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인권보호 교육 및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결의하는 자정대회를 실시했다.  

인권교육이 처음으로 이뤄지던 지난 7일, 양천경찰서 5층 대강당은 양천서 소속 300여 명의 경찰관들로 가득 찼다. 강의는 ‘인권과 경찰활동’이라는 주제로 인권실천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 맡았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직원 대표들은 “선량한 시민의 인권보호는 물론, 피의자 가혹행위 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이제열 양천경찰서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진행된 강의에서 오 국장은 채수창 전 강북청장을 언급하면서 “조직 내 실적경쟁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상급기관에서 실적을 강조한다하더라도 그것이 고문의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국장은 “양천서의 고문행위는 조직적, 지속적, 전문적으로 이뤄져왔다”며 “지난 2002년 발생한 서울지검 강력부의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과 비교했을 때 행위의 결과는 서울지검이 더 잔혹할지 몰라도 과정에 있어서는 양천서 사건도 못지않게 충격적”이라는 말로 경찰들의 자정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오 국장은 강의장을 나서면서 “양천서 사건은 중요한 조직이 사명감을 갖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였다”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찰이 돼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의를 들은 일부 경찰관들은 이러한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하급자들만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김 모 순경은 “(경찰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하위부만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조직을 이끄는 간부들도 우리가 들었던 좋은 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하영 기자

[이슈추적] 포상뿐 아니라 감점 제도까지 도입…
잡범·서민 잡아들이기에 자괴감 들끓는 경찰 조직, 나 몰라라 하는 수뇌부
경찰의 위기다. 서울 양천경찰서 사건은 21세기 들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찰 고문 수사다. 경찰서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실적 평가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적하며 사퇴까지 요구한 ‘항명’이 이어졌다. 이 또한 전례가 드물다. 되돌아보면, 경찰은 늘 ‘북’이었다. 공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비위는 예제없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패배감은 내부 결속으로 견제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현직 경찰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라 부르며 봇물 터진 듯 지휘부를 실명 비판하고 있다. 성과주의 개선 요구와 책임론이 워낙 거세, 현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이라 할 공권력의 ‘인권 경시 풍조’는 되레 논의되지 않는 분위기다.

 

마구잡이식 경쟁, 검거 건수 198% 증가

»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으로 ‘피의자’가 된 경찰관들이 지난 6월23일 서울남부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한겨레 이종찬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요즘 현장 분위기를 간추려줬다. “정작 주인은 피해 사실도 모르는데 그 집 고물을 가져간 노인네를 잡아들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화해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것까지 잡아들이죠. 선처야 법원이 하면 된다는 식으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만 해도 점수니까요. 2007~2008년 지방에 있을 땐 이렇지 않았거든요. 그땐 잡범이나 서민들 잡으면 ‘네가 경찰이냐’ 이런 욕까지 먹었어요.”

자괴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성과주의’에 가닿는다. 이아무개 경관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이 입건되는지… 얼마나 많은 청소년(초등학생 포함)이 길을 지나가다가 검문당하고… 약자라는 이유로 훈방이 가능함에도 실적에 눈멀어 형사처벌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가까운 동료들을 보아도 실적주의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지난 6월30일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글이다.

검거 실적을 계량화하는 경찰 성과주의 제도가 주목받은 건 지난해 2월부터다.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2010년 1월 부임)의 공이 크다. 그해 초 경기지방경찰청장에 부임한 그는 지구대·파출소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첫 달의 실적은 경이롭다. 경기 관내 강절도·수배자 검거가 전년 동월 대비 233% 넘게 증가한다. 강도 24건, 절도 795건, 지명수배자 6736건이 처리된 결과다.

추세는 계속된다. 그해 2~4월 석 달 동안 민생침해 사범(강절도·갈취폭력·약취유인 등) 검거 실적이 3만7804건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1만2687건)에 견줘 198%의 증가치를 보였다. 올 3월 강절도만 966건이 검거됐다. 전년 같은 달은 물론 지난달보다도 50% 안팎이 증가한 수치다.


경기경찰청은 2009년 3월부터 다달이 으뜸순찰팀·형사팀을 선정해 특진, 포상(금전·휴가), 인사상 인센티브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경찰청마다 운용 방식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지만, 이른바 ‘조현오식 성과주의’의 뿌리이며 뼈대다.

경찰의 성과 평가 및 우대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단 조현오식 성과주의는 ‘가점’뿐 아니라, 실적이 낮은 이에게 인사상 불이익이나 감찰 등 ‘감점’을 준다는 점에서 크게 구별된다. 제도를 운영하는 부서가 감찰을 담당하는 청문감사실이란 점이 잘 웅변한다.

문제는 일선 경찰의 지적대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경찰의 마구잡이 실적 경쟁을 부르는 구조다. 경기경찰청의 실적을 뜯어보면, 상대적으로 범죄의 흉악성이나 피해 정도가 덜한 절도범 검거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절대 수치로도 압도적이다.

제도 시행 첫 달부터 석 달 동안의 실적에선 강절도가 1만2362건(전체 민생침해 사범의 32.7%)인데, 첫 달 실적을 보면 강도 검거 수는 전년 2월치와 비교했을 때 5건이 증가한 반면 절도는 541건 늘었다. 전년보다 3.13배 많이 붙잡은 셈이다.

» 서울 강서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21일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며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실적의 80% 가짜, 훈방할 것도 억지 입건”

물론 이 수치만으로는 마구잡이 수사나 인권침해가 얼마나 유발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한겨레21>은 경기경찰청에 지난해 또는 지난달 선정된 1~5위 으뜸순찰팀·형사팀의 검거 실적 내역을 요청했다. 사건 개요, 피의자 연령, 피해 규모를 분석해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를 하기 위함이다. 경기경찰청 실무자는 “올 1월까지의 자료는 모두 폐기했고, 2월 이후 사건 보고는 갖고 있다”면서도 공개를 거부했다. 경기경찰청 홍보실 관계자는 “자료가 좋게 쓰일 것도 아니고, 서울경찰청 문제인데 경기경찰청에서 굳이 자료를 주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대신 수많은 경찰 공무원들이 실적의 ‘속살’을 구체화해준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서울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6월29일 제 직을 던진 뒤다. 채 전 서장은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은 담당 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가혹행위를 하면서까지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 또한 크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의 비판이 되레 빙산의 일각처럼 보인다.

6월29~30일 이틀 새 경찰청 내부 게시판은 성과주의의 실체와 지휘부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현역 경찰들의 실명 비판이 100건가량 이어졌다. “지구대 직원이 빈집털이 절도범을 검거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매일 ‘중고나라’나 뒤져서… 관내 절도 사건 수십 건 터져도 중고생들이 절취한 PMP 중고나라로 검거해 건수 올리는 게 진정한 절도범 검거인가요?”(배◯◯ 경관)

그간의 사건 보도가 이들을 방증한다. 폐지를 줍는 이아무개(62·서울 용산구)씨는 지난해 11월 배달용 신문 30부를 들고 가 고물상에 넘긴 혐의로 입건됐다. 종이값으로 받은 1600원의 대가치곤 아주 쓰다. 당시 신문 배달원도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했단다.

서울 관내의 한 경관은 “술에 취한 사람을 그냥 귀가시키면 실적이 안 되니까, 지인을 통해 112 전화를 하게 한 뒤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기자에게 말한다.

그래서 게시판엔 이런 글도 있다. “(실적의) 80%가 가짜랍니다. 전에 훈방하고 민사관계 상담 종결하던 것을 억지로 입건하는 등….”(어◯◯ 경관)

 

말단 조직원에게 책임 돌리는 지휘부

»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오른쪽)이 6월28일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실적주의가 고문 사건을 낳았다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채 전 서장에겐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한겨레 신소영 기자

지난해 4~9월 54명의 경관이 실적을 조작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혜화경찰서의 한 경위는 하나의 공갈 사건을 피해자별로 나눠 전산 입력을 했다 들통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찰청 소속이 19명으로 1위, 경기경찰청 소속이 9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이 모든 폐단이 ‘성과주의’로만 해석되는 데엔 무리가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0만이나 되는 조직을 관리하는 데 정밀한 평가 시스템은 필요하다”며 “다만 언제나 원칙이 인권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 전 서장부터 “실적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을 집행함에 있어 절차를 얼마나 잘 준수하고 얼마나 인권을 우선시했는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부임 이전에 발생했다. 현 정부의 ‘인권 경시’ 풍조가 또 다른 근원으로 지목되는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만큼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대통령도 드물다. “법질서 확립이 선진화의 핵심 인프라”라는 것이다. 결과는 촛불집회 과잉 진압, 국가인권위 축소, 서울광장 봉쇄,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진압 등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실적주의만으로 “한국의 인권 상황이 (이명박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역주행”(국제앰네스티 발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징적으로, 촛불집회 국면에서 인권위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발표했지만 법무부와 경찰은 반발했다.

일선 경찰은 조직 수뇌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전·현직 하위직 경찰 공무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무궁화클럽’은 실적주의가 경찰 가혹행위의 원인이 됐는지 등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지난 6월30일 제출하며 “실적 경쟁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은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단 조 청장은 “내가 와서 강조한 성과주의와 양천경찰서 가혹행위는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예전의 성과주의를 완화시켜왔다”고 말했다. 양천경찰서 사건 또한 해당 팀의 문제로 국한시켰다.

하지만 논란이 쉬이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조 청장이 경기경찰청장 시절 으뜸팀을 포상할 때마다 “과도한 실적 경쟁이나 무리한 단속으로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는데, 이것만으로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채 전 서장은 항명 파동과 관련해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선 경찰과 시민사회의 더 큰 반발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채 전 서장은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관에게 미루면서 조직원 잘못에 절대 관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지휘부의 무책임하고 얼굴 두꺼운 행태에 분개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규제 대상은 국민 아닌 경찰

강희락 경찰청장은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그러나 사태가 일단락될지언정, 현 공권력의 태도가 달라질지 내다보긴 어렵다. 한 경관은 이렇게 사태를 정리했다. “성과주의-집중 감찰-인사 조치-스트레스 과로사-고문-구속-항명-망신.” 하지만 이 사이에 ‘인권’과 ‘기강 해이’는 들어 있지 않다.

무궁화클럽 전경수 회장은 “과도한 실적 압박을 받다 보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며 “사람 한두 명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제도를 바꾸고 경찰 민주화가 진행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한 경관은 “(성과주의 문제는) 국민을 섬기는 대상이 아니라 규제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서 지적했다. 이야말로 공권력의 본분이 ‘인권 수호’에 있음을 말해준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오창익 '경찰 고문논란, 성과주의 탓만 돌려선 안돼'
고문? 실수? 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다행스러워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2010-07-09 14:23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0년 7월 8(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 출 연 :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정관용>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피의자들한테 가혹행위를 했다... 그래서 검찰조사를 받고 계속 사건이 진행 중인데요. 그 양천경찰서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합니다. 강사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인데요. 전화로 연결해 봅니다. 오 국장님, 안녕하세요.

▷오창익>네. 안녕하세요.

▶정관용> 언제 가셔서 하셨어요? ▷오창익>어제, 오늘 이틀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오늘도 하셨어요?

▷오창익>네.

▶정관용> 대상은요?

▷오창익> 양천경찰서 직원이 한 700명 되는데요. 전부다 했고 이틀에 걸쳐 나눠서 했습니다.

▶정관용>700명 절반씩. 그러면 서장도 같이 들었나요?

▷오창익>어제는 서장님하고 과장님도 들으시고요. 오늘 두 번 연속해서 듣진 않으셨고요.

▶정관용> 원래 오창익 국장께서 이런 경찰서 가서 인권교육 많이 하세요?

▷오창익> 지난 정부 시기에는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일 때는 많이 했는데요. 400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경찰의 요청이 전혀 없었고요. 어제, 오늘 강의 합해서 4번했나? 그렇습니다. 2년 반 동안요.

▶정관용> 횟수가 상당히 비교가 되네요.

▷오창익> 비교가 됩니다.

▶정관용> 그런데 양천경찰서측에서 요청이 왔던 가요?

▷오창익>그건 아니고요. 양천경찰서에서 국민들 놀라실만한 일이 터지니까 강서양천시민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지역단체가 있는가 봅니다. 그 단체에서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문이라는 게 웬 말이냐. 재발방지 약속을 해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양천서 서장하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라. 그래서 양천서에서 수용을 했고요.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하신 말씀이 그렇지만 강사는 우리가 지명하는 사람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강서양천시민모임이 저를 지명했고요. 제가 어제, 오늘 가게 됐습니다.

▶정관용> 그거를 지금 경찰서에서 받아들인 거군요.

▷오창익>수용한 겁니다.

▶정관용> 그래요. 700명 직원을 반으로 나눠서 몇 시간 동안 하신 거예요?

▷오창익>한 시간 반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한 시간 반... 어떤 내용을 강의하셨어요?

▷오창익>일단은 뭐 고문이 있었으니까요. 충격적인 일인데 그것도 21세기에 있었으니까 고문이라는 일이 왜 벌어지는지 고문이라는 것이 왜 있어서는 안 되는지 기본적인 말씀을 나눴는데요. 사실은 용어사용부터 좀 충돌이 있었습니다.

▶정관용>어떻게요?

▷오창익>직원 선생님들, 경찰관 선생님들도 그렇고요. 대부분이 고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어떤 분은 열심히 일하던 직원이 실수한 것 아니냐. 이런 말씀 하셨고요.

고문? 실수/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정관용> 실수라는 단어.

▷오창익>네. 또는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오늘 특히 그런 충돌이 많았는데 직원 선생님들 중에서 어떤 분들께서는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고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용어를 우리 국민들이나 언론이 보는 것과 좀 다른 용어를 구사하거나 그래서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게 보였습니다.

▶정관용> 열심히 일하다가 벌어진 실수, 이거는 정말 충격적인 단어고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요, 라고 했다고요?

▷오창익> 네.

▶정관용>그렇다면 가혹행위와 고문을 그분은 분리한다는 거죠?

▷오창익>그렇죠. 그런데.

▶정관용>분리가 되나요?

▷오창익>안 됩니다. 가혹행위가 고문이거든요. 고문이라는 게 물리력을 사용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문도 상당히 있습니다. 과거 군사독제시절에도 그랬고요. 일제 강점기에도 단 한 대도 때리지 않고도 수사 받는 피의자, 피고인을 굴복시키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었거든요.

▶정관용> 잠 안 재우기, 이런 게 대표적인 것 아니에요?

▷오창익> 잠 안 재우기, 면벽반성이라고 그래서 벽보고 그냥 서 있게 하기, 화장실 안 보내기, 이런 것들이 사실 고문이거든요. 상대를 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는 건데 사실 이런 걸 구분하고 계시는 게 안타까웠고요. 물론 심정적으로는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동료가 5명이나 구속됐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건 알겠지만 국민 일반정서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는 걸 어제, 오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관용> 강연을 많이 다니시다 보면 청중들의 반응을 보면 느낌이 오잖아요. 좀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던가요? 아니면 아, 정말 새로 좋은 걸 배웠다. 이런 분위기던가요? 어떤 분위기던가요?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오창익>초반에는요. 마치 제가 점령군처럼 저를 여기시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참 원하지 않는 실수든 가혹행위가 있어서 저런 사람이 와서 강의하는 구나. 해가지고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반발도 하셨고요. 아까 말씀드린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실랑이도 있었는데요. 대화를 해나가면서 우리 경찰이 매우 중요한 조직인데 이런 식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또 고문이라는 게 왜 안 되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람을 파괴하거든요. 피의자, 피고인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고문경찰관들도 구속되고 정말 폐가망신하고 파괴합니다. 그리고 법질서도 허물어트리고요. 이런 얘기를 차분히 해나가니까 후반부에서는 좀 동의해 주시고 긍정해 주시고 그래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관용> 그런 고문을 한 사람은 예를 들어서 발각돼서 체포되고 이렇게 돼서 사람이 파괴되는 것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의 성격을 파괴하지 않나요?

▷오창익>그럼요. 그리고 문제는 이제 구체적인 범죄활동을 하는 건데 나는 더 많은 절도범, 강도범을 검거하기 위해서 이러면서 일종의 자기최면 비슷한 게 생겨가지고요. 잘못하고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이상한 현상도 벌어지게 되고요. 또 하나는 폭력이 만성화되게 되면요. 일상화 되면서요.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고요. 그거는 직장생활만이 아니고 가정생활이나 이런 데도 영향을 미치고요. 과거 고문했던 경찰관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납니다.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정관용> 네. 지금 말씀하신 자기최면,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게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서울경찰청의 성과주의 때문이다. 이러면서 최수창 경찰서장이 자진사퇴하고 서울 발음이 이상하네요. 서울지방경찰청장 동반 사퇴하자. 이랬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가서 강의, 물론 강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같이 대화를 좀 나누면서 보시면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오창익> 직원 선생님들은 성과주의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견해에 반대하는 게 성적경쟁을 부추긴다고 해서 아무나 다 컨닝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뭐 지휘부가 성과주의를 강조했던 게 물론 서울경찰청장의 잘못이 큽니다만 그분만 성과주의, 실적주의를 강조했던 건 아니고요. 조직운영하면서 일정하게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찰관들이 성과주의, 실적주의라는 것 뒤에 좀 숨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성과주의 때문에 위에서 계속 실적을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실수하게 됐다, 라고 하면 좀 마음이 편하죠. 그 다음에 실적주의가 강조되더라도 해서 안 될 일, 해야 될 일은 엄격히 구분돼야 되는데요. 고문은 당연히 해선 안 되는 일이고요. 특히 고문은 굉장히 쉬운 게 일제 강점기,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오면서 어떤 경우에도 고문은 안 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었고 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른 수사상의 일탈과 좀 다르거든요. 고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 시민들도 다 알고 있는데 그거를 생활로 하시는 경찰관들이 고문을 했다는 건 성과주의, 실적주의 뒤에 숨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관용>그러면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의식의 부족?

▷오창익>의식의 부족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를테면 낚시하는 분들이 이제 낚시할 때 손맛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경찰관들은 범인검거를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뜁니다. 그러니까 지휘부나 대통령이 굳이 실적주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만나거나 이랬을 때 정신적으로 연대하면서요. 강도, 절도, 성폭력범, 특히 이런 사람들 검거를 위해 굉장히 노력합니다. 그게 이제 경찰 내부의 그런 관성이거든요. 그런 관성이 수사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윽박질러서라도 또는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고 싶은 거로 연결되기 십상이거든요. 이럴 때 정치권력이나 경찰 지휘부가 해야 될 일은 수사라는 게 꼭 범인을 검거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적법 절차의 원칙에 따라서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목적이다. 10명의 도둑놈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시민이 없어야 한다. 왜 우리가 주권자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그야말로 이성의 목소리를 계속 호소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경찰이 좀 통제가 되거든요. 모든 권력이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요. 대통령께서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신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정관용> 권력에 대한 견제, 이것이 작동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창익> 경찰지휘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범인검거를 독려하면서 인권보장을 똑같은 무게로 강조해도 안 됩니다. 인권부분을 훨씬 더 강조해야 균형이 맞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휘부나 정부에서는 범인 검거를 훨씬 더 강한 강도로 독려했거든요.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정관용> 그리고 인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고?

▷오창익>교육만 없었던 게 아니라 뭐 강조를 하지 않으셨죠. 그러니까 이렇게 온 것 같습니다.

▶정관용> 네. 이렇게 한 번 한 시간 반 강의했다고 확 달라질까요?

▷오창익> 전혀 안 달라질 거 같고요. 만약 한 번 교육으로 누군가가 바뀐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되고요. 일단은 교육을 통해서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데 제도적으로 좀 바뀌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는 법률에 의한 통제 또는 제도에 의한 통제를 통해서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만들어 줘야 되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권력은 어쨌든 분출하려고 한다. 것을 견제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여기까지 듣죠. 오창익 국장 수고하셨습니다.

▷오창익> 네. 고맙습니다.


<현장에서>
양천署의 ‘뒤늦은 인권반성’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7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경찰서 대강당은 ‘인권보호 서약서’를 낭독하는 경찰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른바 ‘고문경찰’로 물의를 빚은 양천경찰서가 뒤늦게 반성의 시간을 마련한 것. 이날 양천경찰서 전 직원은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 교육’을 열어 “인권을 보호하고 공직 기강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했다.

구속된 양천경찰서 강력팀 경찰 5명은 지난 3월 절도, 마약 소지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날개 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경찰들의 피해자 고문 사실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이 경찰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고, 경찰청과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가 드러나자 “실적주의에 시달리다 보니 과한 수사를 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도 늘어놨다. 이에 지난 6월28일에는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 사건은 경찰의 성과주의와 상명하복 문화 때문”이라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강사로 초청돼 ‘인권과 경찰활동’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양천경찰서 고문 의혹이 경찰의 실적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권력 행사 자체가 법률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의 행사가 기본권의 보장, 적법절차의 준수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합법의 탈을 쓴 불법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가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진정성을 담아내는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윤정아 사회부 기자 jayoon@munhwa.com

경찰의 고문에 대한 인권연대 논평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경찰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고문이 자행되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다.

 경찰에 의해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놀라운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의 고문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치밀하게 진행되었다. 경찰은 최소한 22명의 피의자를 고문했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테이프로 얼굴을 감고, 폭행했으며, 뒤로 수갑을 채우고 팔을 꺾어 올리는 등의 고문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인권이 후퇴하고 있지만, 고문이 다시 등장한 것은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일이다.

 고문은 국가가 직접 자행하는 가장 악질적인 국가범죄다. 수사상 성과를 위한 것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인류 양심에 대한 모독이며, 인간 파괴행위이다. 고문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훼손하며,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야만행위다.

 이런 야만행위가 21세기,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적지 않은 경찰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양천경찰서는 고문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고문 피해자가 22명이나 되고, 이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경찰의 부인은 그저 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구차한 행태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고문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전문적인 고문기법에 대해 진술하고 있고, 고문으로 인한 상해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은 고문이 자행되었음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고문이 서울 양천경찰서에서만 자행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의 다른 경찰서, 지역의 경찰서, 검찰이나 군 수사기관은 과연 고문 문제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지 묻고 싶다. 따라서 각급 수사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고문실태 조사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 조사활동은 재야법조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고문 가해자들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어 있는 고문가해자들을 찾아내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추악한 국가범죄인 고문은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이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인권을 홀대하고, 인권에 무관심하면, 고문 문제는 언제 어디서 다시 터져나올지 모른다. 제발, 민심을 반영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는 방향에서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 정권은 물론, 국민마저 불행하게 만들지 않기 바란다.  

2010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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