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범정부 차원의 인권 홀대가 낳은 조직적 고문 사태… 경찰 감시조사기구와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 필요
»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 6월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고문은 조직적으로 지속됐다. 수법도 전문적이다. 서울 양천경찰서만은 아닐 거다. 마포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서도 고문 사건이 터졌고, 비슷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강북경찰서 서장은 실적 경쟁에 내몬 경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실적만 강조하면 유사한 사건이 이어질 거라고 경고한 그가 내놓은 해법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퇴진이었다.

 

‘법질서’의 말뜻을 뒤집어버린 이명박 정부

경찰 지휘부가 실적을 강조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현 사태를 성과주의로만 설명하는 건 본질적이지 않다. 조 청장이 유별났다지만,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다 커닝을 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그 과정이 고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고문은 인간을 파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질 범죄다. 전쟁과 민간인 학살 빼고, 국가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죄질 나쁜 범죄일 게다. 실적을 위해 고문을 한다지만, 고문의 뒤끝이 어떤지는 1987년 박종철 사건이나 2002년 서울지검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됐다. 조직을 위해 일했다지만, 조직은 고문 가해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사실 경찰은 일상적으로 고문의 유혹을 느끼기 쉽다. 범죄자가 분명해 보이는데 범행을 부인하면 화가 나고, 몇 대 때려서라도 자백을 받고 싶어질 수 있다. 공권력이 갖는 관성의 힘은 그래서 무섭다.


과정은 어떻게 되어도 범인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공권력의 욕구와 유혹을 통제하기 위해 문명국가들은 법치주의를 고안해냈다. 수사 활동이 범인 검거만 우선할 게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리다. 형사법은 인권 보장은 외면하고 범인 검거에만 골몰하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관성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범인 검거만 생각한다면 형사법은 효율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일 뿐이다. 저비용·고효율에 적합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수사 활동을 진행하는 까닭이다. 수사가 사람을 겨냥하기에 한없이 신중해야 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를 줄이는 통제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법의 지배, 법질서다.

하지만 현 정권은 대통령부터 법의 지배, 법질서란 말뜻을 거꾸로 뒤집어버렸다. 법의 지배가 겨냥하는 건 대통령 자신과 경찰처럼 크든 작든 권한을 휘두르는 이들인데, 언제부턴가 국민을 윽박지르는 구호가 됐다. 대통령은 일을 하다 보면 접시를 깰 수도 있다며,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강조했다. 정권에 코드 맞추기가 체질이 된 경찰은 선무당처럼 굴었다. 범정부 차원의 인권 홀대는 고문 사태로 이어졌다.

경찰 지휘부나 대통령의 요구는 언제나 인권에 맞춰져야 한다. 욕구와 감정이 실적을 좇을 때, 지도자들은 관성의 힘을 거스르는 이성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적과 인권을 똑같이 강조해도 안 되고, 오로지 인권만 강조해야 그나마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고문 사건이 터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법 집행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고 “어떤 이유로든 수사 과정에서 고문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고문 사건이 터지면 경찰 지휘부가 책임진다는 작은 교훈이라도 남겨야 한다.

 

지휘부가 책임진다는 교훈 남겨야

지휘부의 퇴진만으로 끝낼 일은 당연히 아니다. 고문 근절의 약속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찰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난맥상을 보이는 경찰 인사를 혁신하고, 구조적인 개혁도 해야 한다. 경찰 혁신은 상식의 복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권력에는 반드시 감시가 필요하다는 상식, 권력은 독점되면 안 되고 쪼개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상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경찰만을 감시하는 독립된 감시조사기구가 출범하고, 자치경찰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경찰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에 대한 시민적·민주적 통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1997년과 2002년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지만,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냥 놔두면, 경찰은 더 큰 사고를 칠 거다. 그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 될 거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인권과 시민권의 개념사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더 이상 ‘인권’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외 보수진영에서도 북한‘인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강대국이 분쟁지역에 개입할 때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해당지역 주민의 ‘인권’이다. 이제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진보나 보수를 표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권을 옹호하는 주장이 인권에 의해 논박되는 경우도 있다. 형사피의자의 인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는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반론에 부딪히곤 하고, CCTV 설치로 인한 인권침해는 ‘범죄로부터의 자유로울 권리’와 대립한다. 최근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개인정보보호권이 학부모들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인권의 개념 자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이 인권개념의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인권’(최현 저, 책세상, 2008)을 펼쳐 보는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권에 관한 굵직굵직한 단행본들이 여러 권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짧으면서 가장 평이하게 쓰여진 훌륭한 인권 대중서라고 할 수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100쪽 남짓의 이 깜찍한 책에 인권개념의 역사가 알차게 정리되어 있다. ‘안티고네’에서 보여지는 인권개념의 원형에서 출발해서, 근대와 현대의 인권개념을 시대 순으로 경쾌하게 스케치하고 나더니,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독자들을 위해 책 말미에서는 지구화시대의 인권에 대한 전망까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인권사에 대한 훌륭한 저술인 ‘인권의 역사’(스기하라, 한울, 1995)와 비교해 보면, 난이도는 더 평이하고, 현대적 쟁점까지 포괄되어 있는데다가, 그림까지 곁들여져 있는 편집은 더욱 훌륭하다. 누군가 인권입문서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이제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또한 그동안 인권논의에서 잘 다뤄지고 있지 않던 ‘다문화사회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해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현실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고대 인권 사상에서 출발해서, 자유권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인권사상을 소개한 뒤, 이것이 20세기 이후의 사회권으로 발전해 나가는 점을 차례로 서술하고 있는 것은 여느 인권사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권개념사를 ‘시민권’과 연관시키는 서술은 이 책만의 특징이다. 책의 서두에서 인권을 ‘도덕적·당위적·추상적 차원에서 논의된 인간의 권리’로, 시민권을 ‘제도적·법적·현실적으로 보장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권의 ‘이념’이 시민권의 ‘제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권과 시민권의 동학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면서, ‘기본권’이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왕에 ‘개념’에 천착하기로 했다면, 인권, 시민권, 기본권 등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권 관련 개념을 모두 다루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인권이념의 추상성은 제도화된 시민권을 통해 극복되고, 시민권의 한계가 인권논의의 개방성에 의해 보완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통찰이다. 하지만, 이 인권과 시민권의 상호작용에, 우리 헌정질서가 기초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우리의 헌정질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민들은 기본권을 근거로 하여 권리를 보장받고 구제를 받는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인권과 시민권의 개념사를 다루면서 기본권을 빠뜨린다는 것은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게 보면 우리 인권 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권을 연구하는 (헌)법학자들은 초실정적인 인권이념의 풍부한 논점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고, 반면 인권이나 시민권을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자들은 기본권이 우리 헌정질서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규범’이라는 사실에 눈감곤 한다. 인권논의들의 상당수가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헌법이론을 통해 이미 규범화된 것이 많고, 기본권은 이미 헌법재판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규범을 도외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한 철학적인 인권이념이나 사회학적인 시민권이론이 독자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헌법학의 기본권이론으로 해명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질 때,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판례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권보호의 사각지대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할 때, 인권/시민권 논의의 독자적 가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을 말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헌법의 기본권이론과 헌법재판소 판례‘도’ 뒤적거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목 없음

 지난 9월 23일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실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날 기자회견은 이주노동자이자 기독교인이고 난민인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란출신 난민 O씨는 3년9개월째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다. 그는 두 달 가까이 곡기를 끊은 채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공식적인 국내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 외국인들을 “강제 퇴거” 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용하는 구금시설인데, 그 환경이나 구금자에 대한 처우는 일반 형사범을 수용하는 교도소보다 훨씬 못하다. 일반적으로 교도소에서 3년 이상 복역한다면 매우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 볼 수 있는데, 난민 O씨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어떤 범죄행위도 하지 않았다. 다만 출입국 관련 행정절차를 어겼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난민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죄(?) 밖에 없다.

 올해 2월 대법원은 O씨의 난민인정 요구를 최종 기각했다. 이것은 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난민 O씨는 2005년 5월 31일 한국에 입국했다. 무슬림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이 곳 저 곳에서 일을 하다가 동두천 모 교회에서 열린 쿠르드 예배에 참석하고 나서부터 기독교로 개종하게 된다. 그런데 그해 11월 한국에 와 있는 어떤 이란 사람과 술을 마시다 취한 상태에서 그가 권한 “하쉬쉬”라는 담배를 받아 피웠다. 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경찰이 들이닥쳐 ‘마약 복용’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한국은 범죄와 연관되지 않은 마약흡입 행위에 대해서조차 대단히 엄격하게 처벌하는 나라다. 전인권, 김부선 씨 등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이 때문에 가혹한 처벌을 받았고 그 문제점 또한 적지 않게 지적되었다. 결국 그는 뜻하지 않게 체포되어 집행유예지만 유죄를 선고받게 되었고, 2005년 12월 12일 “강제퇴거” 명령과 더불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히게 된다. O씨는 이곳에 수감되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가면 기독교로 개종한 것 때문에 박해를 받게 된다며 난민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듬해 3월 그의 신청을 기각했고,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O씨의 3년여에 걸친 기나긴 법정투쟁이 이어지게 되었다.

 대법원은 그가 한국에 입국하게 된 동기가 경제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보호소에 수감된 이후 뒤늦게 세례를 받았고, 이란 영사관 직원에게 개종사실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론 난민협약상의 박해라고 부를만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을 거라 예상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란의 현실상황을 모르고 내린 판결이다. 2009년 9월 9일 이란 정부는 “배교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입국 동기야 어떻든 간에 3년여에 걸친 기나긴 재판과정에서 그의 개종사실을 이란 정부가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고, 만일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장기 구금된 이란인의 강제송환과
장기 구금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국의 난민인정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입국 관련 통계에 따르면 1994년 한국이 난민협약을 비준한 이래 올해 4월까지 난민신청자 2,262명 가운데 107명만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채 5%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비자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자”로 몰려 외국인보호소에 갇히게 된 난민신청자들의 경우 인정받게 될 확률은 소수점 이하다. O씨는 그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3년9개월을 기다려 왔다. 이것만으로도 개종 때문에 난민지위를 신청한 그의 진정성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 아닌가?

 한국을 비롯해 난민협약에 가입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난민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정치적, 종교적 난민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경제적 난민’의 경우 아예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하지만 난민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정치상황이 불안정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 서민들이다. 이런 나라들에 있어서 난민 협약상 박해의 사유가 되는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독재국가일수록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당연히 이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불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정권은 이것을 분쇄하기 위해 종교를 내세워 국민을 분열시키고 인권을 탄압한다. 난민 협약이 단지 립 서비스가 아니라면 협약 비준국들은 이런 사정을 정확히 반영해서 원래 취지인 인도주의 정신에 맞게 난민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난민문제를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와 연결시켜 난민인정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고서도 대외적으로는 “따뜻한 다문화 국가”를 지향한다며 선전한다.

 장기간의 단식투쟁에다 3년 9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겪고 있는 난민 O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그를 만나서 문진하고 돌아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한 의사에 따르면 “하루 내내 지속되는 가슴통증과 복부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점점 증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최근 흑색 변이 잦다는 것으로 보아 십이지장 출혈도 의심”된다고 한다. 난민 O씨에겐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데도, 화성외국인보호소가 자체 의료진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출입국 당국은 그동안 법원에서 난민인정 요구가 기각된 만큼 행정절차에 따라 강제 송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난민 인정여부와 관계없이 자국에 송환되면 박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은 난민이라 할 수 있다. 본국으로 송환되면 생명마저 보장받기 어려운 난민을 강제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상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인권보장을 존재이유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더욱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난민 심사 및 재판과정이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출입국 당국이나 재판부 모두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O씨의 박해 가능성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절차가 공정했다고 볼 수 없다. 아무리 본인이 원했다 해도 난민인정을 받기 위해 3년9개월을 교도소보다 더 못한 구금시설에 가둬 놓는 것은 반인권적인 처사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O씨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법무부는 지금 당장 난민 O씨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석방하고 난민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지 O씨의 경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희망의 땅”으로 여기고 왔다가 절망만 가득안고 다시 위험 속으로 내던져지고 있는 이주노동자,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제도개선과 적절한 인권구제조치가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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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인권을 가볍고 쉽게” [2009.09.17. 제778호]
▣ 안수찬 정용일
[VS] 강산에와 번갈아 인권 콘서트 여는 김C… “직구보다 더 통쾌한 변화구를 찾아서”

 

인권 콘서트가 열린다. ‘재야 노래패’가 등장하는 무대가 아니다. ‘뜨거운 감자’와 강산에가 앞으로 1년 동안 매달 번갈아 가며 ‘인권 콘서트 HUMAN’을 연다. 인권연대와 다음기획이 주최하고 <한겨레21>이 후원한다. 9월20일 오후 5시 서울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첫 무대가 열리는데, ‘뜨거운 감자’가 선발을 맡았다. 강산에는 10월에 열리는 두 번째 콘서트를 맡았다. ‘뜨거운 감자’의 보컬 김C를 9월9일 오후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1박2일’ 촬영에 정신없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왜 인권을 말하는 걸까.

» 김C
-‘인권을 음악으로 말한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다. 무슨 뜻인가.

= 잘 살기 위해 누릴 수 있는,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가 인권이다. 지금 이렇게 돈 내고 차를 마시는 데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권리 역시 인권이다. 약자들이 그 권리를 잘 누리지 못했다. 음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심각하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콘서트를 하면 (인권도) 가볍고 쉬워질 것 같다.

- 인권 탄압을 당한 적이 있나.

= 2000년 무렵, 좌석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운전사가 난폭하게 곡예하듯이 운전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우리는 요금을 냈고, (안전하게 타고 갈) 권리가 있다. 버스운전사에게 항의했더니 오히려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 때문에 빨리 못 간다”면서 승객에게 “빨리 가고 싶으면 버스에서 내려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느리게 운전했다. 버스 승객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난폭 운행에) 길들여진 거지. 나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누릴 권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 가수로 데뷔하기 전인가.

= 그렇다. ‘루저’(loser) 시절에는 그런 모순에 집중하게 된다. 루저는 시간이 되게 많다. 처음에는 ‘난 왜 이러지’ 불만을 품다가, 그렇게 된 이유를 외부에서 찾게 된다. 그러다 모순을 발견하고, 그걸 이야기한다. 그런 루저들 때문에 세상이 많이 변한다. 인터넷에 세상에 대한 불만도 쏟아내고….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은 그렇게 못한다.

- 지금보다 덜 유명했던 2004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뮤지션은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뮤지션이나 다른 예술가들이 하는 말은 파급력이 크다. 그래서 뮤지션은 똑똑해야 한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 변함이 없다. 자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지션이라면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 무책임하게 던지는 말보다는 좋은 가치관을 이야기해야 한다.

-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나.

= 학문을 공부한 적은 없으니, 그런 방면에서 똑똑할 리는 없다. 그러나 내가 어떤 주장을 할 때,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 ‘인권 콘서트 HUMAN’
- 최근 어느 보수 논객이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영화배우 김민선씨의 글을 보고 “자기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아, 그 사람은 혼자서 이슈나 상황을 못 만든다. 어떤 이슈를 숙주 삼아 거기에 붙어서 자라는 것 같다. 지적 수준이 안 되면 말할 권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데, 참 위험한 사람이다. 그러면 서울대 나온 사람들만 세상에 대한 발언권이 있다는 건가. 참 오만한 태도다. 도대체 서울대가 뭔가. 그냥 대학이다. 서울대를 나왔다고 내 문제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김민선씨의 그 표현은 언론과 인터뷰한 것도 아니고, 사적 공간인 미니홈피에 일기처럼 적은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자신의 주장을 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권리를 뺏는 일이다.

- 지난 6월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에 참가했다. 그런 행동을 정치적으로 비틀어 보는 눈이 걱정되지 않았나.

= 별로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예를 들어 넬슨 만델라 추모 공연에 뮤지션이 참가했다면, 그것 참 영광스런 일 아닌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라도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가는 길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평범하고 작은 일 가운데 하나다. 나는 ‘폴리테이너’(정치 성향이 강한 연예인)가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을 주저하거나 못하지는 않는다. 내 행동을 정치적으로 왜곡해서 본다면 슬퍼질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내 행동을 굳이 비틀어 보겠다면,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슬프긴 한데 어떻게 하겠는가. 내 의도가 그게 아닌데….

- 그런 일 때문에 방송 출연을 못한다면.

= 힘들겠지. 그래도 아마 멋진 음악은 나올 것이다. 아티스트에게 가난은 하나의 덕목이다.

- 예전에는 방송 오락프로 출연에 대해 “(앨범) 홍보를 위해 억지로 한다”고 했다. 요즘은 어떤가.

= 재밌는 시간도 있긴 한데, 참 힘들다. 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드나 타이밍을 모른다. 다만 내 옆에 정말 대단한 전문가들이 있다. 나는 거기서 일종의 ‘시민 대표’로 그냥 서 있다. 그걸 편집으로 잘 받쳐주고…. 방송 활동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도움이 된다. 내가 4집 앨범까지 냈는데, 단 10원도 인세를 못 받았다. 기획사 처지에서는 내가 음악을 하지 않는 게 이득일 것이다. 앨범을 내려면 돈이 들어가니까. 그러나 음악을 하지 않는다면 나한테 다른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음악만 하면서도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나는 왜 음악만 하지 못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우리 음악이 후졌나 보다 하면서 자괴한다. 그렇다고 음악을 안 할 수는 없다.

- ‘뜨거운 감자’의 음악을 들어보면 1집에서는 비통한 사랑, 4집에서는 안온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다. (‘뜨거운 감자’는 2000년 1집, 2003년 2집, 2006년 3집, 그리고 지난해 9월 4집을 냈다.)

= 내가 1집을 냈을 때가 서른 살이다. 그 가사는 대부분 20대 때 썼다. 그때는 ‘나한테 시속 150km의 직구가 있으니, 어디 칠 테면 쳐봐’ 하는 심정이었다. 변화구 던지는 법을 몰랐고, 던져야 할 이유도 몰랐다. ‘루킹삼진’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 루킹삼진?

= 타자가 멀쩡히 서서 공만 쳐다보다 삼진을 당하는 거다.

- 지금은 다른가.

= 이제 내 어깨로는 시속 150km의 공을 던질 수 없다. 그리고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하게 만들어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묘미를 알게 됐다. 조금 부드러워지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겠다.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 김C

- 감독·배우·작가 등 여러 일을 해왔는데, 변화구마저 못 던지는 50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는 2004년 단편영화 <만남>을 연출했고, 2006년 <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라는 에세이집을 냈으며, 2007년 영화 <별빛 속으로>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오이시맨>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 앞으로의 일을 장담하고 싶지 않다. 고랑이 생기는 건 안 좋다. 땅바닥에 고랑이 파여 있으면, 비가 왔을 때 어디로 흘러갈지 뻔해진다. 너무 재미없다. 내 인생에 고랑을 파기가 싫다. 다만 내 안의 창작 기관 가운데 음악이 가장 발달돼 있다.

- 4집에 실린 <생각>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그런 가사가 나왔나.

= 간통죄나 국가보안법 같은 것은 정신을 가두는 법이다. 생각을 가두는 건 옳지 않다. 내가 누구를 좋아할 권리를 박탈하는 건 옳지 않다. 내 생각을 가로막는 법은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들으면서 국가보안법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웃음)

- 그럼, 조금 더 직설적으로 가사를 쓰지 그랬나.

= 그런 화법은 재미가 없다. ‘뜨거운 감자’ 노래 가운데 섹슈얼리티가 많이 들어간 것도 제법 있다. 그런데 심의위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겨둔다. 그 섹슈얼리티 요소를 나만 알고 있는 거지. 그런 가사가 자연스럽게 심의를 통과되는 일이 재밌다. 일종의 희화, 풍자랄까. 직설적인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재미가 없다.

- 같은 기획사 소속의 정태춘은 80년대, 강산에는 90년대라는 시대를 노래했으면서도 그 ‘화법’을 달리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예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막걸릿집에서 일할 때, 정태춘 노래를 늘 틀어놓고 있었다. 이분은 어디에 가서 만들기에 이런 노래와 가사가 나올까 생각했다. 지난해 태춘이 형이 직접 노래 부르는 걸 접했다. 와, 그 울림의 덩어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손을 쫙 벌리며) 이만한 덩어리가 빵, 하고 오더라.

강산에 형은 오랫동안 같이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노래들을 봐라. 희희낙락하는 가사가 별로 없다. 자기 성찰적이고 시대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태극기> 가사는 슬라이더다. (1996년 발표된 <태극기> 가사는 이렇다. ‘이 비가 오는대야 어쩔 수 없겠지만/ 절대로 태우(太雨)는 또 오지 않았으면….’) 직구는 아니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1차적 은유, 그래서 슬라이더다. 예를 들어 펑크 가수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누구 싫어, 누구 개×× 하면서 노래한다. 그건 150km 직구 가진 애들이 하는 것이다.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볼을 던져서 타자를 스윙삼진시키는 게 더 통쾌한 사람들의 표현법은 따로 있다.

- 예전에 “세상이 엿 같다”는 발언도 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하나.

= 왜 없겠나. 예를 들어 2PM의 그 친구 참 안됐다. 사적인 인터넷 공간에 4년 전에 쓴 글을 이유로 그 친구를 추방시킨 꼴이 됐다. 이게 그래야 하는 문제인가. 그냥 그런 생각을 가진 친구라고 바라보면 안 되나. 그 친구는 많이 어리다. 그 글을 썼던 4년 전이면 얼마나 더 어리겠나. 기자님도 돌이켜봐라. 그 나이에는 무슨 짓이건 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1~2년 전만 돌아봐도 한심했다. 앞으로 1년이 지나면 오늘의 나조차 한심해 보일 것이다. 4년 전 어린아이의 이야기에 그 정도의 관대함도 보여줄 수 없나.

-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있겠다.

= (기자의 명함을 보며) 예를 들어 내가 ‘수찬씨’ 하면 기자님이 기분 나빠질까?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려는 사람들한테만 호칭이 붙어다닌다. 안 기자, 안 PD, 안 검사…. 그런데 ‘안 청소부’ ‘안 경비’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런 호칭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왜 그런 걸 드러내려 할까 궁금하다.

- 그래서 김C인가(그의 본명은 김대원이다).

=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이름이다. 다만 김씨 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기분 나빠할까봐 영어를 붙였다.

- 존경하는 사람이나 역할 모델이 있나.

= (한참 생각하다) 되게 어려운 문제네. 누구처럼 되고 싶다면 백남준 아저씨. 일흔이 되어도 창작을 멈추지 않는 건 멋지다.

그의 최신 앨범인 4집에 실린 <생각>의 가사는 이렇다. “만질 수 없다고 해도 보는 건 어때요/ 가질 수 없다고 해도 생각만 하는 건 좀 어때요/ 날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마저 하지 말란 법 없죠/ 이길 수 없다고 이길 생각마저 하지 말란 법 없죠/ 날기를 포기한 순간 날개를 잃어버리는 거죠/ 끝이 어딨냐고 끝을 모른다고 시작 안 할 순 없죠….” 이 노래를 듣고, 기자는 ‘1박2일’의 김C 대신 ‘뜨거운 감자’의 김C를 더 좋아하게 됐다. 그의 더 많은 노래를 듣는 방법은 02-323-3704로 문의하면 된다.

글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활동이 중단됐던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1년 3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13일 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 16명의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와 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 김동국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김석용 바이란트 치과 원장, 원영만 경국사 주지스님, 금경연 온누리교회 부목사, 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김용태 신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우편향적인 데다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 관련연구나 활동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경찰청에 쓴소리를 할 수 없는 무색무취한 인사들로 구성됐는데 어떻게 내부 비판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각계의 추천을 받아 인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 오달란기자 kitsch@seoul.co.kr


경찰청 인권위원 경력엔 '인권'이 없다
1년여만에 새로 위촉 재가동
전문가 1명… 감시역할 의문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지난해 6월 경찰의 촛불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면서 위원들이 전원 사퇴한 후 활동이 중단됐던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1년 3개월 만에 위원 전원을 새로 위촉해 활동을 재개한다. 하지만 새로 위촉된 위원 대다수가 인권 활동과는 무관한 경력을 갖고 있어 경찰의 인권 침해 감시라는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최근 인권위원회 3기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3기 위원은 16명으로 1, 2기 때보다 2명 많다. 위원장엔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3)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내정됐고, 법학 교수 5명, 변호사 3명, 종교계 인사 3명, 시민사회단체 2명, 의료계 2명이 참여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론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도록 경찰청 각 부서, 법조계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추천 받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의경과 유치장 수감자 등의 위생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인사를 위촉했고, 여성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시민사회단체 인사를 모두 여성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김인옥 인권보호센터장은 "2기 위원 사퇴 후 내부에서 인권위를 경찰위원회에 흡수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이후 존치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보학 교수 정도를 빼면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나 활동 경력을 갖춘 이들이 안 보인다"며 "신임 위원들이 경찰의 반인권적 제도와 관행을 예리하게 찾아내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 2기 위원이었던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경찰 인권위가 조직과 기능이 왜소해져 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철을 밟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전임 위원들을 비롯해 폭넓은 인선에 나섰지만 고사하는 분들이 많아 섭외에만 두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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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위 ‘친여·인권무관 인사’로 채워

ㆍ진보적 시민단체 인사 배제 ‘반쪽 위원회’로
ㆍ‘촛불진압 항의’ 총사퇴후 15개월만에 재가동

경찰 인권위원회가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부분 배제한 채 반쪽짜리 위원회로 재가동된다. 지난해 6월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해 2기 인권위원들이 총사퇴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13일 제3기 경찰 인권위원 16명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인 김동건 변호사(63)가 선임됐다. ‘바른’은 강훈 대표 변호사가 이명박 정권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정부 관련 소송을 다수 수임, 현 정권과의 밀착된 관계로 주목받고 있다. 나머지 위원들은 온누리교회 목사, 치과·피부과 전문의 등 친여 또는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민진영에서는 허미연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과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이 포함됐다.

경찰 인권위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 출범했다. 경찰 활동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시정권고하고, 인권과 관련된 경찰의 제도·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 인권위는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시위 농민이 경찰 진압 중 사망하자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이종우 기동단장 징계를 권고했으며,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직위해제 조치했다.

앞서 1·2기 인권위원에는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진보성향의 인권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으나 이번에는 모두 배제됐다. 3기 인권위원 중에서는 경희대 서보학 교수만이 인권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경찰 인권위는 2기 인권위원 14명이 지난해 6월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전원 사퇴한 뒤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동안 경찰은 용산참사, 서울광장 봉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철거, 쌍용차 농성진압 등 강경진압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내부에선 인권위 폐지론까지 제기돼 왔다.

1·2기 인권위원이었던 오창익 국장은 “새로운 인권위원들이 인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사들인지 의문스럽다”며 “경찰이 인권 문제에 대해 부담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도 “국가인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입력 : 2009-09-13 18:22:09

경찰청 인권위, 1년 3개월 만에 부활
작년 2기 위원들은 촛불집회 진압방식 항의 전원사퇴...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 우려도
이경태 (sneercool) 기자
 
  
지난 2008년 8월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경찰기동대 폭력만행 규탄과 인권기준 준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장일호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이하 경찰청 인권위)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한다.
 
지난 2005년 발족한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의 인권정책수립에 대한 자문 ▲정책집행 모니터링을 통한 인권정책 평가 ▲인권침해 사례 발생 시 현장조사 및 개선대책 권고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방식에 항의하며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 14명이 전원 사임한 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3일 "최근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오후 위촉식을 열 계획"이라며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3대 경찰청 인권위 위원장에는 서울고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3) 변호사가 내정됐다. 김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아직 1대, 2대 인권위의 업무를 파악하거나 다른 민간위원들과 만난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이 충돌할 때 그 적법성과 타당성을 따져 청장에게 권고, 자문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변호사,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시민단체 대표라는 복합적인 위치 안에서 경찰청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위원들도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 종교계에서는 조계종 종산 스님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 온누리교회 금경연 목사가 위원으로 내정됐고, 시민단체에서는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과 허미연 서울여성능력개발원장 등이 3기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하게 된 경찰청 인권위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댓글을 통해 "자기들 싫을 때 잠시 넣어두고 아무 일 없을 땐 다시 꺼내냐"며 불신을 표했고, 신 아무개씨는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이었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청 인권위의 새로운 출발은 분명 환영할 일이나 위원으로 내정된 분들이 경찰과 인권이 연결된 업무를 어떻게 다룰지는 걱정이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어, "위원들은 경찰 조직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인권 관련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있거나 활동경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경찰청이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09.09.13 14:4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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