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신검색기 전면도입 앞두고 인권침해 논란 여전

실효성없고 영상 유출 우려 여전 VS 보완 장치 마련해 문제없어

인천공항에 오는 9월1일부터 본격 도입될 전신검색기에 나타난 검색대상자의 영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국 국제공항에 오는 9월 1일부터 전신검색기(알몸투시기)가 본격 도입된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 등에 대비해 항공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설치한다는 입장이지만 인권 침해 논란은 여전하다.

국토해양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신종 항공테러 위협과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4개 공항에 전신검색기를 설치해 시범 운행 중으로 오는 9월 1일부터는 전면 도입해 사용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인천공항 동ㆍ서 출국장 및 환승장에 총 3대(X-ray 방식)를 설치하며 김포ㆍ김해ㆍ제주공항 출국장에 각 1대(밀리미터파 방식)씩 전신검색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신검색기의 전면 도입을 놓고 인권 침해 및 실효성 여부 등 논란이 거세다.

우선 몸 겉에 숨긴 위험 물질 외에 몸 속 물체는 여전히 찾을 수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전신검색기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커 자칫 인천공항의 서비스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 검색 요원이 카메라나 휴대폰 등을 들고 들어가 검색 대상자의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과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많다며 국토부에 전신검색기를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전신검색기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반면 국민의 알몸을 들여다는 등 피해는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밀어부치기식으로 강행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한 관계자도 " "전신검색기(알몸투시기) 도입으로 5년째 전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항공사가 1위 자리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여러가지 보완 장치를 마련한 만큼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특정 승객만 실시하고, 원하지 않으면 기존 보안 검색 장비로 손 수색을 할 계획이다. 특히 검색 이미지의 외부 유출 방지 장치 마련, 검색대상자와 동성의 검색 요원 배치, 이미지 분석실에 촬영가능 장비 휴대 금지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금속탐지 장비에 의해 탐지가 불가능하거나 신체에 은닉한 위해물품을 탐지할 수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나라의 항공보안 수준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오창익 '경찰 고문논란, 성과주의 탓만 돌려선 안돼'
고문? 실수? 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다행스러워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2010-07-09 14:23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0년 7월 8(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 출 연 :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정관용>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피의자들한테 가혹행위를 했다... 그래서 검찰조사를 받고 계속 사건이 진행 중인데요. 그 양천경찰서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합니다. 강사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인데요. 전화로 연결해 봅니다. 오 국장님, 안녕하세요.

▷오창익>네. 안녕하세요.

▶정관용> 언제 가셔서 하셨어요? ▷오창익>어제, 오늘 이틀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오늘도 하셨어요?

▷오창익>네.

▶정관용> 대상은요?

▷오창익> 양천경찰서 직원이 한 700명 되는데요. 전부다 했고 이틀에 걸쳐 나눠서 했습니다.

▶정관용>700명 절반씩. 그러면 서장도 같이 들었나요?

▷오창익>어제는 서장님하고 과장님도 들으시고요. 오늘 두 번 연속해서 듣진 않으셨고요.

▶정관용> 원래 오창익 국장께서 이런 경찰서 가서 인권교육 많이 하세요?

▷오창익> 지난 정부 시기에는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일 때는 많이 했는데요. 400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경찰의 요청이 전혀 없었고요. 어제, 오늘 강의 합해서 4번했나? 그렇습니다. 2년 반 동안요.

▶정관용> 횟수가 상당히 비교가 되네요.

▷오창익> 비교가 됩니다.

▶정관용> 그런데 양천경찰서측에서 요청이 왔던 가요?

▷오창익>그건 아니고요. 양천경찰서에서 국민들 놀라실만한 일이 터지니까 강서양천시민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지역단체가 있는가 봅니다. 그 단체에서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문이라는 게 웬 말이냐. 재발방지 약속을 해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양천서 서장하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라. 그래서 양천서에서 수용을 했고요.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하신 말씀이 그렇지만 강사는 우리가 지명하는 사람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강서양천시민모임이 저를 지명했고요. 제가 어제, 오늘 가게 됐습니다.

▶정관용> 그거를 지금 경찰서에서 받아들인 거군요.

▷오창익>수용한 겁니다.

▶정관용> 그래요. 700명 직원을 반으로 나눠서 몇 시간 동안 하신 거예요?

▷오창익>한 시간 반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한 시간 반... 어떤 내용을 강의하셨어요?

▷오창익>일단은 뭐 고문이 있었으니까요. 충격적인 일인데 그것도 21세기에 있었으니까 고문이라는 일이 왜 벌어지는지 고문이라는 것이 왜 있어서는 안 되는지 기본적인 말씀을 나눴는데요. 사실은 용어사용부터 좀 충돌이 있었습니다.

▶정관용>어떻게요?

▷오창익>직원 선생님들, 경찰관 선생님들도 그렇고요. 대부분이 고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어떤 분은 열심히 일하던 직원이 실수한 것 아니냐. 이런 말씀 하셨고요.

고문? 실수/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정관용> 실수라는 단어.

▷오창익>네. 또는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오늘 특히 그런 충돌이 많았는데 직원 선생님들 중에서 어떤 분들께서는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고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용어를 우리 국민들이나 언론이 보는 것과 좀 다른 용어를 구사하거나 그래서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게 보였습니다.

▶정관용> 열심히 일하다가 벌어진 실수, 이거는 정말 충격적인 단어고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요, 라고 했다고요?

▷오창익> 네.

▶정관용>그렇다면 가혹행위와 고문을 그분은 분리한다는 거죠?

▷오창익>그렇죠. 그런데.

▶정관용>분리가 되나요?

▷오창익>안 됩니다. 가혹행위가 고문이거든요. 고문이라는 게 물리력을 사용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문도 상당히 있습니다. 과거 군사독제시절에도 그랬고요. 일제 강점기에도 단 한 대도 때리지 않고도 수사 받는 피의자, 피고인을 굴복시키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었거든요.

▶정관용> 잠 안 재우기, 이런 게 대표적인 것 아니에요?

▷오창익> 잠 안 재우기, 면벽반성이라고 그래서 벽보고 그냥 서 있게 하기, 화장실 안 보내기, 이런 것들이 사실 고문이거든요. 상대를 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는 건데 사실 이런 걸 구분하고 계시는 게 안타까웠고요. 물론 심정적으로는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동료가 5명이나 구속됐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건 알겠지만 국민 일반정서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는 걸 어제, 오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관용> 강연을 많이 다니시다 보면 청중들의 반응을 보면 느낌이 오잖아요. 좀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던가요? 아니면 아, 정말 새로 좋은 걸 배웠다. 이런 분위기던가요? 어떤 분위기던가요?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오창익>초반에는요. 마치 제가 점령군처럼 저를 여기시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참 원하지 않는 실수든 가혹행위가 있어서 저런 사람이 와서 강의하는 구나. 해가지고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반발도 하셨고요. 아까 말씀드린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실랑이도 있었는데요. 대화를 해나가면서 우리 경찰이 매우 중요한 조직인데 이런 식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또 고문이라는 게 왜 안 되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람을 파괴하거든요. 피의자, 피고인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고문경찰관들도 구속되고 정말 폐가망신하고 파괴합니다. 그리고 법질서도 허물어트리고요. 이런 얘기를 차분히 해나가니까 후반부에서는 좀 동의해 주시고 긍정해 주시고 그래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관용> 그런 고문을 한 사람은 예를 들어서 발각돼서 체포되고 이렇게 돼서 사람이 파괴되는 것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의 성격을 파괴하지 않나요?

▷오창익>그럼요. 그리고 문제는 이제 구체적인 범죄활동을 하는 건데 나는 더 많은 절도범, 강도범을 검거하기 위해서 이러면서 일종의 자기최면 비슷한 게 생겨가지고요. 잘못하고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이상한 현상도 벌어지게 되고요. 또 하나는 폭력이 만성화되게 되면요. 일상화 되면서요.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고요. 그거는 직장생활만이 아니고 가정생활이나 이런 데도 영향을 미치고요. 과거 고문했던 경찰관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납니다.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정관용> 네. 지금 말씀하신 자기최면,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게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서울경찰청의 성과주의 때문이다. 이러면서 최수창 경찰서장이 자진사퇴하고 서울 발음이 이상하네요. 서울지방경찰청장 동반 사퇴하자. 이랬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가서 강의, 물론 강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같이 대화를 좀 나누면서 보시면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오창익> 직원 선생님들은 성과주의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견해에 반대하는 게 성적경쟁을 부추긴다고 해서 아무나 다 컨닝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뭐 지휘부가 성과주의를 강조했던 게 물론 서울경찰청장의 잘못이 큽니다만 그분만 성과주의, 실적주의를 강조했던 건 아니고요. 조직운영하면서 일정하게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찰관들이 성과주의, 실적주의라는 것 뒤에 좀 숨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성과주의 때문에 위에서 계속 실적을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실수하게 됐다, 라고 하면 좀 마음이 편하죠. 그 다음에 실적주의가 강조되더라도 해서 안 될 일, 해야 될 일은 엄격히 구분돼야 되는데요. 고문은 당연히 해선 안 되는 일이고요. 특히 고문은 굉장히 쉬운 게 일제 강점기,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오면서 어떤 경우에도 고문은 안 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었고 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른 수사상의 일탈과 좀 다르거든요. 고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 시민들도 다 알고 있는데 그거를 생활로 하시는 경찰관들이 고문을 했다는 건 성과주의, 실적주의 뒤에 숨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관용>그러면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의식의 부족?

▷오창익>의식의 부족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를테면 낚시하는 분들이 이제 낚시할 때 손맛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경찰관들은 범인검거를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뜁니다. 그러니까 지휘부나 대통령이 굳이 실적주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만나거나 이랬을 때 정신적으로 연대하면서요. 강도, 절도, 성폭력범, 특히 이런 사람들 검거를 위해 굉장히 노력합니다. 그게 이제 경찰 내부의 그런 관성이거든요. 그런 관성이 수사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윽박질러서라도 또는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고 싶은 거로 연결되기 십상이거든요. 이럴 때 정치권력이나 경찰 지휘부가 해야 될 일은 수사라는 게 꼭 범인을 검거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적법 절차의 원칙에 따라서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목적이다. 10명의 도둑놈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시민이 없어야 한다. 왜 우리가 주권자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그야말로 이성의 목소리를 계속 호소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경찰이 좀 통제가 되거든요. 모든 권력이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요. 대통령께서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신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정관용> 권력에 대한 견제, 이것이 작동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창익> 경찰지휘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범인검거를 독려하면서 인권보장을 똑같은 무게로 강조해도 안 됩니다. 인권부분을 훨씬 더 강조해야 균형이 맞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휘부나 정부에서는 범인 검거를 훨씬 더 강한 강도로 독려했거든요.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정관용> 그리고 인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고?

▷오창익>교육만 없었던 게 아니라 뭐 강조를 하지 않으셨죠. 그러니까 이렇게 온 것 같습니다.

▶정관용> 네. 이렇게 한 번 한 시간 반 강의했다고 확 달라질까요?

▷오창익> 전혀 안 달라질 거 같고요. 만약 한 번 교육으로 누군가가 바뀐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되고요. 일단은 교육을 통해서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데 제도적으로 좀 바뀌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는 법률에 의한 통제 또는 제도에 의한 통제를 통해서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만들어 줘야 되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권력은 어쨌든 분출하려고 한다. 것을 견제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여기까지 듣죠. 오창익 국장 수고하셨습니다.

▷오창익> 네. 고맙습니다.


"신원진술서, 이런 것까지…"
공공기관, 타인정보 요구… 인권침해 요소 커
사기업도 근거없이 집평수·삼촌직업 등 요구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올해 초 4개월간 중앙부처에서 행정인턴을 한 이모(27)씨는 당시 업무배치에 앞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신원진술서 작성을 거부했다.

그러나 부서배치 첫 날 직원에게 따로 불려가 '행정인턴을 하려면 무조건 신원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결국 신원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는 "기재사항에는 친구 3명의 직업과 주민등록번호, 거주지까지 포함돼 있었다"며 "'정규직도 아닌 기간제 인턴에게 이럴 필요까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임용예정자나 공기업 및 대기업 신입직원 등에게 요구되고 있는 '신원진술서'가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 침해 요소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원진술서에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물론,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타인의 정보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적으로 신원진술서 제출을 요구할 근거가 없는 일반기업들마저 신입직원들에게 신원진술서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원진술서는 국가정보원법(제3조)과 보안업무규정(대통령 훈령) 등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 임용예정자 등이 작성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상당수 공공기관은 관행적으로 지원단계에서부터 신원진술서 제출을 강요하거나 기재사항 이외의 개인정보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사기업들도 신원진술서를 요구하거나 변칙적으로 입사지원서에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적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은행에 입사한 전모(27)씨는 "신원진술서에 가족재산은 물론이고 집 평수까지 묻는 사항이 있었다"며 "부모 재산에 따라 평가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에 입사한 최모(28)씨도 "대놓고 '돈 많은 지인이 있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사회가 원래 이런 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마저 울적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만지는 업종 특성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본인과 주변 사람들 경제상황에 대한 질문이 포함돼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상교 사무차장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권리에 대한 침해인 것은 물론, 자신들의 조직원마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학맥과 인맥 등 이른바 '연줄'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신원진술서도 기재내용과 제출절차 등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2008년 2월 호주제 폐지와 인권보장 등을 고려해 신원진술서 서식이 일부 변경되면서 호주, 친권자 재산 등의 내용은 삭제됐으나, 배우자 부모를 비롯해 북한 및 해외거주 가족(3촌 이내), 친교인물(교우)의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최종학력, 거주지 등은 여전히 기재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신원진술서 기재내용 이외에 '은밀한'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임용된 수도권지역 모 판사의 경우 사법연수원 시절 '개인적으로 아는 법조인과 유명인을 모두 적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육군과 해군도 학사장교 모집 때 모든 응시자에게 신원진술서를 받아오다 인권침해 소지가 인정돼 장교 임용예정자에게만 진술서를 받을 것을 17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 받기도 했다. 인권위에는 신원진술서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진정이 2006년 1건, 2007년 2건, 2008년 3건 등 해마다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 진정건수가 수치상으로 적은 것은 이 문제가 취업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약자인 개인이 무조건 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모든 국민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17조)과의 상충논란도 있는 만큼 이제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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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로부터 국민 보호” vs “정보유출·인권침해 우려”
“갈수록 흉포화, 지능화하는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 대처 방안이다.”(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 서범정)

“재범 우려라는 측량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위험만으로 범죄자 DNA를 채취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오창익 인권시민연대 사무국장)

범죄자의 유전자(DNA)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흉악·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수형자나 구속 피의자의 DNA 시료를 채취해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6년 법무부가 입법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법무부는 관련법을 다시 입법예고한 뒤 연내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흉악범 DNA 국가가 관리한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범죄자 DNA 정보를 관리해 수사와 재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추행, 약취유인, 체포감금, 상습폭력, 마약, 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방화, 군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11가지 범행을 한 범죄자가 대상이다. 수사기관은 강력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수형자나 구속 피의자 등에게서 혈액, 모발 등 DNA 감식을 위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 당사자가 거부해도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채취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상자가 재판에서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혐의 없음’ 등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해당 정보는 삭제된다. 또 관련 업무 종사자가 정해진 목적 외에 정보를 사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국민인식이 달라졌다=
정부는 2006년 범죄 예방과 수사 목적의 필요로 DNA 정보를 채취해 DB로 구축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했다. 당시 시민단체 등 인권단체들은 “모든 범죄자를 예비범죄자로 간주하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국가의 개인 생체정보 관리에 대해서는 당시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2006년 이후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범죄자 DNA 정보를 관리해 더 큰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혜진·예슬양 실종·피살사건(2008년 3월),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4모녀 살해사건(2008년 3월), 제주 초등학생 성추행 후 살인사건(2007년 4월),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사건(2007년 3월), 용산 아동 성추행 후 살인사건(2006년 2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2009년 2월) …. 이들 범죄는 잔인한 살해수법뿐만 아니라 어린이, 부녀자 등 피해자도 가리지 않아 충격이 더 컸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인권의 가치를 어느 곳에 우선시할 수는 없지만 범죄자 등의 인권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권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편의주의적 발상=그러나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헌법상 보장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나 구속 피의자들에게까지 DNA 정보를 채취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수사기관의 편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또 채취 대상자들이 구속된 피의자나 수형자라고 해도 이들이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른다는 보장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재범 우려는 측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연쇄살인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억제수단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우승·김정필 기자 wslee@segye.com

 

기사입력 2009.08.30 (일) 20:32, 최종수정 2009.08.30 (일)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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