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까지 ‘인권보다 안보’ (경향신문 2010.12.21)

법무부까지 ‘인권보다 안보’… ‘코드 맞추기’ 업무 보고 황경상 기자
ㆍ귀화 외국인에 민주주의 서약서… 허위사실 유포 처벌 강화
ㆍ이 대통령 “분단국 국가정체성 지켜야”… 공안정국 조성 우려
법무부가 안보위기 대응 강화를 내년도 주요 사업 목표로 제시했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선 법무부가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법무부가 정권의 ‘코드’나 시류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20일 청와대에서 안보위기 대응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1년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무부는 내년 2월부터 귀화심사를 받는 외국인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 서약서를 제출받고 국가안보 관련 소양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 귀화한 사람의 80%가 중국·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 출신”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생각을 공공연히 갖고 있다면 귀화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허위사실 유포, 종북단체의 이적활동 등에 대해서도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분단된 나라에서 국가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특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상반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국가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에 여러분(법무부)이 역할을 해야 하고,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만약 귀화 심사를 받는 외국인들에게 서약을 받아야 한다면 헌법정신에 따르겠다거나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법무부가 독자적인 ‘법의 언어’를 갖지 못한 채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공무집행방해죄 구성 요건에 폭행·협박·위계 이외에 ‘위력(威力)’을 추가하기로 했다. 늦은 밤 만취상태로 동네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는 행위 등을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성폭력과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내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신설해 성폭력·성매매, 아동대상 범죄 등의 수사를 전담시킬 방침이다. 법무부는 아울러 탈세·비자금 조성·경영권 편법 승계 등을 막기 위해 상법을 개정, 회사의 이사뿐 아니라 이사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이 회사와 거래할 때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