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살…“전·의경 제도 폐지” 목소리

ㆍ구타·탈영사건 이어 귀대 앞둔 의경 목매 숨져
ㆍ경찰, 사고 뒤 처벌만… 내년 폐지도 물건너가

최근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전·의경이 탈영하거나 자살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구타 등 가혹행위가 여전한 ‘군대문화’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는 전·의경 제도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25일 오전 9시쯤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A이경(20)이 남구 주안동의 모 웨딩홀 주차장 옆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이경은 지난해 4월1일자로 중부서 방범순찰대에 전입했으나 군 생활에 적응 장애를 보여 같은 해 7월25일자로 휴직 2개월과 청원휴가 등을 포함, 6개월 동안 휴직한 상태였다. 휴직이 25일로 끝나 이날 오후 6시까지 귀대가 예정돼 있었으나 귀대에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경찰은 지난해 8월에도 이 부대에서 B이경(21) 등이 선임병 2명으로부터 구타당한 데 주목하고, A이경의 자살 이유가 구타·가혹행위로 인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강원경찰청 소속 307전경대 소속 이모 이경(20) 등 6명이 선임병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근무지를 집단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35시간 만에 부대로 복귀한 뒤 경찰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입대 한 달 뒤 자대배치 직후부터 선임들에게 주먹 등으로 구타를 당했고, 고참병의 기수 등을 일정한 시간 내에 암기하도록 강요받는 등 각종 가혹행위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피해사실은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인 선임병과 부대 관리자들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찰 지휘부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전·의경 제도를 이대로 존치해야 하는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4일 “전·의경 사이에 구타나 가혹행위가 구조적이고 고질적으로 이어져온 부대는 아예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제대한 김모씨(22)는 “선임병에게 얻어맞아 대여섯 바늘을 꿰맨 적이 있다”며 “간부들은 규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구타가 발생해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 이러한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의경이 제대로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가혹행위·자살 등의 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부 감시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는 지휘부조차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잘하는 부대는 특진시키고 문제를 일으킨 부대는 처벌하는 식의 사후약방문 같은 관리는 실질적으로 전·의경들에게 와닿지 않는 처방”이라고 꼬집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가혹행위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전·의경 구타·자살 사고가 현역 육군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전·의경 제도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7년 노무현 정부는 ‘2008년부터 전·의경을 매년 20%씩 감축해 2012년 정도까지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 같은 약속 이행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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