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위상이 추락하는 현실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경찰관 공상(公傷)을 방지하는 것과 피의자 인권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공권력의 권위 회복은 경찰 인력난 해소, 안전대책 강구, 주취자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일 뿐 처벌을 강화할 경우 국민의 인권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관을 폭행한 사람을 반드시 구속하는 분위기 아니냐”면서 “경찰을 다치게 한 사람을 폭행이나 상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충분히 처벌하고 있는데, 새로운 법률적 장치를 요구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우려대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처벌받는 인원은 매년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 방해로 인한 기소 건수는 2005년 1만1105건에서 2006년 1만2639건, 2007년 1만5519건, 2008년 1만8801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만9092건에 달했다. 경찰 공상자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을 때리거나 난동을 부린 사람을 공무집행 방해로 즉각 처벌하는 경향이 강해지다보니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단서를 떼고 공상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경찰 직무 자체가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2인1조 순찰제나 안전장구 착용 등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술에 취한 채 경찰에게 난동을 부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 대해 ‘주취자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은 “상황별 매뉴얼 없이 자기 나름의 판단대로 조치하다 보니 응급이송해야 할 주취자를 방치했다가 숨지게 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빚어지는 것”이라며 “매뉴얼을 포함해서 사회 전반적인 합의 하에 주취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어 “경찰 인권은 전혀 별개로 생각할 문제”라면서 “인력 충원이나 야간근무수당 확충, 좁은 사무실 등 열악한 환경 개선을 통해 경찰 자체 권리를 증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정책기획국장은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주취자일지라도 인권 보호 준칙에 맞춰 대해야 한다”면서 “주취자를 좀 더 가혹하게 처벌하자는 건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경찰의 주취자 보호체계의 문제점과 현장 경찰관들의 애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취자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 권고할 방침이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