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인권위 마이웨이’
ㆍ‘파행’ 항의 사퇴한 상임위원 후임, 9일 만에 보수인사 임명
ㆍ위원장 퇴진 여론 외면… ‘시변’ 대표 김영혜씨 내정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공석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김영혜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51)를 내정했다. 이날 조국 인권위 비상임위원(45)은 “인권위 파행을 몰고 온 현병철 위원장의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사퇴했다.
김영혜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됐다가 최근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에 항의하며 사퇴한 유남영 전 상임위원의 후임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가급적 빨리 후임자를 선정해 인권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내정 배경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인사는 최근의 인권위 사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임위원 3명 중 유남영·문경란 위원 등 2명이 사퇴하고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현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더욱이 유 위원이 사퇴한 지 단 9일 만에 후임자를 임명한 것은 인권위의 파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친정부적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권단체들은 김영혜 내정자가 인권문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보수색이 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김 내정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시변’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와 관련된 소송을 수행했다.
‘현병철 사퇴촉구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에 고려대 출신 친정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는 인권위 파행의 근본 원인에 대해 눈감고 인권위를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인권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날로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인권 분야와 거리가 먼 사람을 신임 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 비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인권위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위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인권위원장의 임명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인 바, 현재의 인권위 사태는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인권의식이 있고 지도력 있는 인사에게 위원장직을 맡기는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 위원은 대법원장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됐으며, 다음달 23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박영환·임아영 기자 yh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