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휘청거렸던 세계적 경제위기는 극복된 것일까. 우리 경제 역시 위기 상황을 벗어나 회복된 것일까.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금융위기의 재발과 경기침체를 방지할 처방전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가 선진일류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 상황을 보노라면 각국의 재정지출 확장으로 인한 일시적 경기회복 국면에 지나지 않고 새로운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때가 많다. 한국의 경제상황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 성장에 기반을 둔 개방화된 금융  중심의 한국의 경제구조에 비추어 새로운 국제적 금융위기 또는 경기침체를 맞아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상화된 민중들의 생활고는 위기 탈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IMF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리해고와 노동자 파견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졌다. 이득은 주식과 부동산 투기, 투기자본의 몫이다. 노숙자들이 곳곳에 늘어가고 있고, 고용의 불안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가정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은 되레 나날이 민생고를 가중시켰을 뿐, 비정규직의 양산과 차별을 없애는 데 필요한 해법은 반겨지지 않는다.   

 20 대 80의 사회에서 80의 불만을 달래는 화려한 수사어구들이 만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방향은 친서민, 공정사회라고 한다. 복지사회의 모토는 차기 대권을 겨루는 유력 정치인들의 유행어가 되고 있기도 하다. 친서민의 공정사회, 복지사회는 민중들의 불만과 생활고를 잠재울 수 있을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서민들은 믿음을 보낼 수 있을까.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잠시 기대에 젖어 있을 수는 있다.

 


왼쪽부터 김태호(48)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52)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55)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지난 8월 29일 세 명의 후보자가 잇따라 사퇴했다.
친서민을 표방한 소장수 아들의 총리 낙마는
친서민과 공정사회의 기획, 연출가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경고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 과정을 거치는 순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방향은 순식간에 그 운명을 다했다. 친서민, 공정사회의 훌륭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20의 부자들을 대변할 인물을 등용하였다. 친서민을 표방한 소장수 아들의 총리 낙마는 친서민과 공정사회의 기획, 연출가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경고다.    

 친서민, 공정사회와 함께 제안한 것은 부자증세가 아니라 통일세다. 느닷없는 통일세 제안에서 통일의지도 친서민 정책도 읽혀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협력과 교류의 물꼬를 제대로 열어놓고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남아도는 쌀과 보관비를 걱정할 이유도 없고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적 재정 지출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통일세 걱정은 버리고 하루 빨리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쌀값 하락에 고통받는 농민들의 씨름을 덜어주는 것이 친서민 정책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의 시행에 대하여도 이를 반대하며 비정규직 실업대란을 선동한 정권에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차별받는 구조가 지속되고 이를 조장하는 사회가 공정사회가 될 수는 없다. 대기업이 사내 하청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은 채 대통령이 떡볶이를 먹는 친서민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친서민 공정사회가 될 수는 없다. 

 민생고를 해결할 재원은 도처에 넘쳐나고 있다. 여러 계층에 대한 생활의 고통을 헤쳐 나갈 대안도 부지기수다. 친서민 공정사회의 빈수레를 요란스럽게 끌지도 말 것이며, 친서민 공정사회의 좌절을 재원과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라. 민생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에 4대강 사업 예산을 늘리는 정권이 부르짖는 4대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서민 기만이다. 

 외교만 잘해도 민생 예산은 마련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3년 더 미국의 감독 아래 두기 위해 날려 버릴 돈만 아껴도 서민을 챙길 수 있다. 적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면서 추가적으로 지출할 비용목록들이 민생고를 해결할 재원들이다. 대북방어 명분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를 위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첨단무기 예산, 수많은 한미합동훈련, 다국적 훈련 예산을 지출하는 대신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정치적, 군사적 신뢰를 확대함으로써 국방예산을 줄이고 이를 민생 예산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현실에서 미군 기지로 공여된 땅값만 제대로 받아도,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치유 비용, 소음피해 비용에 대하여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대로 배상책임을 구상만 해도, 방위비분담금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만 하지 않아도 생돈을 아낄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군사활동을 벌이는 미군기지를 우리 예산으로 건설하면서 민생 예산 부족을 탓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방비 지출로 민중에게 돌아올 몫은 허구의 안보 외에는 없다.

 분단논리에 취하지 않고 평화논리를 꿈꾸는 것이 민생을 해결하는 것이다. 복잡한 셈법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이 가는 민생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를 회피하는 갖가지 위선들이야말로 분단의 논리에 사로잡힌 민생고의 원인이 된다.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실업자가 속출하는 현실에서, 언제 다시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세계경제 위기의 국면에서 민생의 개선을 위한 몫은 결국 민중 자신에게 있다. 개선되지 않는 일상화된 민생고의 현실에 견디지 못한 민중들은 허구의 기대를 깨고 민생고를 해결을 위한 대안을 직접 찾아나갈 것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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