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아닌 G20 정상회의 경호 [2010.08.12. 제823호]
이정훈
[초점]
군대도 동원 가능한 ‘G20 특별법’, 국민의 표현·이동·거주 자유 침해…
테러 방지 명목으로 이주노동자 단속, 인터넷 검열 중
»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노점상, 노숙인 등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권리지킴이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월20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본권 침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선임기자

“실례합니다. 지금 어디 가는 길입니까? 정확한 목적지를 알 수 있습니까? 거기 왜 가는 거죠? 잠시 가방 좀 살펴보겠습니다.”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을 걷는 시민들은 이런 검문·검색을 받을 것 같다. 정부가 1박2일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강한 경호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나친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상들의 이동은 비밀, 코엑스 주변은 성지

11월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는 20개국 정상은 물론 국제기구 수장을 포함해 1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격 상승’의 기회로 보고 철저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회의장 주변에서 시민을 검문·검색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조처는 물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시행됐던 ‘거리청소’식 노점상·노숙자 단속 등도 포함된다.

정부는 이미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질서유지를 위해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게 했다. 또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장소와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이동로 등 정상회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장소와 그 주변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설정하고, 이곳에서는 검문·검색,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 조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더욱이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할 때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 대상 구역과 기간 등을 공고하지 않을 수 있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법률 제정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쪽에서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도 기존 집시법으로 큰 무리 없이 치렀는데, 특별법을 만들어 지나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정부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에는 주변 600m 안쪽에 38개 검문소를 설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청을 통해 신분이 인증된 거주자들은 검문소에서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거주자가 아닌 경우 신분증 및 소지품 검사를 받고 방문지와 방문 목적 등을 설명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경호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평상시와는 달리 수상한 물품을 소지했는지 확인하고, 코엑스 안에 진입할 경우 목적지를 확인하는 등 검문·검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호안전구역은 오는 8월 말 또는 9월 초에 공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각국 정상이 머물 예정인 특급호텔과 그들이 이동하는 경로도 특별법상 경호안전구역 지정 대상에 포함돼 시민의 불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대표단은 서울 한남동의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머물 예정이고, 중국은 장충동 신라호텔, 오스트레일리아는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을 숙소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 프랑스와 영국은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등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서울 곳곳의 대표단 숙소 주변까지 통제하나

정상들의 숙소와 이동로는 서울 시내 전역에 걸쳐 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은 시민의 통행이 많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이 모두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되면 시민이나 차량의 통행에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특별법에 따라 시민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검문·검색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조처”라며 “특히 회의 장소 이외에 정상들의 숙소와 이동로까지 경호제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어 시민의 기본권이 광범위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찰은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인터넷 카페나 동영상 폐쇄·삭제를 해당 사이트 쪽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포털 사이트에 보낸 경찰청의 협조 공문을 보면, 경찰은 최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모니터링 강화와 불법 콘텐츠 삭제는 물론, 위험하다고 판단한 카페의 폐쇄를 인터넷 사업체에 요구했다.

경찰청이 보낸 공문에는 항상 ‘G20’을 이유로 콘텐츠를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폭발물 제조와 관련된 협조 공문은 “다가오는 국가 행사인 G20을 앞두고 인터넷상 폭발물 제조법 및 관련 재료를 구매하는 글과 동영상 등이 게시·유포됨에 따라 학습·모방범죄 발생이 심히 우려된다”며 해당 카페 폐쇄 등의 조처를 요청했다. 경찰이 문제 삼은 것은 NHN의 ‘폭탄연구소 카페’ ‘무기의 모든 것 카페’ 등과 엠군의 ‘스프레이폭탄’ ‘미니 폭탄 만들기’ 동영상 등이었다. 8월6일 현재 해당 카페와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경찰 등 사법기관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는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터넷에 떠도는 폭탄 관련 정보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해외 사이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실질적인 차단 효과가 없는데도 국내 인터넷 공간의 표현의 자유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 맞는다고 약자 괴롭히는 호들갑”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는 이미 올 초부터 진행됐다.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고, 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50일간 외국인 범죄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도로특별정비반 88개를 구성해 노점상에 대한 순찰과 정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권리지킴이·노점노동연대·빈곤사회연대·인권운동사랑방 등으로 구성된 ‘인권탄압 공동대책회의’는 지난 7월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님맞이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처는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외국 정상들이 오는 행사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정상회의를 치렀는데 유독 G20에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회·경제적 약자를 모질게 대하면서 손님을 접대하겠다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본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자진 출국하던 이주민까지 붙잡아 구금
G20회의 100일 앞…실적 경쟁에 ‘위협받는 인권’
경찰 기동대 동원 불심검문, 산재환자 구금
지하철역 방범셔터 설치 노숙인 내쫒기도
선진교통질서 100일 대책, 경미한 위반도 ‘통고’
한겨레 홍석재 기자
» 최근 이주노동자 주요 단속 사례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해 불심검문·산재환자 구금…

지난달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손아무개(42)씨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손씨는 지인들한테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1~12일)를 앞두고 강력한 이주노동자 단속이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귀향 일정을 앞당긴 터였다. 공항 발권대 앞에서 단속반에 붙잡힌 손씨는 화성보호소에 10여일을 갇혀 있다 풀려났다.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진출국을 유도하면서도, 정작 손씨 자신은 귀국행 비행기표를 받으려다 붙잡힌 게 더 기가 막혔다고 했다.

3일로 G20 정상회의가 꼭 100일을 앞두게 된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 부처 등은 각종 대책을 내놓느라 분주하지만 한편에선 이주노동자들이나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단속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캐츠아이’(Cats-Eye)에 최근 접수된 사례를 보면, 지난 6월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야간단속을 피해 강으로 뛰어들자, 단속반이 생사 확인도 없이 돌아갔다. 산재환자가 구금되는가 하면, 비자 소지자를 강제 단속하거나, 사복경찰의 길거리 불심검문 등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도 “G20 성공 개최를 위해 강력범죄에 선제대응하겠다”며 외국인 밀집지역에 경찰 기동대 등을 투입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법무부와 경찰 등이 G20을 의식해 실적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정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교육선전 차장은 “G20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이주노동자=테러리스트 가능성’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치안 강화’는 G20 의장국의 체면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노숙인들을 도심 바깥으로 내몰려는 조처들도 진행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은 “G20 관련 인사들이 지나갈 만한 지하철역에 방범 셔터를 설치해 노숙인들이 아예 해당 지하철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최근 지하도에서 잠자는 노숙인을 깨워 불심검문을 하거나 노숙인 임시주거시설로 정해진 곳에 입주자 명단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G20 행사가 본격화하면 정부에 불편한 존재인 이주노동자와 노숙인 등에 대한 탄압이 더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한국이 소외·약자에게 따뜻하고 인권의식을 잘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G20 의장국의 품격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2일 ‘G20 대비 100일간 선진교통질서확립 3단계 특별대책’을 내어, 정체구간 꼬리물기 등 후진국형 교통 무질서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단속전담팀을 꾸려 경미한 법규위반도 즉시 ‘통고처분’하는 등 교통질서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현 상황 개요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난 10월 8일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의 활동가 미누(미노드 목탄, 네팔)가 강제 연행되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있고 언제 강제출국 당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노동운동, 미디어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래 17년간 이주노동자로, 열정적인 미디어활동가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한국사회의 변화를 갈망했던 미누가 이제는 철창 뒤에서 굴종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10월 14일 오전 서울출입국관리소 사무소 앞에서 진행된 미누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free-minu

▣ 대응 계획

-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반인권적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사회에서 미누의 부재는 미누 개인 또는 MWTV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위한 중요한 아이콘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사회가 외국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따뜻한 다문화사회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미누를 즉각 석방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합니다.

-미누의 석방과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위한 행동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가칭) ‘미누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에 동참해주십시오

- 현재 MWTV는 이주 및 각계 사회단체와 함께 ‘(가칭)미누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미누의 석방과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위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동대책위에 함께 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성명서 발표에 동참해주십시오.

- MWTV의 미디어 활동가인 미누의 표적단속을 규탄하고,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최대한 빨리 각 단체에서 동시다발로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누의 석방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위한 탄원서에 서명해주십시오.

- 미누의 석방을 촉구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요청하는 탄원서에 연명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법무부장관 앞으로 보내는 미누의 석방을 촉구하는 각계 주요 인사들의 개인 탄원서를 조직해서 mwtv@hanmail.net나 또는 팩스 02-776-0455 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탄원서는 21일(수)까지 취합을 부탁드립니다.

다섯째, 미누의 이야기를 여러 곳에 알려주십시오.

- 부당하게 단속되어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미누의 이야기와 석방을 촉구하는 연대의 흐름을 여러 곳에 퍼트려주십시오. 미누의 약력과 관련 기사, 동영상, 미누의 관한 글들은 http://cafe.daum.net/free-minu 에 있습니다.

여섯째, 화성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미누를 면회해서 힘을 실어주십시오.

- 화성외국인 보호소에서 외롭게 수감되어 있는 미누에게 면회를 부탁드립니다. 면회신청은 http://cafe.daum.net/free-minu 카페를 통해서 받고 있습니다. 면회 시간을 월~토, 오전10시와 오후 1시입니다.

문의 :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 (02-776-0416)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화합을 노래해온 '스탑크랙다운'의 리더이자
MWTV(이주노동자방송) 영상팀장인 미누(미누드 목탄, 네팔)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free-mi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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