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근본 가르침은 ‘인간존중’ 공통점”

ㆍ‘일본정신’ 펴낸 이찬수 목사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 원장(47·목사)은 2006년 강남대에서 ‘재임용 부적격’ 통지서를 받았다. ‘관용’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불상에 절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는 ‘창학 이념 위배’를 이유로 들었다. ‘현대판 종교재판’ 논란 속에 이 원장은 복직 투쟁에 들어가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대학 측이 인사를 내지 않아 복직을 못하고 있다.

이찬수 목사
이 원장은 해직 이후에도 자신을 고난에 빠뜨렸던 종교간 관용·대화·소통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종교 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한 <일본정신>(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을 펴냈다. 지난 22일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는 이화여대에서 만난 이 원장은 “일본인 중에 자신이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삶의 자세나 문화적 양식을 보면 신도, 불교 등 오랜 종교적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며 “의식적·무의식적인 종교적 표현을 통해 일본 사람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일상적 언어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책은 2007년 8월부터 1년간 일본의 한 불교계 대학에 교환교수로 초청받아 다녀온 결과물이다.

이 원장은 이화여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종교신학’, 한신대에서는 ‘종교학’ 개론을 가르친다. 성공회대에서는 ‘기독교와 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원광대에서 불교학을 가르쳤다. 당시 목사가 불교를 가르친다고 화제가 됐다. 정신적·물질적 고초를 겪고도 종교간 대화 문제를 학술·교육에 끊임없이 접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성경에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나오고, 열반경의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불성을 지닌다는 뜻입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인간은 귀한 존재라고 선포하는 게 공통점입니다.”

이 원장은 “서로 인정·포용하기보다는 차이를 차별로 착각해 배타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때문”이라며 “공통적인 여러 종교의 근본 가르침을 도모하는 게 제 사명”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교의 고귀함이 기독교적 가르침과 모순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풍요롭게 한다”며 “신은 기독교인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종교인에 대해서도 그 종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기독교적 언어로 고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개신교 전통의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서강대 화학과)에 입학하던 1981년은 광주항쟁 이듬해였다.

“정말로 불의한 시대에 저는 목사가 되어 낮은 사람과 함께 사는 방식으로 시위하겠다고 다짐했죠.”

대학원에 진학해 종교학을 전공했다. 석·박사논문은 불교에 관한 것이었다. 이 원장은 “저는 개신교인데 가톨릭 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목사가 돼서 종교학과 신학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경기도 퇴촌 ‘길벗예수교회’의 담임 목사다. 주일에 한번 퇴촌의 한 산골의 컨테이너 예배당에서 20명 남짓한 신도들과 함께 예배를 본다. 스님과 수녀, 원불교 교무가 와서 설교했다. 이 원장은 “학문과 신앙이 일치된 삶을 살고 싶고, 기복적·이기적 신앙을 벗어나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종교 공동체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복직 문제와 관련, “인권연대 등 여러분들과 함께 교육부 민원 제기나 민사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학교 측이 불교적으로 말해 대승적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배타성을 극복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입력 : 2009-09-23 18:02:43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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