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서 고문사건' 원인 제공자 경찰총수 내정, 왜?
조현오, 쌍용차노조 과잉진압·실적주의 등 무리수...'영포라인' 배치 위한 사전 작업 해석도
이주연 (ld84) 기자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최지용

차기 경찰총수로 내정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는 지난 6월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의 원인 제공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경찰 현직 간부가 조 청장의 무리한 실적주의 강요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조 청장의 경찰청장 내정을 두고, 일부에서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무시가 그대로 드러난 인사"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물론 이같은 지적을 정부 역시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경찰내부에서 조차 논란이 되는 조 청장을 정부는 왜 굳이 경찰총수로 내정했을까. 

 

우선, 부산 태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조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같은 배경과 함께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 내정자의 업무 방식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맞아 떨어졌다는 평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3월 부산경찰청장이 된 조 내정자는 범죄 해결 성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를 강조했다. 이러한 실적주의는 경기경찰청장으로 임명된 후에도 계속된다. 조 내정자는 경기경찰청장 재직 시 쌍용자동차 노조의 장기파업을 강경 진압했다. 당시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분사했고, 테이저건을 농성자 얼굴을 향해 쐈다. 물과 의약품, 전기 공급도 끊었다. 이에 조 내정자는 시민사회로부터는 '반인권적'이라는 평가를, 정부로부터는 '유능하다'는 평을 받았다.

 

조현오 경찰총수 내정자의 실책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앞서 5.11. 기초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양천서 상황실에 위치한 강력 5팀 내부가 촬영되는 CCTV화면. 화면의 절반이 천장과 벽을 비추고 있다.
ⓒ 국가인권위

정부의 높은 평가는 조 내정자를 서울경찰청장에 오르게 했다. 그는 지난 1월 서울경찰청장에 취임하면서 "조직 전반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같은 성과주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경찰이 피의자에게 고문을 행사해 자백을 강요한 '양천서 고문사건'이 터진 것이다.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은 지난 6월 "실적을 강요해온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조 내정자에게 동반사퇴를 촉구했다. 성과를 내야만 하는 일선 경찰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를 정도로 실적주의의 폐해가 막심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채 전 서장은 불명예스러운 직위 해제 처분을 받았고, 조 내정자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조 내정자는 "성과주의는 순기능이 상당하다"며 앞으로도 실적 평가 시스템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경찰청장과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주연

실책은 또 있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어린이 아동 성폭행 사건이 잇따랐지만 "서울 경찰이 치안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며 조 내정자는 책임을 회피했다. 대신 양천서 사건, 아동 성폭행 사건 등의 모든 책임은 임기를 7개월 남겨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지고 사퇴했다.

 

강 전 경찰청장이 떠난 자리에 이젠 조 내정자가 앉을 예정이다. '경비통'인 조 내정자가 지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치안 문제를 담당할 적임자로 지목 받아 온 것이 유효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천서 고문사건 등에 대해 조현오씨가 책임도 지지 않고 발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고문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조현오씨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민에 대한 무시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따라 정권의 이익을 가장 극대화해 줄 적임자로 조 내정자를 꼽은 것 같다"며 "국민에게 심각한 우려를 줬던 고문 사건이 있은 후 진행된 인사로 믿기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영포라인'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은 차차기 경찰청장?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제기되는 분석은 또 있다. 조 내정자의 발탁이 다음 경찰 총수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희락 청장의 임기를 단축하면서까지 사퇴 시킨 배경에는 집권 후반기에 영포라인의 측근 공직자(이강덕 부산청장)를 전진 배치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서울청장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이강덕) 부산청장은 영포라인의 핵심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인사가 벌어진다면 경찰 인사 중에서 초초고속 승진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져 경찰의 인사질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조 내정자의 다음 경찰 총수로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을 낙점한 뒤 이번 인사에서는 이 청장을 서울경찰청장에 앉히는 계산이 내각개편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만일 강희락 전 청장이 7개월의 임기를 채웠다면 다음 경찰청장은 이 대통령과 같이 임기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강 청장을 사퇴시키고 다음 내정자를 임명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조 내정자가 임기를 마치는 2012년 8월에 한 번 더 경찰청장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임기 마지막(2013년 2월)까지 경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있을 만한 사람 임명"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을 비판하며 누리꾼이 만든 패러디물
ⓒ kk179mc

벌써부터 차차기 경찰총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 부산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경북포항 출신이다. 이 청장은 정부 내 파워그룹 '영포회(경북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의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의 핵심 구성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연을 가진 이 청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부산청장 역시 조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경찰 업무에 있어서 과오를 남긴 전력이 있다. 이 청장은 지난 3월 경찰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올 초 발생한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씨에 대한 부실수사로 지휘책임자인 이 부산청장에게 경고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다른 사건으로 수사 중이던 김씨를 눈앞에서 놓치고 즉각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추가 피해자를 양산한 큰 실수였다. 그럼에도 이 부산청장은 차기 서울경찰청장은 물론 차차기 경찰청장 물망에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예측이 사실로 이어진다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을 갖고 있고, 경찰청장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조 내정자와 이 부산청장이 차기와 차차기 경찰 총수를 맡게 되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경찰 수뇌부에 입성하는 것에 대해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청장직에 영남 출신이거나 학교 후배인 사람 즉,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있을만한 사람들이 임명되고 있다"며 "경찰이 정권 보위 기구가 아닌 치안기구임에도 정권에 충성심이 강한 사람만 골라서 뽑는 것은 경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방치 ‘실적주의’ 비판에도 경찰청장 ‘날개’
한겨레 홍석재 기자
» 강희락 경찰청장의 후임 경찰청장에 내정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가운데)이 9일 오전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에 참석하려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들어서면서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오 내정자 적격성 논란

경찰청장에 내정된 조현오(55) 서울지방경찰청장이 9일 경찰위원회의 임명 제청 동의를 받아, 사실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위원회가 임시회의를 열어 조현오 내정자를 새 경찰청장으로 임명 제청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경찰위원회에는 김일수 위원장 등 위원 6명(전체 7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이렇게 결정했다. 조 내정자도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쓰고, 국민이 바라는 경찰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내정자의 경찰 총수 자격을 놓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치열한 공방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조 내정자의 최근 업무추진 방식을 보면, 그를 치안 총수로 지명한 것은 청와대 ‘일방주의 인사’의 정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 내정자가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낼 때 쌍용자동차 파업을 강제 진압했고, 올해 들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 의혹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조 내정자는 지난해 쌍용차 파업 때 식수·의약품 반입을 차단하고 테이저건(전기침 발사기)·최루액 2200ℓ 등으로 노조원들을 진압해 ‘과잉 진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양천서 고문 의혹 사건처럼 조 내정자가 지휘한 지역들에서 ‘실적·원칙 주의’의 부작용이 많고 인권 경시 수사가 이어졌다는 비판이 경찰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조 내정자의 성과주의에 뒤쳐지지 않으려다보니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조 내정자의 성과주의에 반발해 “조 청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한 뒤 파면되는 초유의 항명 사태가 일어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 내정자의 치안 총수 임명은 결국 정부의 친정 체제 강화용일 뿐이며, 조현오식 성과주의 탓에 발생한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