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09년 7월 1일 이후 공소 제기되는 사건부터 적용하는 최초의 양형기준을 발표하였다. 형사사법의 투명성과 합리성 재고에 기여하기 위해 뇌물범죄, 성범죄 기준은 엄정한 양형을 구현하였으며, 횡령. 배임범죄 기준으로 이른바 ‘유전무죄’ 시비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유형별로 합리적인 형량범위를 설정하여 양형의 편차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첫걸음이니 시비를 걸기보다 더 기대를 갖고 제안을 해 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종교계에서 일어나는 뇌물범죄와 국고보조금을 타내 횡령, 배임하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세워주길 제안한다.

 개신교계의 일부 횡령사건 및 성범죄에 대한 사건도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불교계에서 몇 년 동안 일어난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소득이 있는 곳에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고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타다 쓰는 조계종을 중심으로 보자.

 정부당국은 국고보조금의 관리가 너무 허술하고, 법원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해 법원이 앞장서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아래도표에서 보듯이 2007년과 2008년 수십억의 국고보조금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쳤거나 자부담액을 채워 넣어야 함에도 적당히 넘어가려했다. 이전에는 관례, 관행으로 그냥 넘어가던 일인데 하며, 억울해 하는 불교지도자들까지 있다.

 세상이 맑아지면서 생기는 선의의 피해자라는 말을 접하면 이 분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님’이 맞나 다시 돌아보게 된다.  

 유무형의 많은 특혜를 받는 종교인 또는 지도자들에 대한 엄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다 보면, 반대의견이 훨씬 많다는데 또 놀란다. 어떤 종류의 종교를 갖고 있는 가를 뛰어 넘어 필자가 만난 법조인들은 대부분 관대하다.

 더 심각한 부패한 범죄가 많은데 종교인들의 수십억 횡령과 배임은 ‘새 발의 피’라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 경험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종교계 시민단체 담당자로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답답한 마음이 일어난다. 권력과 기업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바른 태도와 단호함은 어디로 가고,  자신이 믿는 종교계 부패에는 눈 감는 또 하나의 다른 ‘우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종교계 스스로 내부로 부터 투명하고 엄격하게 처신한다면 사회법의 관용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현재까지 내부를 맑게 하는 일에 소홀하다. 먼저 불교계 최대 종단이고 국민의 세금을 가장 많이 타다 쓰는 조계종이 그렇다.  

 아래 도표에 제시된 조계종의 24개 교구본사 중 5개의 교구본사에서 저질러져 사회법적으로 유죄의 판결을 받은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교구본사 이외 개별 사찰의 횡령사건을 합산하면 국민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인 사례는 훨씬 늘어난다.

 2001년 부산 범어사에서 발생한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총17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하여 결국 범어사에서 피고인을 대신하여 2007년 14억 원을 구청에 납부했다. 이 건에 대해 조계종의 대법원격인 재심호계원은 ‘공권정지 4년’을 선고했다. 종교계 내부의 자기 점검이 너무나 부족하다.

 약 8년 간 교구본사에서 일어난 횡령금액이나 횡령하려했던 금액을 합치면 서민의 입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점심을 굶는 결식아동의 지원비로 손색이 없는 기금이 될 수도 있다.
 

연도

교구
본사사찰
 

결과(진행)

적용법률

2001-2007

ㅂ사 

대법원 확정 판결,

2007. 12 17억여원 환수(부산 00구청)

횡령 등

2005-2009

현재 진행

ㅎ사 

14억여원 횡령혐의 기소중지(4년간 수배 받다 09년 초 검거) 1심 징역3년(집행 예5년)에 추징금 3억원 선고

횡령, 사기 등

2006-2007

ㅁ사 

2007. 12

1년 실형 확정, 1심 4억6천 추징

고등법원 원심 확정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2006-2008

ㅇ사

1심판결(집유, 사회봉사명령)

벌금 2천만원, 1억7천여만원 반환

대법원 원심 확정

사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2007-2008

ㅌ사

1심판결, 선고유예(500만원 벌금)

울산지법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

2008

ㅌ종단

총무원장 벌금형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

자료 출처 -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
 

지난 2005년 전남 화엄사 전 주지 ㅁ스님은 재임 중 사찰 소유 문화재 관리 및 보수비로 지급된 국고보조금 13억 원을 수차에 걸쳐 장기간 횡령해 도피하다 지난 2009년 2월 서울 도심에서 불심검문에 의해 체포된 후 구속되었다가, 1심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5년 추징금3억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13억 원을 화엄사에 반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위의 아래 기준으로 보면 실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오히려 장기간 도피하였고 교구본사 주지라는 고위직이라면 가중치를 줘야한다. 그러나 종교인의 심판은 거꾸로다. 스님, 목사님 이라는 이유로 교구본사주지로 지역사회에 공헌한 점. 동종범죄에서 초범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종범죄에서 재범일 확률은 95% 없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 횡령 배임범죄 양형기준>

구분

감경

기본

가중

제1유형(1억원미만)

~ 10월

4월~1년4월

10월~2년6월

제2유형(1억원이상, 5억원미만)

6월~2년

1년~3년

2년~5년

제3유형(5억원이상, 50억원미만)

1년6월~3년

2년~5년

3년~6년

제4유형(50억원이상,300억원미만)

2년6월~5년

4년~7년

5년~8년

제5유형(300억원이상)

4년~7년

5년~8년

7년~11년

자료 출처 - 대법원 홈페이지


 한편, 뇌물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9년 1월 30일 경기도 전 시흥시장에게 개발제한구역 내에 설립한 사찰의 납골당 승인을 받는 대가로 5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ㅎ스님의 경우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실형이 확정된 이 시장은 일반 형사사건에 연루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직을 상실토록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시장 직을 잃었지만 뇌물을 준 ㅎ스님은 예외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뇌물범죄]에 있어서 뇌물액수에 따라 형이 결정되도록 하고, 뇌물액수에 따라 가중처벌을 규정한 입법자의 의사를 반영하였다. 또한 엄정한 형량범위를 제시해 형량을 규범적으로 상향 조정하여 종전 양형실무의 개선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5천만 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원칙적인 실형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이라면 이 ㅎ스님의 경우도 엄정한 법원의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심 이후 보석으로 나온 이 스님은 조계종 한 교구의 고위직에 출마하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조계종에서는 사회법으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조계종 종법에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교단이 금고이상을 기준으로 내부 징계를 하다 보니, 오히려 법원의 결정이 면죄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불교계의 몇 가지 사례로 살펴보았지만, 거대 종교계의 고위직 인사들의 부패 사례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고, 법관의 종교 선호도에 따라 양형기준이 달라지고 ‘종교는 많이 봐준다’는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종교계 관련 범죄인’의 기준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또한 종교계 스스로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예방을 철저히 하고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엄정한 자체 징계를 해야 한다. 교회나 사찰이 ‘인사청탁’이나 ‘뇌물전달’의 연결도구로 전락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양형기준이 필요하다. 예방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불교계는 그렇다고 본다.

 국민 53%가 종교인이고, 종교인도 모두 공평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되어서 안 되고,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이다. 유리한 판결을 이끌기 위해 종교시설에 찾아가 같은 종교의식을 하며 양심에 어긋나는 보이지 않는 로비를 벌인다는 의혹이 있다면 더 큰일이다.

 대법관부터 시작해 모든 법관들이 ‘종교’에서 자유로운 심판을 하기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나쁜 종교인들에 대한 엄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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