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2009-09-06 10:27]  

검찰 "인종차별적 발언"…첫 기소
인권단체 "인종차별과 인권 이해 높이는 계기"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이 모욕으로 받아들여져 기소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박모(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7월 10일 오후 9시께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박씨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어 박씨는 일반 형법으로 처벌됐다.

피해자측 법률 지원을 담당한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한국 사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종주의를 묵인해온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후세인씨는 지난달 19일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들과 박씨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잡아달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권운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이 110만명을 넘고 2050년에는 국내 거주자 10명 가운데 1명이 귀화자나 외국인일 것으로 예상돼 인종차별 문제를 내버려두면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요소가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은 고약한 반인도적 범죄다. 비록 약식기소이지만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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