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7명 입건 사회손실 3조7513억 …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 등이 원인
검찰, 불법필벌 범정부적 대응 주문 … 시민단체 “정부의 일방적 시각”

검찰이 ‘미쇠고기 수입반대 불법 폭력 촛불시위’ 백서를 펴냈다. 서울중앙지검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2398회 열렸고 참가 인원만 93만2000여명에 달했으며 이 기간 동안 불법 폭력시위 혐의로 1347명이 입건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검찰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선동한 42명을 구속 기소하고 14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1001명은 약식 기소했으며 나머지는 기소유예나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력은 연인원 68만4540명(7607개 중대)으로 시위대와 충돌해 501명이 부상을 당했다. 중상자는 100명에 달했다. 경찰 차량과 장비 2275점이 파손돼 10억9000만원의 물적 피해액이 발생했다.

◆의사표현도 법 테두리 내에서 =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피해액이 3조7513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접적인 피해액이 총 1조574억원으로 생산 손실 356억원, 경찰서의 관리비 등 공공지출 손실 840억원, 시위 장소 부근의 영업손실 등 제3자 손실액이 937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간접피해는 사회 불안정에 따른 거시 경제적 비용, 공공개혁 지연에 따른 비용 등 총 2조69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이같은 미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발생 원인으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 증폭, 인터넷 등에서 퍼진 광우병 관련 미확인 정보와 허위사실, 촛불시위에 대한 위법성 인식 부족,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시위 주도 등을 꼽았다.
향후 대책으로 검찰은 수사와 정책측면에서 엄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우선 집회신고 수리요건을 엄격히 해석해 운영하고 불법 폭력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는 해산위주의 방어적 방식에서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해산 및 검거 위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또 불법 폭력행위자에 대해 불법필벌 원칙을 확립하고 폭력시위 배후세력을 철저히 규명,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는 입안단계부터 갈등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이해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개최,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사회 각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으나, 집회시위 문화는 아직도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기본적 법규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의사표현의 자유도 법과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객관성 없는 사회적 피해규모 =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촛불시위 백서가 일방적인 시각만을 반영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촛불시위를 통해 얻은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백서를 발간했다고 해놓고 정작 정부가 사과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촛불시위의 배경으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와 광우병 관련 허위사실 등을 거론했으나, 미쇠고기의 수입재개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할 정도로 인정했는데도, 한마디 설명도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풀려진 피해규모도 논란거리다. 백서는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지만, 연구원의 성격 때문에 당시에도 객관성을 의심 받았었다. 더욱이 주변 상인들의 피해 산출이 관련 업종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계산한 것으로 인해 조사기법 자체도 인정받지 못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는 오류가 없고 시민사회만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국민들을 깔보는 처사”라며 “국가기관의 백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번 백서는 기본적인 것들이 빠져 있어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재인식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ㆍ“대통령 왜 두 번이나 사과했는지 설명 없어”

검찰 백서에서 ‘촛불시위’를 과격한 폭력집회로 변질시킨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정치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기 고백서”라고 평가했다.

MBC 의 조능희 책임프로듀서는 “뿐 아니라 여러 언론이 미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대해 보도했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면서 “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당시 국민대책위원회 조직팀장을 맡았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과 정권에 충성할 거리를 찾아 알아서 움직이는 검찰의 모습을 또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 예산과 공무원을 동원해 이런 백서를 만들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부패 수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불순세력의 선동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왜 두 번씩이나 사과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면서 “정부는 오류가 없고 과 시민단체만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권력기관으로서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고 국민 다수를 깔보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국가기관의 백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번 백서는 기본적인 것들이 빠져 있어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재인식시켜 주는 효과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은 시위사범에 대해 온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 증거, 피고인의 입장 등을 종합해 법률에 의거해 판단한 것일 뿐 사견은 없다”며 “검찰은 자기 판단만 옳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견해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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