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 회원모임 9탄 -"한겨레 영화 담당 이재성 기자와 함께하는 영화 여행"

 인권연대가 매월 회원님들을 위한 회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영화모임>이 아홉 번째로 만날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입니다. <영화모임>이 선정한 첫 번째 한국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2007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되었던 작품입니다. 장편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감독의 연애 이야기와 영화 준비 과정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동시대 젊은이들의 산만한 관심사를 수다스런 입담으로 표현한 점이 흥미로웠다”는 평과 함께 연애, 영화에 대한 고민과 정치, 문화, 의사소통을 아우르는 꼴라쥬가 흥미롭고, 이를 엮는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영화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삶의 다양함과 마주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입니다.

 누구나 함께 하실 수 있는 자리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일시 : 2009년 9월 2일(수) 저녁 7시
  • 장소 : 인권연대 교육장(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2분거리)
  • 문의 : 인권연대 사무국(02-3672-9443)

  영화 정보

INFORMATION
영어제목 : Milky Way Liberation Front

감독 : 윤성호

주연 : 임지규, 박혁권

제작사 : 청년필름,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

배급사 :
 (주)인디스토리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7년
상영시간 : 99분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SYNOPSYS

연애도, 영화도 말로는 베테랑인 초짜 감독 영재.
사랑과 일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리다!

말 많은 그를 말없이 받아주던 여자친구 은하는 떠나고, 화려한 캐스팅과 버라이어티한 투자 계획은 있으나 시나리오는 진전이 없다.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름 예민한 영재는 설상가상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구강 액션의 정점, 복화술을 구사하던 배우 혁권은 물심양면으로 감독 영재를 도와보지만 영화사 대표는 몽골 천재 쌍둥이 감독들에게 영재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은 눈치다.

영화도, 연애도 점점 꼬여만 가는 영재.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영화의 진심을 믿습니까? <은하해방전선>

 아마도 윤성호의 영화는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연애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는 인용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 윤성호의 장편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은 감독 윤성호가 말하는 ‘윤성호의 영화 혹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영화를 한다는 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과 겹친다. 자신의 단편들에서 외부 텍스트를 끊임없이 인용하고 조립해왔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단편들을 인용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영화들은 무언가를 내뱉는 순간, 내뱉어진 담론, 문장, 가치를 끊임없이 지운다. 말하자면 지움으로써 다른 차원으로 가볍게 이행한다. 그러니 이 의미심장해 보이는 제목은 사실, 말 그대로 사랑하는 ‘은하’에게서 해방되고자 하는 어느 어수룩한 감독의 슬픔을 지칭하는 것이다.  

 자신의 어수룩함을 화려한 말발로 감추는 영재(임지규)는 장편 데뷔를 준비 중이다. 그는 바로 그 말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은하(서영주)에게 실연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준비하던 영화는 난항을 거듭하고 그 스트레스로 영재는 급기야 실어증에 걸리고 만다. 그러나 실어증은 갖가지 묘기, 이를테면 복화술과 입에서 나오는 피리소리 등으로 대체되면서 자기기만적인 영재의 말들을 기의없는 음악으로 만든다. 영재의 실어증은 사랑도, 영화도, 글도 모두 입으로 하는, 구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두려움의 징후다. 혹은 소통과 사랑의 처절한 실패 앞에서 부서지기 전에 소심하게 한 걸음 뒤로 빼는 물러남이다. 그런 영재 앞에 은하가 아닌 새로운 사랑(이은성)이 나타난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며 영재는 자신의 말만 주야장천 내뱉기 전에 그녀의 눈과 입을 ‘들을 수’ 있어야 함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영화는 영재의 내면적 변화의 시간에 대해서는 무심한 편이다. 그건 이 영화가 강박적으로 말의 의미나 정치, 거대담론을 불신하고 있다는 인상과도 연결된다. 때때로 영재가 소비하는 수많은 말과 감정은 이 냉정한 세상과 부딪치는 제스처가 아니라, 그 세상의 중심에 들어서지 못함에 대한 자괴감과 냉소의 제스처처럼 보인다. 또한 영화는 신자유주의, 제국주의, 영화, 사랑 등을 그 자체로는 텅 빈 기표로 반복 사용하며 무언가 남겨짐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유보하고 있다. ‘담론을 패션(fashion)으로 만듦으로써 발언이 되게 하기’와 ‘담론을 또 하나의 매혹적인 상품으로 소비하고 말기’ 사이에서 이 재기발랄한 영화는 위태롭게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이재성/ 인권연대 운영위원


 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했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한 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면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아래에 있는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위아래가 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중략)…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셔야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까?” 

 나라를 이롭게 하겠다는 양혜왕의 선의(善意)마저 이기주의라고 꾸짖었던 맹자가 오늘날 한국의 정치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인배들 천지라고 혀를 차지 않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 땅과 건물을 사서 재산증식에 몰두해온 분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나는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긴 장관 후보자부터 남의 돈으로 수십억짜리 집을 사들인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현 정부는 소위 우리나라를 이끌어간다는(가고 싶어 하는) 분들의 추악한 면면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공약을 이행한다며 밝힌 재단 설립 계획 역시 많은 사람의 비웃음을 샀다. 공약을 지키기도 그렇고 그냥 먹어버리기도(식언하기도) 그렇고, 전전긍긍했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대통령이 되었다고(종신대통령도 아니고) 한꺼번에 남한테 주겠나. 주변 사람들과 상의한 결과가 재산을 기탁하는 대신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었을 터다. 잘은 모르지만 좋은 일 한다는 명목으로 세금도 안 내거나 덜 낼 수 있을 테고, 측근들을 재단에 포진시켜 놨으니 내 맘대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사회 환원 방식조차 참 이명박스럽다고 생각한 게 단지 나 혼자만일까.

 새삼스런 말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사회적 힘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이기주의에 있다. 방법과 절차를 불문하고 이명박처럼 돈 벌고 성공하고 싶다는 이기주의. 국민들 저마다의 이기주의가 하나의 힘으로 모여 강남 졸부의 화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아니나 다를까, 지금 우리나라는 (가진 자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광풍에 휩싸여있다.


현금까지 뿌려가며 신문 시장을 망쳐놓은 조중동. 이들이 방송을 시작하면 언론환경은
지금보다도 더욱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로 급격히 바뀔 것이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먼저 ‘4대강 살리기’(실은 죽이기).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눈물을 머금고) 4대강 죽이기로 축소하면서까지(그래도 30조원!) 삽질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건설업계의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국내 최대 건설회사 CEO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의 눈에 멀쩡한 자연이 망가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급하면 그 흔한 환경영향평가 한번 거치지 않고 삽질부터 시작했을까. 이 사업이 아니었다면 공터에서 공치고 있을 포크레인과 불도저의 감가상각비만 생각해도 얼마인가. 4대강 삽질이라는 게 강바닥을 파서 수량을 많게 하고 둔치나 보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모래밭과 습지로 아름다운 자연 하천을 한강처럼 인공구조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의 얼마 안 되는 자연 습지(여의도 샛강을 비롯한)를 파헤치고 있는 건 또 어떤가. 아무리 서울시장 한 번 더 하고 싶고, 대통령에 욕심이 있어도 그렇지 한 때 환경운동연합 회원임을 자랑하고 다녔던 사람의 이명박 따라 하기는 참 볼썽사나운 노릇이다. (대통령의 꿈을 이룬) 이명박을 움직이는 힘이 철저히 계급 이기주의라면, (대통령을 꿈꾸는) 오세훈을 움직이고 있는 힘은 출세욕이라는 개인 이기주의다.

 최근 날치기로 통과된 언론악법이야말로 이기주의의 결정판이다. 자전거에 상품권, 현금까지 뿌려가며 신문 시장을 망쳐놓은 조중동이 결국 신문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되니까 방송을 하려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언론에 약한 재벌 총수들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이들이 방송을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은 지금보다도 더욱 철저히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로 급격히 바뀔 것이다.

 세월이 변한 것일까? 과거 같으면 수십 번도 더 뒤집어졌을 소식을 접해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같은 건 이슈조차도 잘 안 된다. 왜 일까? 조중동이 외면해서? 더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이 자신의 문제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망동을 이대로 두고 지나갈 경우 기무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반정부 인사들을 미행하고 감시할 것이라는 것을. 국정원은 합법적으로 국민들을 사찰하고 도청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닌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의 자유도 언제든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대단치 않게 생각한다. 그런 무관심과 불감증의 밑동에 있는 것이 우리 각자의 이기주의다.

 그나마 측은지심은 남아있는 것일까?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그 뜨거움이 단순한 측은지심이 아니길 바란다. 두 분은 역사와 대의에 자기 몸을 진정으로 바치신 분들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이 소인배들이 판치는 시대에 대한 뜨거운 경고라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남아 있다. 문제는 우리 안의 이기주의다. 우리가 이기주의의 껍질을 깨고 일어설 수 있다면 여론주도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지난해 촛불 시위 때처럼 말이다.

이재성 위원은 현재 한겨레신문사에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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