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 제기’ 무차별 연행 조사

ㆍ경찰, 유인물 배포 대학생들 인권침해 논란

경찰이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던 대학생들을 무차별 연행,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기관들이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사에 나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환승통로에서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던 대학생 김모씨(22) 등 5명이 서울 중부경찰서 등 세곳으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같은 날 노원역 등지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던 대학생 10여명도 연행 직전 경찰에 신분확인을 해주고 풀려났다.

한대련 소속 대학생 30여명은 이날 ‘천안함 사태 진상규명, 한반도 평화실현’이라는 제목의 유인물 3만부를 만들어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 배포했다. 유인물에는 최근 외신에 보도된 러시아 전문가의 천안함 조사결과 불신 발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대한 회의적 전망, 언론 등이 제기한 천안함 침몰 당시 여러 의혹 등이 담겨 있다.

경찰은 이를 ‘불온 유인물’로 규정, 대학생들을 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대련 측은 “경찰이 ‘정부가 합동조사해서 공식 발표한 것인데 왜 못 믿느냐.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내용이 담기면 불온 유인물’이라고 거듭 밝히며 연행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을 연행, 조사한 뒤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30여분 만에 훈방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인물 배포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임의동행으로 조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대련 관계자는 “연행된 학생들은 임의동행 여부를 고지받지 못했고, 경찰은 학생들을 추가 연행하려다 주변 시민들이 항의하자 신분만 일부 확인하고 물러났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임의동행시 동행 요청 사유와 장소 등을 밝혀야 하며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임의동행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불심검문과 임의동행 규정을 악용해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했다가 처벌할 근거가 없자 풀어준 것”이라며 “경찰이 직무집행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진식·정영선 기자>


입력 : 2010-06-14 02:58:55수정 :

- Copyright ⓒ 1996 - 2010 . 이 페이지의 모든 저작권은 (주)경향닷컴에 있습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