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경찰, 독립적 수사기관 되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심사숙고해 다양한 논의 모아야
국회도 통제할 수 없는 ‘제왕적 검찰’…권한 나눠야

1952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반세기 넘게 끌어온 수사권 갈등이 검·경 수사권 합의안 도출로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은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장하는 대신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론 났다. 형사소송법이 개정 이후 처음으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한 것으로 경찰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경찰이 수사보조자 위치에서 수사주체로 격상됐다는 긍정론과 검찰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된 새로운 노예조항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지난 21일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을 직접 만나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오 사무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사권 조정은 더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권한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에서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조정했다. 2항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3항에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대체한 것이다. 이는 검찰 수사지휘권을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내용도 동일하다. 구체적 사항은 6개월 후 법무부령으로 결정될 방침이다.

수사권 조정 명목만 남은
대국민 사기극

오 사무국장은 “이번 합의안에서 수사권 자체는 조금도 조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수사 주체는 검찰 뿐이다”라며 “수사권 조정 명목만 남은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오 사무국장은 “수사권 조정에서 검찰이 양보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 파워를 과시하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또 “복종 의무를 없앴지만 곳곳에 복종하게 만들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마치 오른손으로 때리다 이제 왼손으로 때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을 언급하며 “청와대가 다양한 논의를 모으기는커녕 합의 안하면 못나간다는 식의 압박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한마디로 졸속”이라고 비난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시민은 논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경 양 기관의 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사권 조정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심사숙고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다양한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검찰은 처분 대상이지 합의 대상이 아니다.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데 개혁 주체랑 무슨 합의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파쇼 출현해도
검찰파쇼보다 약하다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사’를 수사지휘대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검·경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 검찰은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경찰이 내사권까지 갖게 되면 통제할 수단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검찰 논리에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독자적 내사활동까지 지휘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오 사무국장은 “내사권은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오 사무국장은 “피내사자는 내사를 인지하지 못해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내사는 수사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다. 내사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춘 검찰’이라며 검찰 권력에 우려를 표했다. 오 사무국장은 “검찰은 형사 사법 절차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형사 사법 절차는 검찰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며 “국회도 통제할 수 없는 ‘제왕적 검찰’이다. 검찰은 임기 초반의 대통령을 제외하곤 누구보다도 권한이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검찰 통제 장치가 적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오 사무국장은 특히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경찰파쇼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경찰파쇼 출현’이 우려된다고 말한다”며 “설사 경찰파쇼가 출현하더라도 지금의 검찰파쇼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 기소유예권, 형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를 책임지는 검찰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사무국장은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검찰만을 위한 검찰권 행사와 정권과 코드 맞추기 식의 검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은 원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파쇼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경찰파쇼가 우려된다면 고위공직자 비위수사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부패는 힘에서 생기는 것이다. 권한을 분산하면 부정부패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수사와 공소는 엄격하게 나눠 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경찰은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돼야한다. 또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결과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즉 기소·불기소 처분과 공소유지만 맡아야 한다”며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 기관이 엄격하게 구분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오 사무국장은 “권한을 끊임없이 나눠야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국민들이 편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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