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20일 절도 피의자 등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5팀 직원 5명이 소환돼 15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당초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됐으나 조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검찰은 경찰관 5명에 대한 조사를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고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일부 경찰관과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 피의자의 대질 조사도 실시했다.
검찰 소환에 앞서 자체 조사한 경찰청 감사관실도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들은 ’(피의자들이) 심하게 저항하고 자해를 하려고 해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가혹행위)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또 양천서 상황실에 있는 폐쇄회로(CC)TV 녹화기에서 피의자가 고문을 당했다는 시기인 3월9일∼4월2일 사이 전체 30대의 CCTV 가운데 강력 5팀 사무실 CCTV를 비롯한 16대의 CCTV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을 위해 설치한 CCTV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각 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서의 CCTV 운용·관리와 책임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 경찰은 지난해 ‘경찰청 CCTV 운용규칙’을 제정하려다가 의견 수렴만 한 채 그만뒀다.
특히 경찰서에서도 강력사건 등 범죄 수사를 집중적으로 맡는 형사계의 CCTV는 저장 용량과 화질 등 기능이 떨어지고, 오작동 사례도 잦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 직원은 “CCTV는 명확한 관리 지침이 없고, 아무도 안 챙기는 게 맞다고 보면 된다”고 했고, 다른 경찰서 경무과 관계자는 “경무과는 CCTV가 설치된 각 과에서 고장 난 사실을 통보하면 업자를 통해 수리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CCTV에 이상이 생기면 방치하는 사례가 흔하다. 한 경찰서 간부는 “꼭 가혹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머리 위에서 CCTV가 지켜보는 걸 좋아할 경찰이 있겠느냐”며 “CCTV가 고장나더라도 방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CCTV 녹화물을 통해 경찰에 불리한 증거가 나온 적이 없다”며 “외부기관이나 상급기관에 관리를 맡기고, 의도적인 영상 삭제 시 처벌규정 등 명확한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