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유족들, 사망 경위 들으며 ‘고성’
해병대 총기사고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은 침통함으로 가득 찼다. 뜬눈으로 밤을 보낸 유족들은 5일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가족과 친인척 70여명은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밤을 보냈다. 일부는 오열하다 탈진해 링거주사를 맞았다. 장례식장에는 희생 장병의 친척과 지인, 군 동료의 방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군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들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은 사망 경위를 설명할 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승렬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알 수 없는 연유로’ 상황실 밖으로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군이 발표했다”며 “한 사람의 명예가 좌지우지되는 일인데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박치혁(21) 상병의 고모 박모(45)씨는 “군이 처음엔 이송 과정에서 죽었다고 하더니 이젠 국군수도병원에서 죽었다고 한다”면서 “사망 경위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거냐”고 따졌다.
유족들은 숨진 장병에 대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군은 총기사고를 낸 김모 상병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나머지 장례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상기 육군 참모총장,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 박종헌 공군 참모총장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시민들은 해병대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배우 현빈 입대로 개선됐던 해병대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최영기(31)씨는 “관심사병에 대한 세심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 오창익 사무국장은 “관심사병 진단을 받으면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성남=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