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동원 ‘여론 길들이기’ ‘천안함 공안정국’ 심상찮다

ㆍ‘좌초설’ 조사위원 수사
ㆍ인터넷 글 대대적 색출
ㆍ경찰 대테러 비상령도

정부가 천안함 사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다른 주장이나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속속 수사에 착수하고 인터넷상의 여론 감시나 경비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천안함을 빌미로 여론 길들이기에 나서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해군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민·군 합동조사단의 신상철 민간위원을 지난 22일 공안1부에 배당, 수사 중이다. 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에 포함된 신 위원은 지난 3월27일 모 경제신문에 해군이 사고 직후 제시한 ‘작전지도’를 근거로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하는 등 최근까지 합조단의 조사 과정과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과 기고를 해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을 고소한 사건도 맡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1일에는 현역 해군장교를 사칭,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을 자체 사고로 묘사한 네티즌 장모씨(22)를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천안함 사고 조사발표 직후 침몰 원인 등을 둘러싼 근거없는 비방이나 불법행위 엄단에 나섰다. 사이버테러 대비 경보 단계를 ‘정상’에서 ‘관심’으로 격상하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불법 집회·시위가 열리면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토록 주문했다. 경찰은 인터넷상의 천안함 관련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나선 상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전국 경찰에 ‘을호비상’을 내리고 대테러 작전부대의 출동태세 점검에 나섰다. 을호비상은 집단사태의 발생으로 치안질서가 불안해지거나 대규모 재난·재해 발생시에 발령되는 비상근무령으로, 천안함 침몰 직후에 이어 두번째 내려졌다. 강 청장은 21~22일 전국 지방경찰청장 불시 화상회의를 열고 인천공항과 지하철 역사 등을 돌며 직접 경비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검·경을 동원해 정부에 불리한 여론을 틀어막고 공권력 동원을 강화하는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정부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한다고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일은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오 국장은 “유언비어 단속 등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나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의문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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