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검찰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 대통령령 놓고 대립 불가피

6월 30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경은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격전지는 대통령령 논의과정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6월 2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정안 196조를 보면 2항과 3항에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면서 “이 경우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미 196조 1항에서 사법경찰관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 지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남아 있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문제는 어디까지를 ‘모든 수사’로 볼 것이냐다. 이 범위에 따라 경찰이 확보할 수 있는 수사권(수사의 개시·진행)의 범위도 달라진다.

대통령령에 담길 구체적 내용은 향후 6개월 동안 검·경이 수사권조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도록 돼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는 검·경에 매우 첨예한 사안이다. 2005년에는 이 문제로 인해 현직 경찰이 징역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2005년 12월 당시 강릉경찰서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장신중 경정은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한 피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하라는 지시를 거부했다. 장 경정은 검찰이 직접 피의자를 데려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직수사건(검찰이 직접 인지·수사한 사건)의 경우 긴급체포 피의자의 호송 및 구금이 검찰청 소관이라고 봤다. 반면 검찰은 검사가 일반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으므로 경찰이 검찰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이후 몇 차례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자 검찰은 장 경정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어디까지를 ‘모든 수사’로 볼 것인가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법적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건 검찰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럴 경우 수사권이 이원화되면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반면 경찰은 수사 개시·진행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함으로써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5년 수사권 조정 논의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수사 개시 및 진행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가 경찰 수사 종결시에만 행사되어야 하며, 그 이전 단계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196조 1항에서 사법경찰관리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규정했다.

먼저 검토해야 하는 건 수사지휘 대상에 포함될 범죄의 유형이다. 일단 중요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검·경은 이미 2005년 검·경 수사권조정협의체를 통해 합의안을 내놨다. 2005년 검·경 수사권조정협의체는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교에 관한 죄, 공안을 해하는 죄, 폭발물에 관한 죄, 살인에 관한 죄,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 각종 선거법 위반 범죄, 공무원에 관한 죄, 사회의 이목을 끌거나 정부 시책에 영향을 미치는 죄,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이 지시한 사항’ 등을 ‘중요 범죄’ 대상으로 설정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기에 몇 가지를 더 보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2005년 학술지 <서울대학교 법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요 범죄 발생보고 대상범죄 + 알파’를 대통령령에 규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송치 전에도 지휘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하자”며 “여기에는 검찰이 자체 수사인력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강력, 외사, 마약, 컴퓨터 수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내사’는 수사인가, 아닌가
검·경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내사 문제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에 관해서는 검찰 지휘를 받아왔지만 내사의 경우에는 시작과 종결 양쪽에서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왔다. 내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입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반면 검찰은 내사도 수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결국 대통령령 제정과정에서 내사가 ‘수사’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에 누려온 권한마저 잃게 된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7월 4일 오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검찰의 뜻에 반해 수정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내사가 ‘수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경찰로서는 검찰 통제 없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커질 우려도 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내사가 ‘수사’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내사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내사의 경우 피내사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사를 ‘수사’로 간주해 검찰 수사지휘 대상으로 삼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사는 검찰도 하고 경찰도 한다. 검찰이 경찰 내사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면 경찰이 그동안 내사를 하면서 얻은 정보도 검찰이 쥐게 될 것이므로 검찰 권한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대통령령이 아니라 애초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넘어갔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자체가 사법개혁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인권침해 문제에서 검·경이 쌍벽을 이룬다고 보는 인권단체 쪽의 시각은 더 그렇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령의 내용은 검·경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두 기관 사이에 좀 다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수사권 조정 방향은 애초 검찰개혁 일환으로 논의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도 개정된 법안이 사법개혁의 애초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다만 서 교수는 개정안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전제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는 필요하다. 그러나 애초 수사권 조정의 목적이 검찰 권한 견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찰의 부당한 지휘에 대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령에서라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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