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만 입금하고 안갔는데 경찰이 출석요구 했다”
경찰 “채증사진 있어…적법한 절차 거쳐 수사중이다”
지난 12일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 지원을 위한 ‘희망버스’ 행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은 시민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시민은 행사 참가비를 ‘희망버스’ 주최 쪽 통장으로 계좌이체한 것 말고는 다른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희망버스 계좌’까지 추적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회사원 김아무개(40)씨는 지난 23일 부산 서부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해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 안으로 불법진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피내사자 신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버스비 3만원을 계좌이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버스비를 입금한 뒤 행사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 10일 갑자기 어머니가 폐렴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주말 내내 병원에만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이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은 자신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을 두고 ‘희망버스 계좌’를 추적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또 경찰이 자신이 진보신당 당원이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며 표적수사를 벌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의 행사참가 사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행사에 참가한 채증사진을 갖고 있고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희망버스 계좌를 추적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12일 전후에 내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있었던 것은 가족들과 병원 관계자 등이 증언할 수 있다”며 “채증사진을 갖고 있다는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행사를 주도한 송경동 시인은 “단순히 계좌입금만 하고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 중 2명이 출석요구서를 받은 상태”라며 “참가자 예상 명단을 외부에 공개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경찰이 이렇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경찰이 2차 희망버스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잡도리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조선소 안에서 폭력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단순 계좌 입금한 사람조차도 수사를 하는 것은 전례없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