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향대포 안전성 실험했다고...거짓말 들통나

서울대학교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측 "단순 성능검사, 안전성 실험 한적 없다"

국내업체가 개발한 음향대포

국내업체인 (주)세너틱스가 판매하고 있는 음향무기 'SQUAD'의 모습.ⓒ 뉴시스



경찰이 이른바 '음향대포'인 지향성음향장비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안전성 실험 결과를 발표했지만, 단순 성능 검사를 안전성 검사라고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성 실험 결과는?

경찰은 지난 3월 서울대학교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 음파무향실에서 LRAD 1000X/100X, Shock Wave 38M/30C 등 총 4종의 지향성음향장비를 가지고 안전성을 실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안전성 실험 결과 고음압으로 출력되는 경고음을 지속 사용할 시, 인체에 대한 피해 예측이 곤란한다며 산업 보건 기준 범위 내에서 장비를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령 제330호 산업 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소음강도 90dB에 1일 노출시간은 8시간으로 규정했고, 115dB로 소음강도가 강해지면 1일 노출시간은 15분으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공동연구소의 권장에 따라 음향장비의 소음강도를 120dB 이하로 맞추기로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번에 도입될 예정인 지향성음향장비의 경우 최대 140dB까지 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120~130 dB는 소리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지는 소음강도로 장시간 청취시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140 dB의 경우 50m 부근에서 군용 제트기가 이륙하는 소음 수준이고 160 dB로 소음강도를 높이면 일시적인 노출로도 영구적으로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

결국 경찰은 안전성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120dB 이하의 소음강도로 짧은 시간 노출하면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소 측, 안전성 실험 한 적 없다

하지만 직접 실험을 진행한 연구소 측은 말은 180도 말이 달랐다.

안전성 실험 결과를 담당했다던 서울대 전기컴퓨터 공학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성굉모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예 안전성 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성 교수는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서는 미국과 국산 제품의 기계 자체의 성능 비교를 한 것이지 인간을 상대로 한 안전성 검사를 한게 아니다"고 밝혔다.

지향성 음향장비 유해성 논란이 벌어지자 경찰이 부랴부랴 안전성 실험 결과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말로 들통난 셈이다.

성 교수는 특히 성능 실험 결과 소음 강도가 120dB를 절대 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고 전했다.

성 교수는 "120dB을 절대로 넘어서는 안된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에서도 120dB 소음으로 1초라도 노출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작업장을 기준으로 90dB에 8시간, 95dB에 4시간 등 5dB 증가하는 데 노출시간 허용치는 절반씩 줄어든다고 하지만, 120dB에서는 1초라도 노출해서는 안된다"면서 "1초 노출시간 제한이라는 의견은 저의 자의적인 의견이 아니라 모든 음향학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의 말대로라면 경찰은 단순한 성능 실험을 안전성 실험이라고 속이고 120dB 소음강도가 위험성이 높은 수치라는 것만 인식하고 그 이하의 소음 강도로만 지향성 음향장비를 운용하겠다고 밝힌 꼴이다.

해외에서도 사용 금지...안전성 보장할지 의문

더구나 경찰은 지향성음향장비의 일종인 LRAD도 해외에서 '단순 방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털어놨다.

해외의 지향성 음향장비 사례를 보면 지난 2004년 6월 미 산타아나 SWAT팀은 집안에 있는 차량 절도 조직을 체포할 시 사용했고, 미 해군은 해상 경비 및 해안에 위치한 군사적 기반시설 보호에 사용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부대 기지에 보급해 걸프만에도 경비용으로 공급됐다. LRAD는 또한 노약자와, 어린이, 임산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음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는 법원이 지향성음향장비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찰이 밝힌대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지향성 음향장비를 운용하더라도 실제 집회 시위 현장에서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은 말 그대로 산업 현장을 가정해서 산출한 기준이며 좁은 영역에 집중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음향성 장비에 의한 결과도 아니다.

집회 시위 대상자 뿐 아니라 주위 상인과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음향장비를 도심지에서 이용할 경우 고층건물의 위치, 구조, 표면의 특성 등에 따라 반사음이 발생하면서 예상치 못한 강한 음압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결과다.

경찰은 도심지에서 음향 장비 사용시 음압을 10dB 이상 감소시켜 110dB 소음강도로 맞춰 운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예상치 못한 강한 음압 형성'이 어느정도 될지도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국민에게 분명히 해를 끼치는 장비를 무리하게 들여온 과정에서 근거를 조작하고 거짓말을 해대는 경찰이 실제로 장비가 일선에 배치됐을 때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질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오 사무국장은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절대 신뢰하기 어렵다. 이를 추진한 사람들은 문책을 받아야할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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