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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위 ‘친여·인권무관 인사’로 채워

ㆍ진보적 시민단체 인사 배제 ‘반쪽 위원회’로
ㆍ‘촛불진압 항의’ 총사퇴후 15개월만에 재가동

경찰 인권위원회가 진보적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부분 배제한 채 반쪽짜리 위원회로 재가동된다. 지난해 6월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해 2기 인권위원들이 총사퇴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13일 제3기 경찰 인권위원 16명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인 김동건 변호사(63)가 선임됐다. ‘바른’은 강훈 대표 변호사가 이명박 정권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정부 관련 소송을 다수 수임, 현 정권과의 밀착된 관계로 주목받고 있다. 나머지 위원들은 온누리교회 목사, 치과·피부과 전문의 등 친여 또는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민진영에서는 허미연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과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이 포함됐다.

경찰 인권위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5월 출범했다. 경찰 활동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시정권고하고, 인권과 관련된 경찰의 제도·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 인권위는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시위 농민이 경찰 진압 중 사망하자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이종우 기동단장 징계를 권고했으며,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직위해제 조치했다.

앞서 1·2기 인권위원에는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진보성향의 인권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으나 이번에는 모두 배제됐다. 3기 인권위원 중에서는 경희대 서보학 교수만이 인권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경찰 인권위는 2기 인권위원 14명이 지난해 6월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항의하며 전원 사퇴한 뒤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동안 경찰은 용산참사, 서울광장 봉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철거, 쌍용차 농성진압 등 강경진압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내부에선 인권위 폐지론까지 제기돼 왔다.

1·2기 인권위원이었던 오창익 국장은 “새로운 인권위원들이 인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사들인지 의문스럽다”며 “경찰이 인권 문제에 대해 부담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도 “국가인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입력 : 2009-09-13 18: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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