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렴도 자체조사 ‘자화자찬’(세계일보, 100218)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39개 중앙행정기관의 청렴도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한 경찰청이 권익위 방식대로 청렴도를 자체 조사한 결과 점수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경찰 내부 평가와 외부 민원인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에서 내부 평가 점수가 급증한 결과라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품 수수로 적발되는 경찰관 수가 급증〈본지 2월17일자 10면 참조〉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데, 정작 경찰은 스스로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3주간 전국 244개 경찰서 경찰관 2000명과 민원인 7200명을 대상으로 경찰의 청렴도 조사를 한 결과, 10점 만점에 8.34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7.48점으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권익위 조사 때보다 0.86점이나 높아진 것이다.

종합 청렴도는 공무원이 부패행위를 하지 않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민원인이 평가한 외부 청렴도(부패·투명성·책임성지수)와 해당 기관 직원이 평가한 내부 청렴도(청렴문화·업무청렴지수)를 합산해 산출한다.

몇달 만에 경찰의 청렴도가 크게 높아진 것은 경찰관들이 스스로 점수를 후하게 준 결과다. 경찰관들은 이번 조사에서 평가 점수로 권익위 조사 때(6.12점)보다 2.65점이나 높은 8.77점을 줬다. 반면 민원인들이 매긴 점수는 8.16점으로 권익위 조사 때(8.22점)보다 소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의 내부 청렴도 측정 결과 ▲예산집행(9.42점) ▲업무지시의 공정성(9.18점)▲인사 업무(9.06점) 등 부문에서 모두 9점대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민원인들은 투명성 지수로 6.98점, 책임성 지수로 7.43점을 주는 등 경찰 청렴도를 낮게 평가했다.

특히 민원인들은 경찰의 유해업소 단속 부문에 대해 가장 낮은 7.74점을 줘서 이 부문의 부정부패를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원인의 평가점수가 낮은 부문으로는 음주·무면허 단속(7.87), 교통사고 조사(8.06), 총포 등 허가(8.80) 등이 뒤를 이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조사한 결과대로 경찰조직이 청렴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런지 의문”이라며 “어느 기관이 청렴한지 평가하는 것은 국민이나 외부 기관이 하는 것이지 스스로 청렴도를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이 2008년 60개 경찰서 경찰관과 민원인을 상대로 한 청렴도 조사에서는 7.96점을 기록했다. 전국 244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청렴도를 자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