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경찰' 오명 벗자"…양천署 자정 결의대회


선서하는 양천경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 참석자들이 정당한 법 집행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2010.7.7 doobigi@yna.co.kr

순경 "인권교육은 높은 분들도 받았으면 좋겠다" 일침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김효정 기자 = "우리는 선량한 시민의 인권보호는 물론, 피의자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의 5층 대강당. 양천서 소속 경찰관의 절반인 300여 명은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우리의 다짐'을 낭독하고, 직원 대표 두 명은 직원들이 작성한 '인권보호 서약서'를 서장에게 전달했다.

동료 경찰관 5명이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천서가 '고문 경찰'의 오명을 씻고자 마련한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자정 결의대회'의 한 장면이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의 '인권 특강'이었다.

오 국장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한 듯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모여 앉은 양천서 직원들한테 "고문과 가혹행위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마이크를 받은 한 간부급 직원이 "직원들이 일하다 생긴 일은 고문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지나친 점이 있었고 피의자에 대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오 국장은 안이한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

"구타나 가혹행위, 고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을 굴복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이 고문과 고문 아닌 것의 경계에 민감하게 놓여 있다"고 일깨워준 것이다.

이어 "우리가 했던 것은 약간의 가혹행위고 고문은 따로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양천서 경찰관의 수법은 매우 전문적이고 조직적이며 지속적이었다는 측면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다.

인권교육 받는 양천경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에서 이재열 양천경찰서장(오른쪽 앞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2010.7.7 doobigi@yna.co.kr

"실적을 강요하는 지휘부에 침묵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경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경찰관이 용기를 내 말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대목에서는 일부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보였다.

특히 강의가 끝나고서 최하위 계급인 순경 한 명이 "자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인권교육은 하부 직원들만 받을 게 아니라 상위 분들도 이 교육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큰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다른 직원(경위)은 "꼭 필요한 강의였고 내용도 공감이 간다"며 "강사님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교육이 꾸준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oyy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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