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일요일(23일)인 오늘 국회에서 국장(國葬)이 치러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분의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달리 하셨다.  

 태어난 곳만 서울이고 어렸을 때부터 대학시절을 대부분 호남지역에서 보낸 나는 호남지역에서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오죽하면 호남에서의 ‘김대중 정서’가 타 지역의 ‘반 김대중 정서’를 불러 일으켜 대선 낙방의 주요한 이유가 되었을까. 어쨌든 나 역시 그에 대한 정서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대학원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고, 운동을 지속하고 있던 나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현안 이슈들로 인하여 당시 정권과 각을 세우며 심심찮게 “김대중 정권 퇴진하라” 라는 구호를 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다른 정책들보다도 이라크 한국군 파병으로 인하여 당시 이라크에 있었던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칼날을 세우며 노무현 정부를 비난했었다.

 
봉하마을 정토원에 안치된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영정사진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운명을 달리 하신 직후,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고 그 슬픔에 적지 않은 당황까지 하였다. 아마도 당시 흘렸던 눈물은 정치를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구조적으로만 본 점과,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로만 사로잡혀 있었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반성 그리고 감성의 것인 듯싶다. 그러나 솔직히 감성 그 이상을 넘어선 내 스스로 완벽히 인정할 수 없는 그 어떤 종합적인 지점에서의 반성은 아니었다. 그리고 3달이 채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신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을 맞이하며 당혹감과 아쉬움과 슬픔이 또 한 번 가슴속을 지배하고 있다. 이 두 전직 대통령 시절에도 운동을 하며 집권자들에게 비판과 비난의 목소릴 냈으며, 지금도 운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현재의 대통령에게도 내용과 정도만 다를 뿐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가슴속의 감정에 대해 솔직히 당혹스럽다. 정말 시간이 조금 더 흐른 이후에야 스스로에게 명확한 설명이 되겠지만 지금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이다. 아마도 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지금 최소한 나에게 두 분의 전직 대통령과 현재의 대통령이 같은 반열에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스스로 원치는 않지만 요 며칠 방송과 신문에서는 드라마틱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개인사를 내비치면서 계속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는 ‘민주주의’는 현재 2009년을 지나면서 극적으로 그 의미와 정의가 재조명되고 있는 듯하다. 사전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뜻을 누가 모르겠냐 싶지만 이토록 익숙했던 단어가 요즘처럼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평소에는 몰랐다가 희박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정리되는 그러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운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전혀 느끼지 못해서 원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지금에 와서야 이것마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것만이라도 없는 이 사회가 얼마나 억울한지 느끼고 있다. 이 설명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느낄 수 있는 이것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전진되었던 민주주의였다.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 할 수 있었고,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없어서 쩔쩔매지 않았던 그것은 불완전한 민주주의였다. 동의하지 않고 문제가 많다고 믿었던 그 정부정책들도 어느 정도 민의(民意)를 두려워했고 여론을 참고했던 이유는 그동안 존재감이 없었던 민주주의였다.

 아마도 백가지 이상이나 있을법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기준들 중 현재 내가 두 분의 전직대통령이 사망한 사실이 슬프고 안타까운 이유는 이 ‘민주주의’가 뒤로 돌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민주주의’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힘든 이 험난한 시기에. 

 이 글을 빌어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부디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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