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불심검문 개선은 커녕 ‘역주행’

ㆍ경찰, 젊은 사람 선별 검문… 인권위 “권한남용” 서면 경고
ㆍ17번 개선 권고 받고도 무시·강화쪽으로 법 개정 추진 ‘비난’

오모씨(37)는 지난 2월 인천의 자주 가는 PC방에서 6~7번이나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오씨가 나중에 불심검문을 거부하자 경찰은 “경찰서로 동행하자”며 윽박질렀다. 오씨는 이 사실을 해당 경찰서 감사실에 신고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또 불심검문을 받았다. 결국 오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해당 경찰관은 조사과정에서 “점잖아 보이는 사람을 제외하고 젊은 사람을 선별적으로 불심검문했다. 경찰관 근무복을 입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경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심검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6일 “젊은 사람을 선별적으로 검문검색한 경찰의 행위는 권한 남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경찰서에 대한 서면경고와 경찰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경찰의 마구잡이 불심검문은 자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국가인권위는 2004년부터 경찰의 불심검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으니 시정하라는 권고를 17번이나 내렸다.

인권위는 2004년 9월 경찰은 정복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불심검문할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6년 11월에는 미군기지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 일대가 군사보호시설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을 불심검문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2008년 11월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민주노총이 입주한 건물을 봉쇄하고 모든 출입차량에 대해 불심검문을 한 것과 관련,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시정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불심검문 대상자를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는 불심검문시 소지품 검사범위를 ‘흉기’에서 ‘무기 등 그 밖의 위험한 물건’으로 확대했다. 범인의 검거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자동차·선박과 적재물을 검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또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이 검문대상자의 지문까지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불심검문을 강화하면서도 검문 대상자의 거부권을 명시하지 않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수정·보완을 권고했다. 경찰은 일단 거부권을 보장하는 문구를 추가하는 개정안 재수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불심검문시 목적을 밝히고 신분증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불심검문은 범죄에 연관 있다고 의심되는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해야 하는데 검문권이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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