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줌머인들에게 주고 싶은 추석선물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가을. 반가운 햇살이 파란하늘에 그득하다. 지난 달 20여일 넘게 비가 내린 뒤 비추는 햇살이라 더 살갑다. 서울 남산공원을 걷다가 만나는 많은 외국 사람들도 비슷한 행복감을 함께 느낄 것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세상을 살아온 외국인이나 망명객들에게 명절은 더 각별할 것이다. 그래서 줌머인들에게도 멋진 선물을 주고 싶어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본다. 꿈이니까. 

 경찰청장이나 청와대에서 이번 “2010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존의 방침을 폐지하고 표현의 자유, 소수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추진하기로 해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2010년 서울에서 평화적인 기자회견의 보장을 위해 신임 경찰청장은 청와대의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찰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시범운영해 폭 넓은 기자회견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밝혀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찰이 제안한 새로운 기자회견 기준을 검찰이나 다른 기관에서도 공청회를 통해 적용해 보기로 했다는 둥 이런 것도 좋겠다.   

 이런 소식이 사실로 바뀌고 사례가 많아질수록 평화롭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특히,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망명해 한국에 살고 있는 줌머인들은 어떤 추석 선물을 받고 싶을까. 지난봄에 있었던 기자회견때 불법집회라고 강제연행하고, 뱅갈어나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해산방송을 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한지 25분도 되지 않았는데 게눈 감추듯 연행해 가는 일들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명절선물이라 생각한다.  

 방글라데시의 1억4천만의 인구 중 120만명을 제외하고는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다. 이 120만 명 중에 줌머인 60만명이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치타공산악지역에서의 교육과 복지의 역할을 승려들이 중심이 된 시민단체와 사찰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아원 운영에서부터, 초, 중등교육, 직업교육, 빈민구호활동 등 대부분의 사회복지 역할이 사찰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원조 또한 사찰과 승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종교인들도 늘어나 일부 교회 또는 기독교 시민단체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원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 실시해 온 기자회견을 갑자기 막아선 경찰
사진 출처 - 필자

 각종 차별과 폭압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위협을 피해 대한민국에 망명요청을 한 사람들이 다수 있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가장 많은 망명 승인을 받은 25명이 넘는 수가 줌머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은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합법적으로 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혜택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망명인들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줌머인연대는 자국인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상대로 그들 스스로의 권리내지 인권탄압의 중지, 자신들의 보호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기자회견이나 권리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재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향하여 이러한 주장을 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주장도 받아줄 곳이 없을 만큼 그들에게는 유일한 소통구이다. 이들은 머나먼 타국으로 도망을 와서 이 땅에서 집회나 시위로 문제를 일으킬 생각도 없었고, 대한민국의 교통에 방해를 끼칠 의사도 전혀 없이 오로지 평화의 방법으로 기자들을 향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할 뿐이었다. 사진에 나와 있는 협소한 인도에서 대사관 앞까지 불과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간 것이 불법행진이라며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어서는 안될 것이다. 평화적인 의사가 있고, 경찰의 요청에 따라 구호를 외치지 않고 피켓도 내리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도 끝내 불법집회라고 하는 경찰관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줌머인들의 상당수는 관할경찰서장의 지시로 내려진 해산명령이 무엇인지 이해도 못 할 뿐 아니라 한국어를 구사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경우 경찰로부터 안전하고 원활하게 기자회견을 진행하도록 보호를 받기는커녕 이들을 도와주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탄압을 피해서 낯선 한국에 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것이 또 다른 탄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도위에서 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는 줌머인연대 회원들
사진 출처 - 필자

 올 한가위(추석명절)에도 어김없이 많은 종교계 인사들이 복지시설을 위문하거나, 관할경찰서 전의경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는 좋은 문화가 있다. 더불어 누구라도 기자회견을 합법적으로 하고, 인도에서 강제 연행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선물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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