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0대男 기소… 관련법 없어 모욕혐의 적용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증가 등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혐오증(제노포비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30대 남성이 이례적으로 기소됐다.

6일 법무법인 ‘공감’(공익변호사 모임)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 31일 형법상 모욕 혐의로 A(31)씨를 약식기소했다. 박씨는 7월10일 오후 버스를 타고 가다 다른 승객인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더럽다”, “냄새 난다”는 등 차별적인 발언으로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술에 취했던 A씨는 “자신도 후세인씨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면서 맞고소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이를 취하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일부 선진국처럼 인종차별 발언이나 행위를 규제하는 법규를 두고 있지 않아 A씨에게는 형법상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

김주선 부천지청 차장은 “국내 법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 간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법 앞의 평등’ 정신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으며, 법 적용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후세인 교수를 지원한 ‘공감’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검찰이 인종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차별적 발언을 처벌 대상으로 간주한 사례는 이번이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세인 교수는 지난달 19일 이번 사건을 조사한 부천 중부경찰서와 산하 계남지구대 소속 경찰관과 박씨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바로 잡아 달라면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종차별은 고약한 반인도적 범죄로, 이번 약식기소는 인종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인종차별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기사입력 2009.09.06 (일) 18:28, 최종수정 2009.09.07 (월)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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