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망각하는 것들(김영미 위원)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사람은 혼자서 사는 개인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지 못하는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는 걸 가르쳐 주는 건 부모가 가르쳐야 할 몫이다.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가시 돋친 말로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동. 나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고통을 당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아이들의 태도. 공부만 잘하면 그런 건 대수롭지 않다고 키우는 부모는 부모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석이는 학급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지만 학급의 학생들은 석이를 “문제 메이커”로 부른다. 얼마 전 교실서 신체의 질병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학생을 “무뇌아, 쓰레기” 등으로 수업시간에 옆의 학생과 쪽지로 비웃다가 그 학생과 싸움으로 번져 석이의 부모가 담임교사를 만났었다. 석이 부모는 “그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안했으니 문제가 없지 않느냐?, 또 한 대 맞았으니까 죄가 없어진 것 아니냐”며 소리를 높이고 담임교사가 석이만 미워한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일주일이 지난 다음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석이는 무릎으로 상대편학생 어깨를 차는 바람에 쇄골이 골절되었다. 석이는 다친 학생을 보건실로 부축하지도 않고 바라만 보고 미안이라고 사과만 하고 집으로 갔다. 이일을 석이는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았었고 나중에 담임교사로부터 내용을 전해 들었던 부모 또한 다친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목요일 석이는 교실서 야구공을 던지는 놀이를 하다 다른 학생의 눈을 정면으로 맞추어서 실명의 위기까지 가는 상황이 되었다. 석이는 공을 던져서 다치게 한 학생의 염려보다는 공을 던지기는 했지만 공을 가져온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급급했다. 다친 학생의 치료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온 담임교사에게 석이 부모는 석이의 주장과 같이 야구공을 가져온 학생의 처벌을 주장했고, 또 그 학생 부모에게 전화로 항의를 하고, 다시 교장실에 전화를 걸어서 석이만 처벌하면 안 된다고 하고 다음날 교장실을 방문해서는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이만 미워하고 처벌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들만 늘어놓았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올바른 부모 역할에 대한 강의 모습
사진 출처 - 뉴시스

 교육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학교만 하는 게 아니라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교육다운 교육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어른이 되지 못한 미완성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고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주적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길러 주어야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자격증을 주듯  ‘부모 자격증’ 이런 걸주면 어떨까? 가슴 따뜻한 사람.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사람답게 키우는 것도 또한 부모의 몫이다. 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시골훈장’이라는 분이 쓴 ‘자녀를 망치는 열 가지 방법’이라는 글 중에 다음과 같은 글들을 올려놓았다.

『 잘못된 품행을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잘 할 것이라고 내버려 두고 훈계나 훈련이나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무식해서 용감한 독불장군이 되어 사회로부터 격리 될 것입니다.  
  또래들과 다투거나 입장이 다를 때 언제나 아이편이 되면, 장차 이웃과 사회가 모두 그 아이의 적이 될 것입니다.

  훈계하는 스승을 헐뜯는 자녀의 꾀에 넘어가면 장차 부모를 속이고 늙으면 업신여기며 불효를 당할 것입니다. 
  아이가 나쁜 말을 사용할 때, 그냥 웃어넘기면 재치를 키워 장차 더욱 나쁜 말로 이웃에게 상처 줄 것입니다. 』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 시대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한번쯤 새겨 들어야할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은 완벽하지 못해도 가슴 따뜻한 사람. 대화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  더 높은 지위와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쫒아 허겁지급 살지 않는 사람 그런 여유로 힘겨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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