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를 지졌다." "성경험을 말하지 않았더니 '고자 아니냐'며 자위행위를 강요했다."

강화도 해병2사단 총격 사건이 해병대의 악습에서 비롯됐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가혹 행위들로, 예비역, 현역 해병대 병사 5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이들이 밝힌 해병대 내 가혹 행위는 가히 엽기 수준이다. 벌레 억지로 먹이기, 과자ㆍ짜파게티 토할 때까지 먹이기, 반찬 없이 밥만 먹이기,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밥 굶기기 등 먹는 것과 관련한 가혹 행위들이 공개됐다.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잔혹 행위도 다수 공개됐다. 담뱃불을 피부에 직접 대고 눌러 태우는 담배빵, 불에 벌겋게 달군 숟가락으로 살을 지지는 행위 등이 공개됐다. 한 관계자는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살을 지졌다는 진술도 나왔다"며 "조폭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들이 해병대 내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코를 곤다고 잠을 못 자게 한다거나, 대변을 참게 해서 변비로 이어졌다는 증언 등 생리 현상과 관련한 가혹 행위 등 30건의 크고 작은 사례들이 발표됐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해병대 내 인권 침해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며 "이 같은 증언을 받는 동안 우리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지만 이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 부대 내 가혹 행위를 신고 받기 위해 설치한 소원수리함은 장교가 아닌 행정병이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일부에선 필적 감정을 통해 고발 병사를 찾아내 구타한다는 증언까지 있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각 부대들이 가혹행위 근절 대책으로 내놓는 게 소원수리함 운용"이라며 "소통이 제한된 조직에서 이런 신고마저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출신으로 아들을 해병대에 보낸 아버지가 휴가 나온 아들이 먹으라고 해야 밥을 먹고, 잠을 자라고 해야 잠을 자는 로봇이 된 것을 보고 '내가 해병에 근무할 때는 이렇지 않았다'며 분노하더라"며 "진짜 해병대는 이런 게 아니다. 가혹 행위를 묵인하는 해병대의 전통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자발적으로 접수된 사례가 이 정도인데 의지를 갖고 피해 사례를 조사하면 부지기수일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병대 보내지 않기 운동을 시작으로 해병 해체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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