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범죄 엄단’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법무부가 교도관한테서 성추행당한 여성 재소자 자살 사건 뒤 만든 성폭력감시단을 다른 자문위원회들과 통폐합해 교정기관 성폭력 감시 기능은 약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2006년 2월 남성 교도관에게 성추행당한 여성 재소자의 자살 뒤, 같은 해 5월 교정시민옴부즈만과 교정행정자문위원회, 여성 재소자 성폭력감시단을 신설했다.
이들 위원회는 각각 교정행정 감시, 인권 침해 실태 점검,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폭력 감시를 목적으로 설치됐으며, 인권단체 활동가와 교수 등이 전국 44개 교정기관마다 10여명씩 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시 법무부는 “시민 참여로 재소자의 인권 침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정행정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한 인권단체 대표는 18일 “1기 위원들의 2년 임기가 만료된 2008년 5월에 2기 위원을 새로 위촉하지 않아 위원회가 자동으로 해산됐다”며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여론을 의식해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정권이 바뀐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정시민옴부즈만으로 활동한 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초기에는 교정기관과 함께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교정행정자문위원회와 성격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단계적으로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8년 3월 뒤로는 교정기관에서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2기 위원들이 위촉된 성폭력감시단도 지난 1월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의집행 및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3개 위원회가 교정자문위원회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정자문위원회는 교정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자문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로 성폭력 감시 활동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교정기관마다 여성위원들만 3~4명씩 활동하던 성폭력감시단을 해체한 것은 실질적 감시를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성폭력감시단 위원은 “성폭력감시단이 폐지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올해 들어 교정기관에서 연락이 없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이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장관이 나서서 보호감호 부활, 사형 집행 등을 언급하는 법무부가 정작 여성 재소자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마련한 기구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기관별로 위원을 위촉하고 활동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