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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 유해성’ 귀막은 시연회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새로 도입한 지향성 음향장비 ‘ATC’(앨라드)가 1일 오후 서울 동대문 제1기동단 운동장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음향장비에서 50m 떨어진 곳에 근무하던 경찰이 시연행사 중 귀를 틀어막고 있다. 이 장비는 최대 152㏈의 음압을 낼 수 있다. 이날 경찰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사람이 일시적으로라도 노출될 경우 청력이 영구손상되는 음압은 160㏈로, 이 장비의 최대 음압치와 8㏈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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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찰이 ‘지향성 음향장비’의 시연회를 여는 등 안전성 논란(<한겨레> 9월28일치 9면)의 진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경찰이 장비에 대해 설명해온 자료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장비에 노출된 이들의 뇌나 안구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집회·시위시 안전한 관리를 위한 장거리 음향장비 시연회’를 열어 해당 장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나 도심도로 점거시에 경고음향을 송출해 시위대의 접근을 막을 수 있고,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인 충돌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효용성을 강조했다. 또 안전성 논란을 두고도 “해당 장비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 의뢰해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소의 성굉모 교수는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미국산과 국산 두 제품에 대한 성능시험을 한 것일 뿐 사람과 관련한 안전성 평가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이 120㏈(데시벨) 이상의 음향에 1초도 노출돼선 안 된다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번에 경찰의 요청을 받아 지향성 음향장비의 성능 시험을 담당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회의 한 참석자는 “날카로운 물체가 고막에 내리꽂히는 듯한 느낌으로, 음파를 듣고 난 뒤 3시간여 동안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시연에 참가한 일부 경찰 간부들도 귀를 막고 고통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지향성 음향장비 개발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향성 음향장비의 전면, 좁은 지역에만 소리가 퍼진다는 경찰의 설명은 거짓”이라며 “150㏈의 음향을 전면으로 쏜다면 장비 뒤쪽에도 100㏈ 이상의 소리가 퍼지기 때문에 음향을 쏘는 사람도 고막보호대 등을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향성 음향장비로 공격 음향을 퍼뜨릴 경우 고막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뇌·안구 등 사람의 장기를 뒤흔들어 신체적·심리적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일반 소음 기준으로만 이 장비의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 장비가 도심에서 민간인을 향해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에서 이번에 도입 예정인 지향성 음향장비의 도심 작동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도심에서는 고층건물에 가로막힌 소리가 더욱 반사·증폭되면서 그 피해가 더 커진다’는 분석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리로 된 건물의 경우 소리 증폭의 규모가 더 커져 시위대를 상대로 쏜 ‘음향폭탄’이 주변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향성 음향장비는 고막뿐 아니라 정신보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경찰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며 “인체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아 캐나다 법원도 사용을 제한한 장비를 우리가 성급히 들여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