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양천署의 ‘뒤늦은 인권반성’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7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경찰서 대강당은 ‘인권보호 서약서’를 낭독하는 경찰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른바 ‘고문경찰’로 물의를 빚은 양천경찰서가 뒤늦게 반성의 시간을 마련한 것. 이날 양천경찰서 전 직원은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 교육’을 열어 “인권을 보호하고 공직 기강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약서도 작성했다.

구속된 양천경찰서 강력팀 경찰 5명은 지난 3월 절도, 마약 소지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날개 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경찰들의 피해자 고문 사실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이 경찰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고, 경찰청과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가 드러나자 “실적주의에 시달리다 보니 과한 수사를 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도 늘어놨다. 이에 지난 6월28일에는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 사건은 경찰의 성과주의와 상명하복 문화 때문”이라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강사로 초청돼 ‘인권과 경찰활동’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양천경찰서 고문 의혹이 경찰의 실적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권력 행사 자체가 법률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의 행사가 기본권의 보장, 적법절차의 준수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합법의 탈을 쓴 불법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가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진정성을 담아내는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윤정아 사회부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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