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강사에 “고문하는 것 봤냐” 집단 야유
‘다시는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맞나?’

경찰관 가혹행위 사건이 일어난 서울 양천경찰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14일 인권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양천서 일부 경찰관은 지난 8일 열린 인권교육에 참석해 강연을 듣던 중 “고문하는 것을 봤냐”는 식으로 빈정댔다. 여기에 다른 동료 몇몇이 호응하면서 강사를 향해 야유성 언행을 보여 강연이 중단되는 일도 빚어졌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양천경찰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결의대회 및 인권보호교육'에서 이재열 양천경찰서장(오른쪽 앞줄)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사로 나선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강의 둘째 날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니까 여러 명이 손뼉을 치고 호응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나”,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라며 오 국장을 비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국장은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자 (일부 경찰관이) ‘어려우면 나가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오 국장은 강연을 중단하고 강당을 나가려다 다른 직원들이 말려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 7일 많은 취재진과 서장, 과장 등 간부진이 함께 지켜 본 첫날 인권특강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오 국장은 “검찰과 인권위, 언론과 시민이 모두 ‘고문’이라고 하는데 경찰만 고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라며 “(경찰이)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