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서 CCTV 한달치 녹화 안돼

ㆍ3월 강력팀 사무실 전체 고문기록 등 은폐 의혹
ㆍ세부규정 없어 인권 ‘구멍’

고문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의 사무실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이 올 들어 한 달가량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 경찰서에 설치된 CCTV의 경우 녹화·화면보관·점검 등의 관리 세부규정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수사 과정의 인권보호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18일 양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9일부터 4월2일까지 강력팀 전체(1~5팀)와 일부 형사팀을 포함, 경찰서 내 16개 CCTV의 녹화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 녹화되지 않은 CCTV에는 “올해 3월28일 양천서 강력팀 사무실에서 고문당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증언한 ㄱ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기간도 포함돼 있다. ㄱ씨는 뒤로 수갑을 채워 위로 꺾는 일명 ‘날개꺾기’ 등의 고문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지만, 다른 시기 고문 피해자들과 달리 입증할 녹화화면이 없는 상태다.

양천서는 검찰이 4월2일 유치장 특별점검을 나온 날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양천서 담당자는 검찰 조사관이 “유치장 CCTV 녹화화면을 달라”고 요구하자 “주는 김에 우리도 녹화화면을 복사해놓겠다”며 녹화장치를 열었다가 작동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가 진정을 접수하고 지난달 27일 양천서 상황실을 방문했을 때도 CCTV 화면 몇 대가 꺼져 있었다. 인권위 관계자가 “왜 안 나오느냐”고 묻자 근무자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일부 가혹행위 피해자는 CCTV가 없는 곳으로 끌려가 고문당했다고 증언하고 있어 경찰이 고의적으로 녹화를 피해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선 경찰서 폭력·강력팀 등의 조사 사무실에는 현재 피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24시간 자동녹화가 되는 CCTV가 운용 중이다. 그러나 CCTV 화면 녹화나 보관을 의무화하거나 장비점검 등을 규정한 세부지침이 없어 경찰서별로 CCTV 관리가 제멋대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 CCTV의 자동녹화 방식은 저장용량이 다 차면 기존 영상 위로 덮어씌워져 녹화되는 방식”이라며 “녹화를 하고 이를 보관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번 주말쯤 양천서의 해당 경찰관들을 독직폭행 혐의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이 설치한 CCTV가 사실상 경찰에 유리한 증거로만 사용되고 있다”며 “CCTV를 관리하는 주체를 상부기관이나 외부기관으로 바꾸고, 위치를 변경하거나 의도적으로 영상을 삭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정확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입력 : 2010-06-19 03:24:16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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