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가 본 ‘해병대 잔혹사’

자위행위 강요,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엉덩이 지지기, 벌레 먹이기, 소원수리한 사람 색출하기, 진료권 침해….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롭게 확인된 ‘해병대 인권침해 사례’ 30가지를 발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입대 전 성행위 경험을 이야기하라는 선임병의 요구에 후임병이 응하지 않자 이 선임병은 “너 고자냐, (성기를) 꺼내라”며 자위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초 해병대 1사단에서는 선임병이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후임병의 엉덩이를 지진 사실도 공개됐다. 진료권 침해 사례도 있었다. 몸이 아픈 후임병이 부대 의무실에 다녀오자 선임병은 “맞선임 × 잡고 와”라고 지시한 뒤 바로 윗선임인 ‘맞선임’을 구타했다. 맞선임을 구타하는 방식으로 후임병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해병대 전반에 걸쳐 있는 악습을 방기한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해병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부모에게 ‘해병대 입대 않기 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해병대 병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권단체가 부대에 상주해 인권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아무개 상병과 공모한 것으로 밝혀진 정아무개 이병의 부모와 정 이병이 다녔던 교회 목사도 참석했다. 정 이병의 아버지는 “마음씨 착하고 평범했던 아들이 ‘해병대 가서 강한 사람 되겠다’고 해서 보냈다”며 “그런 아이가 공모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씨는 “죽은 아이들도 불쌍하고 김 상병과 저희 아이 모두 피해자”라며 “가혹한 인권침해인 해병대 악습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