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경찰 고문논란, 성과주의 탓만 돌려선 안돼'
고문? 실수? 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다행스러워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2010-07-09 14:23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0년 7월 8(목)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 출 연 :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정관용>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피의자들한테 가혹행위를 했다... 그래서 검찰조사를 받고 계속 사건이 진행 중인데요. 그 양천경찰서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합니다. 강사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인데요. 전화로 연결해 봅니다. 오 국장님, 안녕하세요.

▷오창익>네. 안녕하세요.

▶정관용> 언제 가셔서 하셨어요? ▷오창익>어제, 오늘 이틀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오늘도 하셨어요?

▷오창익>네.

▶정관용> 대상은요?

▷오창익> 양천경찰서 직원이 한 700명 되는데요. 전부다 했고 이틀에 걸쳐 나눠서 했습니다.

▶정관용>700명 절반씩. 그러면 서장도 같이 들었나요?

▷오창익>어제는 서장님하고 과장님도 들으시고요. 오늘 두 번 연속해서 듣진 않으셨고요.

▶정관용> 원래 오창익 국장께서 이런 경찰서 가서 인권교육 많이 하세요?

▷오창익> 지난 정부 시기에는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일 때는 많이 했는데요. 400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경찰의 요청이 전혀 없었고요. 어제, 오늘 강의 합해서 4번했나? 그렇습니다. 2년 반 동안요.

▶정관용> 횟수가 상당히 비교가 되네요.

▷오창익> 비교가 됩니다.

▶정관용> 그런데 양천경찰서측에서 요청이 왔던 가요?

▷오창익>그건 아니고요. 양천경찰서에서 국민들 놀라실만한 일이 터지니까 강서양천시민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지역단체가 있는가 봅니다. 그 단체에서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문이라는 게 웬 말이냐. 재발방지 약속을 해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양천서 서장하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라. 그래서 양천서에서 수용을 했고요.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하신 말씀이 그렇지만 강사는 우리가 지명하는 사람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강서양천시민모임이 저를 지명했고요. 제가 어제, 오늘 가게 됐습니다.

▶정관용> 그거를 지금 경찰서에서 받아들인 거군요.

▷오창익>수용한 겁니다.

▶정관용> 그래요. 700명 직원을 반으로 나눠서 몇 시간 동안 하신 거예요?

▷오창익>한 시간 반 동안 했습니다.

▶정관용> 한 시간 반... 어떤 내용을 강의하셨어요?

▷오창익>일단은 뭐 고문이 있었으니까요. 충격적인 일인데 그것도 21세기에 있었으니까 고문이라는 일이 왜 벌어지는지 고문이라는 것이 왜 있어서는 안 되는지 기본적인 말씀을 나눴는데요. 사실은 용어사용부터 좀 충돌이 있었습니다.

▶정관용>어떻게요?

▷오창익>직원 선생님들, 경찰관 선생님들도 그렇고요. 대부분이 고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어떤 분은 열심히 일하던 직원이 실수한 것 아니냐. 이런 말씀 하셨고요.

고문? 실수/가혹행위? 적절한 용어, 개념정립부터 해야

▶정관용> 실수라는 단어.

▷오창익>네. 또는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오늘 특히 그런 충돌이 많았는데 직원 선생님들 중에서 어떤 분들께서는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고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용어를 우리 국민들이나 언론이 보는 것과 좀 다른 용어를 구사하거나 그래서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게 보였습니다.

▶정관용> 열심히 일하다가 벌어진 실수, 이거는 정말 충격적인 단어고 가혹행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요, 라고 했다고요?

▷오창익> 네.

▶정관용>그렇다면 가혹행위와 고문을 그분은 분리한다는 거죠?

▷오창익>그렇죠. 그런데.

▶정관용>분리가 되나요?

▷오창익>안 됩니다. 가혹행위가 고문이거든요. 고문이라는 게 물리력을 사용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문도 상당히 있습니다. 과거 군사독제시절에도 그랬고요. 일제 강점기에도 단 한 대도 때리지 않고도 수사 받는 피의자, 피고인을 굴복시키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었거든요.

▶정관용> 잠 안 재우기, 이런 게 대표적인 것 아니에요?

▷오창익> 잠 안 재우기, 면벽반성이라고 그래서 벽보고 그냥 서 있게 하기, 화장실 안 보내기, 이런 것들이 사실 고문이거든요. 상대를 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는 건데 사실 이런 걸 구분하고 계시는 게 안타까웠고요. 물론 심정적으로는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동료가 5명이나 구속됐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건 알겠지만 국민 일반정서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는 걸 어제, 오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관용> 강연을 많이 다니시다 보면 청중들의 반응을 보면 느낌이 오잖아요. 좀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던가요? 아니면 아, 정말 새로 좋은 걸 배웠다. 이런 분위기던가요? 어떤 분위기던가요?

강연 후반으로 갈수록 긍정하는 분위기

▷오창익>초반에는요. 마치 제가 점령군처럼 저를 여기시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참 원하지 않는 실수든 가혹행위가 있어서 저런 사람이 와서 강의하는 구나. 해가지고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반발도 하셨고요. 아까 말씀드린 당신이 고문하는 것 봤냐, 이런 실랑이도 있었는데요. 대화를 해나가면서 우리 경찰이 매우 중요한 조직인데 이런 식으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또 고문이라는 게 왜 안 되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람을 파괴하거든요. 피의자, 피고인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고문경찰관들도 구속되고 정말 폐가망신하고 파괴합니다. 그리고 법질서도 허물어트리고요. 이런 얘기를 차분히 해나가니까 후반부에서는 좀 동의해 주시고 긍정해 주시고 그래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관용> 그런 고문을 한 사람은 예를 들어서 발각돼서 체포되고 이렇게 돼서 사람이 파괴되는 것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의 성격을 파괴하지 않나요?

▷오창익>그럼요. 그리고 문제는 이제 구체적인 범죄활동을 하는 건데 나는 더 많은 절도범, 강도범을 검거하기 위해서 이러면서 일종의 자기최면 비슷한 게 생겨가지고요. 잘못하고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이상한 현상도 벌어지게 되고요. 또 하나는 폭력이 만성화되게 되면요. 일상화 되면서요.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고요. 그거는 직장생활만이 아니고 가정생활이나 이런 데도 영향을 미치고요. 과거 고문했던 경찰관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납니다.

성과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정관용> 네. 지금 말씀하신 자기최면,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게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서울경찰청의 성과주의 때문이다. 이러면서 최수창 경찰서장이 자진사퇴하고 서울 발음이 이상하네요. 서울지방경찰청장 동반 사퇴하자. 이랬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가서 강의, 물론 강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같이 대화를 좀 나누면서 보시면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오창익> 직원 선생님들은 성과주의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견해에 반대하는 게 성적경쟁을 부추긴다고 해서 아무나 다 컨닝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뭐 지휘부가 성과주의를 강조했던 게 물론 서울경찰청장의 잘못이 큽니다만 그분만 성과주의, 실적주의를 강조했던 건 아니고요. 조직운영하면서 일정하게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찰관들이 성과주의, 실적주의라는 것 뒤에 좀 숨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성과주의 때문에 위에서 계속 실적을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실수하게 됐다, 라고 하면 좀 마음이 편하죠. 그 다음에 실적주의가 강조되더라도 해서 안 될 일, 해야 될 일은 엄격히 구분돼야 되는데요. 고문은 당연히 해선 안 되는 일이고요. 특히 고문은 굉장히 쉬운 게 일제 강점기,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오면서 어떤 경우에도 고문은 안 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었고 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른 수사상의 일탈과 좀 다르거든요. 고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 시민들도 다 알고 있는데 그거를 생활로 하시는 경찰관들이 고문을 했다는 건 성과주의, 실적주의 뒤에 숨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관용>그러면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세요? 의식의 부족?

▷오창익>의식의 부족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를테면 낚시하는 분들이 이제 낚시할 때 손맛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경찰관들은 범인검거를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뜁니다. 그러니까 지휘부나 대통령이 굳이 실적주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만나거나 이랬을 때 정신적으로 연대하면서요. 강도, 절도, 성폭력범, 특히 이런 사람들 검거를 위해 굉장히 노력합니다. 그게 이제 경찰 내부의 그런 관성이거든요. 그런 관성이 수사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윽박질러서라도 또는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고 싶은 거로 연결되기 십상이거든요. 이럴 때 정치권력이나 경찰 지휘부가 해야 될 일은 수사라는 게 꼭 범인을 검거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적법 절차의 원칙에 따라서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목적이다. 10명의 도둑놈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시민이 없어야 한다. 왜 우리가 주권자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그야말로 이성의 목소리를 계속 호소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경찰이 좀 통제가 되거든요. 모든 권력이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요. 대통령께서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신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정관용> 권력에 대한 견제, 이것이 작동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창익> 경찰지휘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범인검거를 독려하면서 인권보장을 똑같은 무게로 강조해도 안 됩니다. 인권부분을 훨씬 더 강조해야 균형이 맞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휘부나 정부에서는 범인 검거를 훨씬 더 강한 강도로 독려했거든요.

일회성 인권교육보단 제도적인 보완책 찾아야

▶정관용> 그리고 인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고?

▷오창익>교육만 없었던 게 아니라 뭐 강조를 하지 않으셨죠. 그러니까 이렇게 온 것 같습니다.

▶정관용> 네. 이렇게 한 번 한 시간 반 강의했다고 확 달라질까요?

▷오창익> 전혀 안 달라질 거 같고요. 만약 한 번 교육으로 누군가가 바뀐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되고요. 일단은 교육을 통해서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데 제도적으로 좀 바뀌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분출하려는 욕구는 법률에 의한 통제 또는 제도에 의한 통제를 통해서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만들어 줘야 되거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권력은 어쨌든 분출하려고 한다. 것을 견제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여기까지 듣죠. 오창익 국장 수고하셨습니다.

▷오창익>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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