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경찰 선언’ 5년…인권은 행방불명(한겨레, 100116)
‘인권경찰 선언’ 5년…인권은 행방불명
MB정부 들어 경찰인권위 파행 등 활동 미미
침해사례는 늘어…“경찰 지휘부 관심가져야”
한겨레 김연기 기자 김진수 기자
» 경찰의 물고문에 숨진 박종철 열사의 23주기인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안에 ‘그날’을 증언하는 침대와 욕조 등이 박 열사의 영정 사진과 함께 그대로 놓여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박종철 열사 23주기
‘경찰 인권센터’ 실태

경찰은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했었다.

1987년 1월14일, 경찰에 강제 연행돼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당시 23·서울대 언어학과 재학) 열사’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어 같은해 6월 시민대항쟁으로 타올랐다.

박 열사 23주기인 14일 오후, 그가 모진 고통 속에 숨을 거두었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경찰청)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찾았다. ‘그날’을 증언하는 탁자와 침대, 변기, 욕조 등이 그대로 놓여 있는 이 어두침침한 잿빛 건물에는 2005년 7월 ‘경찰 인권보호센터’(인권센터)가 들어섰다. 당시 경찰은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인권센터 설립과 함께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직무규칙’을 제정하고, ‘경찰인권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때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경찰이 받아든 인권 성적표는 보잘것없다. 2005년 8월 제정된 직무규칙에는 ‘각급 경찰관서의 인권시책 이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평가’하도록 돼 있지만 그동안 조사를 통해 경고 등의 조처가 내려진 사례는 없다. 인권센터가 운영하는 인권상담전화로 2008년 47건, 지난해(8월 기준) 46건의 침해 사례가 접수됐으나, 경고·징계 등의 실질적 후속 조처가 이뤄진 사례도 전무하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조사 권한이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해당 경찰서 등의 청문관에게 관련 자료를 넘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경찰인권위원회는 제2기 위원들이 2008년 6월 촛불집회 과잉진압을 비판하며 전원 사퇴하는 바람에 1년 넘게 표류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제3기 경찰인권위를 꾸렸으나, 이후 활동 성과는 미미하다. 주요 업무인 권고 횟수를 보면, 제3기 위원회가 꾸려진 뒤 넉 달 가까이 지났지만 단 1건에 불과하다. 제1·2기 경찰인권위는 2005년 5월 이후 총사퇴 시점까지 모두 25건의 권고를 냈다.

비슷한 기간에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 접수 건수는 크게 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인권 상담 사례집’을 보면, 경찰의 인권침해 상담 건수는 2007년 7월~2008년 6월 1425건에서 2008년 7월~2009년 6월 1609건으로 늘었다. 인권위의 권고도 2008년 37건에서 2009년 1월~11월 50건으로 증가했다. 제2기 경찰인권위원회 위원을 지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인권센터가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경찰 지휘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인옥 경찰인권센터장은 “지난해는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등 현안이 많아 인권침해 접수도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매달 인권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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