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내가 ‘대한늬우스’를 재미있게 보게 된 것은 오히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최근의 일이다. 요즘도 KTV같은 채널에서 과거의 ‘대한늬우스’ 필름을 더러 볼 수 있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찮게 과거에 제작된 ‘대한늬우스’ 필름을 보게 되면서 나는 이 낡은 흑백 필름이 뜻밖에도 꽤 재미있는 볼거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재미란 물론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나 향수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 그 시절엔 저렇게들 살았었지, 뭐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아련한 향수보다 더 큰 것은 그 시절의 ‘늬우스’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코미디였는지를 새삼 반추하는데서 오는 재미다. 생각해 보라. 쥐 잡는 날을 정해 전국적으로 쥐약을 배포하고 집집이 쥐덫을 놓아 쥐를 잡는 광경이나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따위 표어와 함께 가족계획 캠페인을 벌이는 장면, 반공 궐기 대회에 모인 군중 앞에서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혈서를 쓰는 아저씨들, 그리고 그 대열의 맨 앞에 서서 어깨띠를 두른 채 무표정하게 서 있는 명 연예인들의 모습이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인가. 그건 마치 요즘 가끔 TV에서 보여주는 60, 70년대의 한국 영화를 볼 때, 기둥을 붙잡고 우는 배우의 신파 연기를 보면서 낄낄 웃음이 터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시대의 맥락이 바뀌면서 심각하고 진지한 비극이 배꼽 잡는 희극으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웃을 일 별로 없는 요즘 웃음이 필요한 분이라면 왕년의 ‘대한늬우스’를 한번 찾아보시라. 강추다. 정부가 새로 기획한 ‘대한늬우스’는 개그콘서트를 패러디한 코미디 형식이라고 한다. 그래도 과거와 같은 ‘진지한’ 뉴스 형식으론 안 먹히리라는 생각은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대명한 21세기에 극장에서 정부 정책 홍보 영상을 틀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막힌 코미디라는 건 왜 생각을 못했을까. 코미디는 의외의 반전에서 최고의 웃음이 터지는 법이다. 대 놓고 코미디하겠다는 걸 보고 웃어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수십 년 전의 진짜 ‘대한늬우스’처럼 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쥐잡기 캠페인 같은 거 한번 다시 해 보면 어떨까. 아마 사람들이 엄청 재미있어 할 게다. |
김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직 중입니다. |
대한늬우스 (김창남 / 성공회대 교수)
2009. 7. 14.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