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조사로 드러난 ‘경찰 고문’ 실태
ㆍ호송차량·CCTV 사각지대 이용, 수건으로 입막고 수갑 찬 팔꺾어
ㆍ피해자 진술 구체적, 대대적 조사 불가피… 인권 홀대의 산물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경찰의 가혹행위 수사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의 부활이자 국가기관에 의해 고문이 체계적·지속적으로 자행된 흔적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대적인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8개월 동안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에서 조사받은 피의자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가혹행위 피해를 진술한 피의자 22명 중 17명은 5개 범죄의 공범이었고 5명은 단독범이었다. 다른 사건으로 다른 시기에 조사받은 사람들이 유사한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 고문이 계속 이뤄졌던 것이다. 경찰은 호송 차량 내부나 폐쇄회로(CC)TV가 미치지 않는 사무실 내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가혹행위를 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현장 기초조사를 나갔을 당시 아예 (강력팀 사무실의) CCTV가 천장 쪽으로 올라가 있기도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상황 진술은 구체적이다. 지난 3월 절도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은 ㄱ씨는 “경찰이 ‘여기서 병신돼 나간 놈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인정하면 살 것이고 부인하면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인권위에 말했다.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눕힌 후 뒤로 수갑을 채운 팔을 위로 꺾었다”며 “너무 아파 소리지르자 수건으로 입을 막은 뒤 투명테이프로 돌돌 말아 감고 구타하면서 자백을 하려면 눈을 깜박거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조사받은 ㄴ씨는 “강력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팀장이 ‘도둑놈은 말이 필요없다. 이 ××는 달아야 말을 듣는다. 준비해! 시작하자고, CCTV가 안 나오는 이쪽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역시 수갑 채운 팔을 뒤로 꺾는 이른바 ‘날개꺾기’ 고문을 당한 그는 “자백 후에 현장검증을 나갔는데 하지도 않은 것을 자백한 탓에 범행 장소를 말하지 못하자 차량 안에서 내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다시 날개꺾기 고문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체포된 ㄷ씨는 호송 차량 안에서 30여분간 가혹행위를 당한 뒤 허위자백을 강요받았고, 경찰은 11건의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5건으로 축소됐다. 인권위는 “나머지 6건은 허위자백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고문 불감증’이 일상화되면서 인권보호 노력은 소홀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절도 혐의로 체포된 ㄹ씨는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지르자 몇분 후 양복입은 사람이 들어왔고 가해자들이 모두 일어나 경례하는 것으로 보아 상관인 듯했다”며 “그는 ‘무슨 일이냐’ 묻고 가해자들이 ‘별일 아니다’라고 답하자 ‘살살하라’며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검찰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고문 사실을 인지하고 내사 중이며, 피의자 중 1명은 “검찰에서 내 고문장면이 담긴 CCTV를 봤다”고 인권위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많은 고문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해 봤는데 실제 고문당한 사람이 아니면 진술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경찰의 성과위주 업무 행태와 현 정부의 인권 홀대가 낳은 괴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천경찰서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가혹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경상 기자>
ㆍ피해자 진술 구체적, 대대적 조사 불가피… 인권 홀대의 산물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경찰의 가혹행위 수사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의 부활이자 국가기관에 의해 고문이 체계적·지속적으로 자행된 흔적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대적인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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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경찰서의 상황실 폐쇄회로(CC)TV에서 본 강력팀 사무실 |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피해자들의 상황 진술은 구체적이다. 지난 3월 절도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은 ㄱ씨는 “경찰이 ‘여기서 병신돼 나간 놈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인정하면 살 것이고 부인하면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인권위에 말했다.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눕힌 후 뒤로 수갑을 채운 팔을 위로 꺾었다”며 “너무 아파 소리지르자 수건으로 입을 막은 뒤 투명테이프로 돌돌 말아 감고 구타하면서 자백을 하려면 눈을 깜박거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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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조사 때 고문 정황을 재연하며 사무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깐 모습. |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지난해 9월 체포된 ㄷ씨는 호송 차량 안에서 30여분간 가혹행위를 당한 뒤 허위자백을 강요받았고, 경찰은 11건의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5건으로 축소됐다. 인권위는 “나머지 6건은 허위자백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고문 불감증’이 일상화되면서 인권보호 노력은 소홀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절도 혐의로 체포된 ㄹ씨는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지르자 몇분 후 양복입은 사람이 들어왔고 가해자들이 모두 일어나 경례하는 것으로 보아 상관인 듯했다”며 “그는 ‘무슨 일이냐’ 묻고 가해자들이 ‘별일 아니다’라고 답하자 ‘살살하라’며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검찰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고문 사실을 인지하고 내사 중이며, 피의자 중 1명은 “검찰에서 내 고문장면이 담긴 CCTV를 봤다”고 인권위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많은 고문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해 봤는데 실제 고문당한 사람이 아니면 진술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경찰의 성과위주 업무 행태와 현 정부의 인권 홀대가 낳은 괴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천경찰서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가혹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경상 기자>